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패러독스

 

안철수 후보의 대통령직 수행시의 단점은 국정 운영 경험이 없고, 정당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에 지지기반이 약하다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염려 concern에 대해서 안철수 본인은 나쁜 경험이 없고, 얽매일 인맥이 없는 것은 개혁에 있어서 오히려 좋은 일일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경험이 없는 것이 어떤 일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오히려 장점이 된다” 이라는 식의 논리에 대해서 나는 ‘안철수 패러독스‘라고 말하고자 한다. 이러한 안철수 패러독스의 논리는 (특히 이렇게 오랫동안 부패한 분야에 대해서) 직관적으로는 설득력이 있는데, 몇가지 조건이 성립할 때에만 그러하다.  그 세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지속 가능한가?

정말로 안철수는 기존의 정치 논리에 있어서 자유롭고, 얽매일 것이 없을까? 기존 정치인들은 구태의 정치에 물들었기 때문에 때가 묻었는데, 안철수는 그렇지 않은가? 이 질문에 대해서 나는 개인적으로 ‘그렇다’ 라고 말하고 싶다. 여기에 ‘안철수 스스로는 그럴지 모르지만, 그의 주변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라고 말할 수도 있다. 대선 출마선언 당시에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철수 지지층에서 큰 염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그런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주변 사람으로까지 범주를 넓히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중요한 것은 안철수 스스로가 중심을 잡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주변에 어떤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하던지,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대통령 본인이 그런 모든 의견을 수렴해서 자기 의지대로 결정할 수 있다면 된다는 뜻이다.

오히려 걱정되는 시나리오는 단일화 이후에도 그가 순수함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지속가능성’이다. 단일화를 하려면 아무래도 주고 받는 give and take 것들이 생길 수 밖에 없고, 주고 받는다는 뜻은 상대방에게 빚을 지게 되는 점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는 순간 안철수는 ‘때묻지 않고 빚진 것이 없는’ 사람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안철수가 단일화의 대통령이 되면 그는 민주당에 빚을 진 대통령이 될 수 밖에 없고, 그가 가지고 있던 ‘때묻지 않고, 빚진 것이 없어서 마음껏 개혁할 수 있는’ 가치는 퇴색한다.

2. 실행 가능한가?

나는 안철수 패러독스를 들으면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인 전략 컨설팅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 전략 컨설팅 업체의 프로젝트 중에는 고객사 내부적으로는 도저히 결론이 안날 것 같은 이슈들에 대해서 조직의 정치논리에 좌우되지 않는 ‘제3자의 객관적인 시각’을 제공하는 경우가 종종 많다. ‘외부인의 시각’이라는 것은 분명 그 조직 안에 오래 있던 사라들에 비해서 신선하고 객관적이다. 그런 부분에서 전략 컨설팅 회사들의 가치가 나올 때가 많다.

문제는 실행이다. 결국 실행을 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답을 제시해도 그 정답이 실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1) 그 정답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 2) 그 정답을 실행하기 싫을 때, 3) 그 정답을 실행할 수 없을 때로 나눠볼 수 있다. 안철수의 약점은 1), 3) 보다는 2)번에서 나올 것 같다. 안철수 후보가 이야기를 어렵게 하는 사람도 아니고, 공감을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리고 실행 불가능한 일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하지만 밖에서 굴러온 돌에 해당하는 안철수라는 지도자에 대해서 그의 말을 ‘듣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꽤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그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그가 직접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입을 빌어서 그의 생각이 실행되도록 하는 편이 더 실행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단일화의 논리에서 보자면, 직접 대통령이 되기 보다는 오히려 국무총리나 부통령 급의 새로운 자리를 신설해서 그런 자리를 상대후보와의 deal을 통해서 받아 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유사성이라는 이유에서 전략 컨설팅 측면에서 하나만 더 첨언하자면, 컨설팅은 실행의 끝까지 책임질 수 없는 경우에는 실행 하나하나를 책임지기 보다는 ‘조직의 변화’에 촛점을 더 맞추는 경우도 있다. 사실 어떤 일이 수행되지 못하는 경우는 당장 그 일에대한 추진능력이 없는 경우보다 조직의 분위기 자체가 준비가 안되거나 문제의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안철수 후보가 직접 모든 일을 실행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정부 국정의 분위기를 바꾸는 것으로도 가치를 낼 수 있다.

3. 외부시각이 반영되는가?

도널드 럼스펠드가 사용한 단어중에 유명한 단어 ‘unknown unknown’ 이 있다. 우리가 아는 지식(known known), 우리가 모른다고 인식하고 있는 분야(known unknown), 그리고 우리가 전혀 인식하고 있지 못하는 어떤 알 수 없는 분야 (unknown unknown)이 있다는 것인데, 즉, 실제로 일을 수행하다보니 애초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이슈들이 생길 수 있음을 unknown unknwon 이라고 표현한다.

심리학자이지만 행동경제학에 큰 기여를 한 다니엘 카너먼 (Daniel Kahnemman)은 그 이유를 inside view (내부관점)만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하기 때문이며, outside view (외부관점)이 반영되어야 극복된다고 한다. (개념상 좀 헷갈릴 수 있는데, 여기서 내부관점은 계획을 세우는 팀 안의 관점만을 이야기하고, 외부관점은 팀 외부의 관점을 이야기하므로, 객관적 시각을 제공하는 제3자들의 집단 자체만의 시각을 내부관점이라고 칭한다)

안철수의 패러독스의 아킬레스건은 스스로는 모든 것을 파악했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비록 파악할 수 있어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과신한 문제들에 대해서 막상 닥치고 보니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함을 뛰늦게 깨닫게 될 때이다. 이러한 unknown unknown 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지금 혹은 그 이전에 정부의 행정적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시각을 많이 반영하는 것. 이런 의미에서 단일화는 안철수 후보에게는 외부관점을 확보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만, 그러한 외부관점이 너무 지나치게 내부관점에 영향을 미치는 순간 안철수의 엣지는 사라지므로 양날의 칼이라고 할 수 있다.

나가며…

어제 안철수 후보가 정책 비전을 발표했는데, 역시 그 내용은 공감을 하지만 나의 머릿속에는 위의 질문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내 주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후보 단일화를 통해서 안철수가 ‘상징적’ 대통령의 역할을 수행하고, 문재인씨가 국무총리나 부통령과 유사한 직책을 수행하면서 ‘실무적’ 대통령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흥미로운 시나리오라고 생각하고, 나 역시 그럴듯 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의 손을 많이 더럽혀야 하기 때문에, 많은 표가 손실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 과정에서 위에 언급한 안철수 패러독스의 세가지 조건이 어떻게 충족되느냐가 이번 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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