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괄식형 인재의 시대

 

우리는 학교에서 글을 쓰는 방식이나 말하는 방식에는 두괄식과 미괄식 등이 있다고 배웠다. 모두 알다시피 동양의 문화에서는 지금까지 미괄식이 대세였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 라는 말이 말해주듯이 우리나라의 대화법에서도 미괄식이 전통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두괄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그 이유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비즈니스에서는 신속하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데, 두괄식으로 말하는 것이 이러한 목적에 더 알맞기 때문이다.

문서의 처음에 Executive Summery를 꼭 넣는다든지, 결론을 먼저 보여주는 것 등이 이러한 관습이다. 이제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so what’ 에 대해서 먼저 말하는 것이 점점 일반화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바쁜 세상에서 이것저것 다 들을 시간도 없고, 결론만 들어도 대부분 이해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만약 이해가 안되면 질문을 하면 되는 것이고…

내가 전에 일하던 회사에서는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recommendation을 먼저 말하라고 배웠다. 네가 회사에서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항상 문서와 verbal communication에서 먼저 밝히고, 그 다음에 이유는 1), 2), 3), … 그 백업 데이터는 어디, 어디, 어디 있다고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이었다.

이번 여름에 내가 일하게 될 회사에서는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answer first 라고 한다. 비록 hypothesis일지라도 먼저 (가설적인) 답이 있고, 그 다음에 그것을 증명하는 과정으로 일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구두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에도 답을 먼저 말하라는 것은 물론이다. 결국 이렇게 answer first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효율성과 명확성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이 사회 전반으로 뻗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기업의 세계에서 추구하는 효율성과 명확성이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경향을 이곳저곳에서 본다.

그러나 이러한 두괄식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곳이 있으니 그곳은 바로 1) 정치, 2) 미디어 이다.

정치가들은 질문에 대해서 답을 제대로 하지 않고 요리조리 피해간다. 내가 잘 듣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듣다보면 정말 답답한 분들이 나오시는데, 그 분들에게 손석희 교수가 하는 가장 많은 코멘트는 ‘제가 드린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는 않으셨습니다’ 이다. 처음부터 답을 하지 않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가 자기의 이야기를 끝내버리니까 결국에는 미괄식으로 하면서 명확한 답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에 생각해보면 미괄식은 상당히 말하기 전부터 깊이 생각을 해야 하므로 지금과 같이 verbal communication 이 중요하고, 게다가 순발력까지 요구되는 시대에는 더욱 부적절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인것 같다.

신문에서는 일명 ‘미다시 (일본어로 눈에 띈다 라는 뜻임)’ 라는 머릿기사를 뽑는데, 이 머릿기사를 제대로 뽑지 못하는 기자들이 너무 많다.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모르는 것이다. 네이버 머릿기사에 낚시질 당한 사람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다 무슨 말일지 알 것이다. 기자들은 거짓말하면 안된다.

앞으로는 더 많은 정보가 흘러 넘치고 미디어가 발달함에 따라서, 그리고 효율성과 명확성이 점점 더 중요해짐에 따라서 이러한 ‘두괄식형 인재’가 더 부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묻는 말에 명확하게 먼저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음에 가끔 놀란다.

훌륭한 커뮤니케이션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두괄식 커뮤니케이션이 그 가장 기초라는 것이다.
항상 명심해야겠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