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을 읽었다.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려서 읽었고,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지만, 다른 리차드 도킨스 책처럼 재미있지는 않았다. 작년 12월 말경부터 읽기 시작했고, 3월이 되어서야 읽기를 마쳤으니, 거의 2개월에 걸쳐서 읽은 셈이다. 이기적 유전자같이 지적 즐거움을 주기보다는 ‘기독교’라는 대상에 대해서 일방적인 비판만 하다보니, 조금 식상하기도 했다. ‘이기적 유전자’는 반기독교적 책이라기보다는 인간 행동과 심리에 대해서 진화론적 관점에서 알기 쉽게 설명한 반면, 이 책은 관점이 불명확하게 느껴졌는데, 그 이유는 단순하게 비판에 치우쳐서 그런건 아닐까?
이 책은 유신론에 대해서, 그 중에서도 기독교와 유대교 및 이슬람교에 대해서 조목조목 비판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유일신 종교에 대해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방면에서 매우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이 책은, 사실 설득력이 있고, 과학적이며 논리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거듭)
도킨스라는 극단적인 무신론자의 얘기를 듣다보면, 확실히 나는 유신론자는 물론 아니지만, 무신론자도 아니라는 점도 알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할 때 즈음, 한국에서 기독교에 대한 논쟁(?)이 이곳저곳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은 오늘 아침, 이명박 대통령의 무릎꿇고 기도하는 사진이 온 인터넷을 도배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바로 Zeitgeist의 개념에 대한 설명이었다. 기독교와 성경에 대한 해석조차 시대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고, 우리의 윤리관과 종교관이라는 것도 진화하고 시대상과 여러 다른 요소에 영향을 받으므로, 너무 절대적 진리에 대해서 집착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도킨스는 이러한 경향이 기독교 내부에서조차 일어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즉, 기독교에서 이야기하는 성경에 대한 해석과 윤리관도 시대상황에 따라서 계속 변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다른 종교간의 상대성을 인정하기가 원론적으로 어려우면, 기독교 내부에서 시대에 따른 변화와 상대성을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