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고 말하기 – 김정운

종종 방송 등에 출연해서 재미있는 입담을 뽐냈던 김정운 교수님의 책이다. 요즘 왜 안나오시나 생각했는데, 책의 에필로그 부분에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서 알 수 있었다. 궁금한 사람은 책을 구매해서 보시길…

지식 엔터테이너로서의 이미지가 강한 김정운 교수님인데, 이 책은 꽤 학문적이다. 학문적인 것에 비해서는 읽기 쉽고, 마냥 교양서적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조금 어렵다.

김정운 교수님은 심리학자이지만, ‘말하지 않고 말하기’라는 제목이 말 해 주듯이 이 책은 ‘소통’에 대한 책이다.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상호주관성과 레프 비고츠키라는 학자의 이론을 바탕으로 SNS와 AI 시대에 인간간의 관계에 있어서 비언어적 소통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서 풀어내고 있다. 물론 김정운 교수님 특유의 방식대로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중간중간 많이 등장한다.

엘리아스가 주장한 ‘문명화 과정’의 산물인 눈맞춤, 시선, 신 체적 접촉의 원칙 등이 사이버스페이스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습니다. 수백 년에 걸쳐 강력하게 작동하던 수치와 부끄러움, 예의와 품격 같은 행동 규범이 온라인에서는 약화되거나 무력화됩 니다. 익명과 비대면의 사이버스페이스에서는 문명화 과정을 통 해 구성된 ‘책임지는 개인’은 단번에 해체됩니다. 오프라인에서 는 당연히 억제되었던 언어폭력, 비아냥, 조리돌림, 집단 따돌림이 온라인에서는 수시로 발생합니다. 원시적 분노와 적개심의 표출은 더 이상 부끄러운 행동이 아닙니다. 그 결과 이제까지 공동체를 유지해왔던 상호작용의 원칙들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됩니다. 사회적 신뢰도 붕괴됩니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일어나 는 자기통제의 붕괴, 상호 존중의 약화 같은 현상을 학자들은 ‘탈 문명화Encilisterung 로 설명합니다.

책 본문 90페이지

책에 등장하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으로는 다음의 개념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순서대로 책의 목차와도 같다.

  • 터치(touch)
  • 눈맞춤(eye contact)
  • 정서조율(affect attunement)
  • 순서바꾸기(turn taking)
  • 함께보기 (joint attention)
  • 관점바꾸기(perspective taking)

AI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인간을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우리 사회를 엄습하는 지금, 과연 인간의 상호주관성에 기반한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무엇인지를 한번 되짚어 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덕분에 과연 인간다운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는 SNS 시대를 거치면서 어떻게 많은 것들을 무시하면서 살았고, 이제 다시 AI 시대를 앞두고 있는지 생각해 볼만 하다.

최근에 김정운 교수님 나온 유튜브 방송 3부작이 있는데, (더 업로드 예정인지는 알 수 없으나) 엄청 재미있다. 무엇보다 이 영상들을 보고 나서 책을 읽으면 책이 50% 정도는 빨리 읽힌다. 아울러 책을 읽을 때 김정운 교수님의 목소리가 책의 문장 위로 보이스 오버되는 효과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김정운 교수님이 여수에 만들었다는 ‘미역창고’를 개조한 작업실을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2만권이나 보유하고 있다고 하시는데, 나도 만만치 않은 양의 책이 있어서 늘 고민이었다. 그러다가 책에 나오는 김정운 교수님의 그 ‘장소’를 보고 너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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