인턴을 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대한항공을 탔다. 비행기에서 해주는 다양한 영화는 항상 지루한 여정에 볼거리를 제공해주지만, 이번에 특히 내 눈길을 끄는 것은 광고의 귀재 데이비드 오길비에 대한 다큐멘터리였다.
데이비드 오길비는 1920년대 영국에서 태어나서 프랑스에서 한 레스토랑의 주방에서 일하다가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서 주방기구 외판원으로 활동을 했다. 그는 1940년대 후반 미국으로 건너가 일하다가 돌연 농장으로 들어가 자신만의 농장을 가꾸는 생활을 한다. 그런 한가한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그 동안 많은 영감을 얻었던 걸까? 뉴욕으로 진출해서 광고 에이전시를 차리고, 영업을 하면서 얻은 노하우에 영국인 특유의 엑센트까지 더해진데다가 천재적인 광고감각이 폭발하여, 그는20세기 최고의 광고 아이콘으로 부상하게 된다.
데이비드 오길비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한 점은 데이비드 오길비가 광고에 대해서 명확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광고의 목적은 바로 매출을 증대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모든 헛소리들을 물리치고, 그는 끝까지 이러한 그의 철학을 지켰고, 20세기 광고를 정립했다.
오늘날 우리 주변의 많은 광고들을 보면, 이런 그의 생각에 더더욱 존경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많은 광고쟁이들이 단순히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하고, 소비자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서 광고를 만들며, 이런 말들로 자신의 클라이언트인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들을 꼬드겨서 수억원의 돈을 써서 광고를 틀고 있다. 이런 광고들은 소비자들에게 아무 정보도 주지 못하고, 기업들에게는 아무런 이익도 주지 못하고, 길거리를 오염시킬 뿐이다. 나는 이러한 광고 행태를 정말로 혐오한다.
내가 짧은 시간이지만 회사를 다니고 MBA에서 공부하면서 마케팅에 대해서 느낀 것은 한마디로 ‘마케팅은 기업의 매출을 증대하는 활동.’ 이라는 것이다. 소비자의 니즈 어쩌구 저쩌구 하는 말들은 의미가 있지만, 사실 교실 밖에서는 별로 쓸모 없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마케팅 전략에는 많은 전술적(tactical) 무기들이 있겠지만, 광고는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무기임에 분명하다. 그 광고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마케터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기업의 마케터가 군대의 장교이자 전략가라면 광고 에이전시는 바로 부사관 같은 존재이다.
기업의 마케터의 관점과 광고 에이전시의 관점은 다소 다를 수 있지만, 두 사람(혹은 그룹)이 일치된 목적의식을 가지지 않고서는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
한국에 다시 돌아오고 나니 역시나 내가 계속 싫어했던 SK Telecom에서 또 한번 내가 싫어하는 방식으로 광고를 틀고 있었다. 내가 10대때 가장 좋아했던 김광석과 내가 30대때 가장 좋아하고 있는 아이유를 써서, 정말 허망한 광고를 만들었다.
도대체 SK Telecom에서 그런 광고를 틀어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누가 이런 광고를 만들자고 했는지도, 누가 이런 광고를 허락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양쪽다 한심했다. ‘내 돈으로 내가 만들어서 내가 트는데 너가 무슨 상관이냐?’ 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국내 산업을 선도한다는 기업에서 그러면 안된다. 고민하지 않고 돈을 쓰는 기업인들은 결국 일반인들이 기업인들에 대해서 갖고 있는 많은 반기업정서에 한번 더 나쁜 영향만을 끼칠 뿐이다. 차라리 그런 광고를 틀 돈으로 불우이웃을 돕는게 낫다.
요즘 본 광고중에서 가장 추했던 광고는 따로 있다.
‘아토피엔 편강탕’
이게 이 광고의 전부였다. 세상에 이렇게 한심하고 추한 광고가 또 어디 있을까? 이것을 광로라고 만들까? 매출에 도움은 됐을까?
온갖 질문들이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이런 광고가 성공했다면, 그것 또한 실망스러울 것 같았다. 브랜드도, 그 상품을 써야 하는 이유도, 그 이유를 믿어야 할 근거도 없다. 그 제품만의 특색도 없고, 메시지도 없다. 아토피엔 편강탕…
오길비가 살아 돌아와서 한국의 광고쟁이들을 본다면 도대체 뭐라고 할까? 제발 매출에 도움이 되는 광고를 하시오! 라고 하지는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