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에 도착한지 어느덧 3주가 지났다.
정착하기
오자마자 첫날은 Expat Center 라는 곳에 가서 Residence Permit 을 받기 위한 서류 작업을 했고, 바로 같은 건물에 있는 ABN AMRO 은행에 가서 계좌를 만들었다. 나는 여전히 서울 오피스의 Payroll 에 있기는 하지만,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을 처리하면 이곳 계좌에 유로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류를 처리하고 이곳에 계시는 우리 형님의 후배를 만나서 저녁을 얻어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유럽으로 수출되는 대부분의 한국 제품은 네델란드의 로테르담(Rotterdam)이라는 항구로 들어온다고 한다. 그러니까 로테르담이 유럽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셈이다. 많은 한국 회사들의 유럽 지사 본부 혹은 해외 법인 본부가 암스테르담에 있는데, 그 이유가 조금 이해가 갔다. 로테르담은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로 불과 한시간 거리이기 때문이다. 이 곳의 한국 커뮤니티는 그리 크지는 않은 것 같았고, 대부분이 Amstelveen 이라는 암스테르담 남부에 있는 타운에 살고 계신 것 같았다. 그래도 한국 법인이나 지사들이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나와 계신 분들의 가족들을 포함하면 족히 몇백명 이상은 될 것 같다.

반면 내가 사는 곳은 암스테르담의 시내쪽이라고 할 수 있다. (위의 지도에서 빨간 동그라미가 내가 사는 곳이고, 녹색 동그라미가 회사가 있는 곳이다)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번화가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번화가로 들어가는 입구 쯤은 되는 것 같다. 내가 사는 곳의 근처에는 Museumplein 이라는 박물관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고, 이 곳에는 라익스 뮤지엄 (Rijksmesum) 이라는 네델란드 국립 박물관을 비롯해서 반고흐 미술관 등이 가깝게 있었다. 집에서 걸어서 5-10분 정도면 가는 거리여서 지난 3주 동안 이 곳의 박물관들은 산책 삼아 한번 둘러 보았다. 마침 후기 렘브란트 전시회도 하고 있어서 좋은 타이밍이었다.



구경하기
주중에는 일을 하고, 주말에는 집 주변과 암스테르담 시내를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다니면서 시간을 보냈다. 암스테르담은 트램(지상철)이 아주 잘 되어 있어서 돌아다니기에는 좋았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다시피 암스테르담은 자전거의 천국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가까운 거리는 운전보다는 자전거로 다니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자전거 도로가 따로 있음은 물론이고, 자전거 신호등도 완벽하게 어디든 설치되어 있다.
암스테르담이 이렇게 자전거를 사용한 교통이 발달할 수 있는 이유는 도시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도시 전체 규모로 보면 서울의 강남구와 송파구 정도를 합쳐 놓은 정도일 것 같다. 인구 백만이 조금 안되는 정도라고 하니, 그보다 작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괴물같이 거대한 서울, 도쿄, 베이징, 시카고(근교)에 살다가 암스테르담과 같이 아담한 도시에 오니까 또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지금까지 3주는 주로 생활을 위해서 필요한 장보기/쇼핑과 암스테르담 시내 걸어다니기, 그리고 박물관 견학(?)으로 보냈다. 이렇게 말하면 많은 일을 한 것 같겠지만, 사실은 주말에만 잠깐씩 했던 일들이다. 암스테르담은 유럽에 배낭여행을 오는 사람들이라면 하루나 이틀 정도만을 보낼 정도로 볼만한 것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사실 암스테르담에서 흥미가 있을만한 것들은 거의 본 것 같은 느낌이다. (심지어 심심해서 혼자 Canal Cruise, 즉 운하를 배를 타고 도는 투어도 했다.)
일하기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겠지만… 주중에는 한국에서보다 더 오래 일을 했다.
네델란드는 선진국이라서 다들 집에 일찍 갈꺼라고 생가했는데, 완전히 오산이었다!!
아침에 8시에서 8시 반정도 출근해서 밤에 1시정도에 퇴근을 한다. 그리고 점심/저녁을 모두 오피스의 캔틴 샌드위치나 배달 음식을 시켜서 먹는다. 그러니가 거의 하루의 대부분을 오피스에서 보내는 셈이다.

