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맥주 여행 (1/19 – 21)

스티븐과 이틀간 일본으로 맥주 여행을 다녀왔다. 시부야에 숙소를 잡고 도쿄에 있는 펍들을 둘러봤다. 이틀간 돌아본 펍은 다음과 같다.

  • Spring Valley Brewery (다이칸 야마)
  • Goodbeer Faucet (시부야)
  • Mikkeller Tokyo (시부야)
  • 타나카야 바틀샵 (메지로)
  • 워터링홀 (신주쿠/요요기)
  • 뽀빠이 (료고쿠)
  • 브루독 (롯폰기)
  • 크래프트헤즈(시부야)

스프링 밸리

기린에서 크래프트 맥주 분야에 진출하면서 다이칸야마에 만든 마이크로 브루어리이다. 깔금한 스타일의 라거가 절반 정도이고, 몇몇 가벼운 에일들과 포터/스타우트 그리고 가끔 실험적인 맥주들을 선보인다. 손님들이 양조 장비들을 잘 보면서 맥주를 즐길 수 있도록 맥주 장비들을 디스플레이를 해 놓았다. 대형 장비들은 아니지만 작고 아담하고 아주 잘 설계되었음을 알 수 있다. 스프링 밸리에서 가장 인상적인 맥주였던 것은 의외로 다이칸야마 스파클링이라는 맥주였다. 와인 효모를 사용해서 아주 상큼하고 가볍게 만든 맥주였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브루어리는 음식에 아주아주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Goodbeer Faucet

시부야 번화가에서 머지 않은 곳에 굿비어 포싯이라는 펍이 있다. 매장의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탭의 갯수는 무려 40여개이고, 베어드 비어를 통해서 위탁양조를 하는 자신들만의 맥주도 더러 있었다.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맥주들이 절반 이상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매장에는 외국인들이 많았고, 종업원들도 대부분 영어와 일본어가 가능한 사람들이었다. 음식은 가벼운 것부터 무거운 고기류나 양이 많은 종류까지 다양하다

Mikkeller Tokyo

미켈러 도쿄는 한국 신사동에 있는 미켈러바에 비해서 조금 임팩트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탭의 숫자도 작고, (30 vs. 20) 맥주들도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다. 일본 지비루(일본의 지역맥주)들이 몇개 게스트탭으로 있기는 하지만, 그다지 인상적인 맥주는 없었다. 하지만 내부 인테리어는 볼 만 하다. 일본적이면서도 미켈러적이다. 천장의 나무 장식이나 라이팅이 아주 절제미가 있으면서도 펑키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타나카야

타나카야는 메지로역 근처에 있는 바틀샵이다. 맥주 뿐 아니라 위스키, 와인, 사케 등이 가득하다. 내부는 모두 나무로 되어 있고, 냉장고들의 바깥면도 나무로 마감이 되어 있어서 아주 멋스러운 느낌이다. 맥주는 약 7-8개의 쇼케이스 냉장고에 들어 있는데, 대략 대륙별로 정리가 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이 가게의 좋은 점은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점. 굉장히 좋은 750ml짜리 맥주도 2000-3000엔 정도에 구매가 가능하다.

워터링홀

신주쿠와 요요기의 경계쯤에 있는 이 가게에서는 우리가 갔을 때 마침 오레건 비어 위크(Oregon Beer Week)라는 특별한 행사를 진행 중이었다. 오레건의 유명 브루어리들의 맥주를 2-3종씩 구비해놓고 판매하고 있었다. 이런 일이 자주 있지는 않겠지만, 예컨대 케스케이드 브루어리의 맥주를 5종류 모두 마셔볼 수 있는 기회는 한국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꽤 드문 기회였다고 할 수 있다. 이정도의 행사를 기획하는 것 만으로도 이 펍의 클래스를 알 수 있다.

뽀빠이

뽀빠이는 료고쿠라는 곳에 있는데, 시부야에서는 꽤 멀리 떨어져 있어서 전철을 타고 30분 정도 가야만 했다. 료고쿠역에 내려서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골목길을 좀 걸어가다보니 왁자지껄한 펍이 나타났고, 심지어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보였다. 우리도 밖에서 10-20분 정도 기다렸다가 겨우 들어갈 수 있었는데, 펍 안쪽은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었다. 기껏해야 30-40평도 안되 보이는 작은 펍 안에는 100명 정도의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탭의 숫자는 무려 70여개. 일본에서 구할 수 있는 지비루/일본 크래프트 맥주는 거의 다 여기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 같다. 우리는 10개짜리 샘플러를 시켰는데, 아쉽게도 확실히 일본 맥주보다는 수입맥주가 아직까지는 좀 더 맛있는게 많았다.

브루독 롯폰기

브루독의 맥주는 이미 한국에 많이 들어와 있기는 하지만, 브루독 롯폰기에는 브루독의 실험적인 맥주들을 좀 더 많이 마셔볼 수 있다. 주로 배럴에이징 한 맥주이거나 도수가 매우 높은 맥주들이긴 하다. 미켈러 맥주들이 게스트탭으로 있고, 안주들도 거의 한국의 개스트로 펍 수준으로 훌륭하다. 내부에서는 카드게임이나 보드게임도 가능.

크래프트헤즈

시부야역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다보면 골목 안쪽에 있는 펍이다. 항상 일본에 수입되는 맥주들 중에서 가장 구하기 힘든 맥주들을 탭으로 꽂는 곳이 여기라고 들었다. 다만 한가지 단점은 가격이 조금 비싼 것이다. 우리가 간 날은 마침 IPA day를 진행중이어서 탭에는 거의 IPA만 꽂혀 있었다. 내가 미국에서 마셔본 가장 인상적인 페일에일이 하프에이커의 데이지 커터였는데, 마침 이곳에서 그 맥주를 만날 수 있어서 무척 반가운 마음에 한잔 시켰다. 그런데 아쉽게도 홉이 모두 날아가서 아쉬웠다. 바틀로 고제를 한 병 더 마시고 여행을 마무리했다.

결론적으로 느낀점 3가지

이번 일본 여행을 통해서 전반적으로 느낀 점은

1. 일본의 펍들은 탭들이 많이 겹치지 않고, 자신들만의 특색있는 맥주를 서빙하고 있다는 점.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맥주가 수입되면 많은 펍들이 그 맥주를 동시에 탭에 꽂아서 어디를 가나 그 맥주를 파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은 탭 셀렉션에 다양성이 많이 있는 편이었다. 게다가 펍마다 탭의 갯수가 무려 30-70개까지 엄청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몇몇 펍에서는 캐스크 맥주에 담긴 리얼에일도 서빙하고 있었다.

2. 펍들에서 나오는 음식들의 수준이 꽤 높다는 점이다. 스프링밸리와 같은 대기업에서 자본을 투자한 곳 뿐 아니라 뽀빠이 같은 외진 동네에 위치한 작은 곳에서도 아주 작은 디쉬의 가벼운 음식부터 스테이크류 같은 헤비한 음식까지 모두 서빙하고 있었다.

3. 마지막으로 한가지 부러웠던 점은 크래프트 맥주를 마시는 소비자층이 매우 다양했다는 점. 젊은 사람, 나이든 사람, 남녀, 외국인/일본인 등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크래프트 맥주를 즐기고 있어서, 20대후반, 30대초반에 소비자가 집중되어 있는 한국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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