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에서만 있는 것이 조금 지겨워서, 암스테르담 정착 3주만에 드디어 도시를 벗어나 보기로 했다. 일단 가장 만만하고 가까운 도시인 로테르담으로 행선지를 정했다.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은 기차로 불과 한시간도 안되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회사에도 몇몇 사람들은 로테르담에서 우리 회사까지 출퇴근을 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과 인천 정도라고 할까? 회사의 몇몇 친구들에게 로테르담에 가면 무엇을 꼭 봐야 하는지 물어봤는데, 뾰족한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들 하나같이 로테르담의 건축물들은 잘 눈여겨 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로테르담은 2차 세계대전 때 아무것도 남겨지지 않을만큼 지독한 폭격을 당한 곳이다. 히틀러가 이곳을 무차별 폭격하였고, 그 결과 네델란드는 바로 독일에게 항복하게 된 것이다. 그만큼 철저하게 파괴되었기 때문에 로테르담의 건물들은 대부분 전후에 새롭게 지어진 것들이며, 그래서 더 계획적으로 지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로테르담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많은 리뷰들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어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앱(App) 중에서도 로테르담을 소개하는 앱들이 몇가지 있어서 나름대로 출발 전부터 계획을 가지고 출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루만에 모든 것을 둘러볼 수는 없기에 나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많은 여행기나 리뷰들이 많은 내용을 담으려고 노력하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꼭 봐야하는 몇가지 혹은 나름의 테마를 가지고 여행할 때 가봐야 하는 곳일 것이다.
일단 나는 로테르담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을 한 곳 찾아봤다. 주중에 죽도록 일한 다음인데다가 주중에 계속 샌드위치만 먹고 일했기 때문에 좀 영양보충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로테르담의 남쪽에 위치한 FG Restaurant 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이 곳은 쉐프 François Geurds 가 만든 레스토랑으로 로테르담을 대표하는 레스토랑 중에 하나로 많은 리뷰에 소개되어 있었기에 꼭 한번 가보기로 마음 먹었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일단 이 곳에 앉아서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하고 그 다음에 시내를 둘러보기로 한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일단 암스테르담 중앙역으로 간 다음에 다시 기차를 타고 로테르담으로 향했다. 기차편이나 시간을 제대로 확인 안하고 무작정 암스테르담으로 간 덕분에 기차를 좀 잘못 탄 것 같다. Rotterdam Sprinter 라고 쓰여져 있길래, 당연히 로테르담으로 빨리 갈 수 있는 급행열차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45분 정도면 가는 로테르담을 둘러 둘러 1시간이 넘는 시간에 가는 열차였다. 중간에 내려서 빠른 열차로 갈아탈까 고민을 잠깐 하다가, 그래도 주말이니까 여유를 갖으려고 그냥 타고 쭉 갔다.
FG Restaurant, Rotterdam
계획대로 일단 FG레스토랑으로 향했다. 토요일 아침 일찍 방문한 FG 레스토랑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내가 앉은 테이블 이외에 한 테이블 정도가 더 있는 정도였다. 창 밖으로는 부둣가가 보이는 레스토랑의 풍경은 부슬비가 오는 와중이라서 그런지 더 한적하고 여유있어 보였다. 한켠에 한 사람을 위한 자리라고 치기에는 좀 넓은 자리를 잡아 주어서 책도 읽어가면서 거의 2시간 반에 걸친 느긋한 점심 식사를 하게 되었다.
FG레스토랑은 음식 하나하나에 쏟은 정성과 그 안에 담긴 아이디어도 느껴지고, 서비스나 맛은 말할 나위 없었다. 기본적으로 네델란드의 음식이 그렇게 풍미를 자극하는 음식은 아닌데다가 샌드위치 위주의 식단을 몇주째 먹고 나니 이런 음식들의 고마움을 더욱 깊이 느끼게 된다. 게다가 나로서는 꽤나 오랜만에 와보는 미슐렝 스타 레스토랑이던가. 이 곳에 대한 내용은 아래 사진들로 대신하고자 하며, 만약 로테르담에 가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꼭 한번쯤 방문해 볼 것을 권한다.