점심은 오피스 내부에 있는 캔틴에 모여서 저렇게 먹는다. 중국집에 있는 식탁처럼 가운데가 돌아가는 구조라서 가운데 모든 재료를 올려놓고 빙글빙들 돌리면서 자기가 원하는 재료를 집어다가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
처음에는 좀 익숙하지 않았는데, 2-3주 지나다보니 나만의 샌드위치 재료가 생겼다. 나는 치즈와 살라미를 좀 많이 넣어서 먹는 편인데, 네델란드는 치즈가 정말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동네 수퍼마켓을 가도 치즈가 수십 종류이다. 그런데 알고보면 대부분 고다(Gouda) 치즈 한종류일 뿐이고, 숙성 정도만 많이 다른 경우가 많다.
아무튼 점심은 저렇게 갖은 재료로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먹는데, 보통 30분이 안걸린다. 정말 효율적이긴 하다. 그런데 아직은 괜찮지만 6개월 내내 저렇게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으면 좀 싫을꺼 같긴 하다.

저녁식사는 오후 5시에 리셉셔니스트가 메일을 돌릴 때, 주문을 할 사람은 google docs에 자기의 케이스 코드와 이름을 올리면 된다. 그러면 6시 반이나 7시쯤 위에 있는 사진처럼 저녁이 배달된다. 요일마다 메뉴가 다르긴 한데 저녁은 별로 맛이 없어서 끼니를 떼우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점심 저녁을 모두 회사에서 먹으니, 같은 시간을 일해도 한국보다 1시간에서 한시간 반 정도는 더 일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효율적이라고 볼 수는 있겠으나, 한국처럼 밥먹으면서 일상에 대해서 시시콜콜 이야기하는 끈적함은 확실히 없다.
우리 회사가 있는 빌딩에는 컨설팅을 제외하고도 몇개의 미국계 투자은행이 함께 들어와 있는데, 이 건물 경비원에게 혹시 우리가 제일 집에 늦게 가냐고 했더니, 우리보다 더 늦는 회사들도 있다고 한다. 새벽에 집에 가려고 건물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으면 양복에 넥타이를 메고, 누가봐도 뱅커임이 분명한 사람들 몇명이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광화문 쪽의 건물들에서 볼 수 있는 굉장히 익숙한 광경이다. 심지어 우리 회사내에서도 내가 1시쯤 퇴근을 하는데, 내가 퇴근할 때 나 말고도 몇명인가가 더 일을 하고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내가 이런 소식을 우리 서울 오피스에 전하니까 사람들이 매우 기뻐한다.)
이번주에는 내가 우리 팀 애들한테 ‘너희가 한국보다 일하는 시간이 좀 더 긴것 같아’ 라고 이야기 해 줬더니 좀 충격이 컸나보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들이 한국처럼 불쌍히 사는 애들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이번 프로젝트는 딱 3주짜리 commercial DD(기업 실사) 였기 때문에 3주 내내 삼시세끼 중에서 두끼는 회사에서 샌드위치나 배달음식을 먹었다.
아무튼 빡센 회사는 세계 어딜 가든지 빡세다. 이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암스테르담은 거의 둘러볼 만큼은 둘러 보았으니, 이제 천천히 눈을 밖으로 돌려서 다른 도시들이나 이웃 나라도 여행을 해 볼까 생각 중이다.
어느 덧 6개월 중에서 벌써 3주가 지나갔다. 시간 참 빠르다.
(혹시라도 이 블로그를 보시는 분 중에서 암스테르담에 거주하거나, 곧 방문 계획이 있으신 분은 알려주세요. 주말에 엄청 한가합니다 -_-)

PS. 네델란드에도 야쿠르트가 있다. 정말 한국꺼랑 똑같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