거리 자체가 건축 박물관
로테르담은 거리 자체가 건축 박물관의 느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면적의 효율성을 강조한 정육각형 형태의 건물들이 많지만, 로테르담에서는 정말 특이한 형태의 건축물들을 길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5분이 멀다하고 나타나는 신기한 건축물들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 나는 연신 카메라를 꺼내 들었고, 사진을 찍다보면 주변에 나처럼 사진을 찍고 있는 관광객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마르크탈
아마도 로테르담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을 꼽으라면 이 곳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거대한 아치형 건물 안쪽에 커다란 시장이 들어서 있다. 이 시장 안에서는 다양한 나라의 음식들을 팔고 있으며 물론 네델란드 음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긴 하다. 다양한 치즈나 고기류들을 파는 상점이나 샐러드, 주스, 커피를 파는 상점들까지. 이 곳은 흡사 중세의 유럽 장터가 현대의 모습으로 재탄생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거대한 아치의 내부에는 예술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그 안에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고개를 들어서 천장을 바라보게 한다. 이 아치의 바깥 부분은 아마도 주거용 공간들이 들어 있는 것 같다. 한마디로 안쪽은 거대한 시장, 바깥 쪽은 주거 공간인 주상복합 건물인 셈이다.
건축의 도시 로테르담의 위상에 걸맞게 대표하는 장터마저도 너무나 예술적이어서 놀랐다. 게다가 이 건물은 단지 지상 1층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하로도 넓은 공간들이 이어져 있다. 이 곳은 길을 잃고 한두시간 쯤을 헤매면서, 집에 가면 별로 찾게 되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이런 저런 식료품 쇼핑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지치게 되면 근처 커피샵에 들어가서 잠시 지친 다리를 쉬며 휴식을 취하면 된다.
마르크탈을 나오면 국내 언론에도 여러번 소개된 바가 있는 큐빅 하우스가 있다. 나는 TV 프로그램에서 몇번인가 본 적이 있었기에 굳이 내부를 들어가보지는 않았으나, 내부도 꽤 재미있는 장치(?)들이 있다고 하니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한번쯤 들어가 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Locus Publicus Rotterdam
마이클 잭슨의 책 The Great Belgian Beers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이 곳은 벨기에 맥주를 많이 취급하는 펍이다. 벨기에 맥주 셀렉션도 훌륭하고, 펍의 분위기도 좋다고 인터넷에 리뷰가 많이 올라와 있었기에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담한 분위기에 탭에는 15종류의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대중적인 주필레나 기네스부터 시작해서 트리펠 카라멜리에를 탭도 탭으로 볼 수 있었다. 그 밖에 굉장히 강력한 Bottle 라인업도 보유하고 있었는데, 벨기에 트라피스트 맥주나 Abbey 맥주가 웬만한 것들은 거의 다 있었다.
2층으로 된 복층 구조인데, 2층은 주말에는 주로 단체모임이나 파티를 위해서 할애되고 있었고, 1층에는 낮부터 동네 사람들 및 이 곳 단골로 보이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들이 목을 축이고 있었다.
펍에는 빼곡한 맥주 병들로 장식이 되어 있고, 한쪽에는 분위기를 살려주는 벽난로도 있다. 나는 이 벽난로 앞에 앉아서 몸을 데우면서 막시무스 임페리얼 세종(Maximus Imperial Saison)을 한잔 마셨는데, 임페리얼 세종 탓인지 아니면 따뜻한 벽난로 탓인지 금새 몸이 뜨거워졌다.
높은 천장에는 해바라기 모양이 등이 운치있게 달려 있고, 테이블위에는 작은 촛불들이 켜져 있어서 분위기를 더해 주었다. 직원들은 갈색 앞치마를 두르고 맥주를 서빙하고 있었는데, 조금은 프로페셔널한 느낌을 준다. 검은색 앞치마는 주로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나 요리사들에게 어울린다면, 이 펍의 내부가 온통 원목 느낌이라서 그런지 왠지 이곳에서만은 갈색 앞치마는 맥주를 서빙하는 사람들만 두를 수 있는 고유의 색깔 같은 느낌이다. 직원들이 아주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묻는 말에는 꼬박꼬박 대답을 해주었다.













로테르담 역으로 돌아와서 기차를 타고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왔다.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은 가까이에 있지만, 느낌이 많이 다르다. 암스테르담이 더 고풍스럽고 오래된 건물이 많으 반면 로테르담은 보다 현대적이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차이라고나 할까.
그 동안 회사 업무가 너무 많아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기에 적당한 여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인근에 산책을 다닐 수 있는 도시가 있으면 종종 방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다.
최근에 계속 일상적인 이야기들만 올려서 조금 블로그의 정체성이 애매해 지는 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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