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ood 라는 신기루

얼마 전에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 알 수 없는 경로로 일파만파 퍼졌다. 개인 페북이고 오픈된 계정도 아닌데, 어떤 경로로 퍼졌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덕분에 평소에 연락이 닿지 않던 많은 지인들에게 연락이 왔고, 몇몇 분들은 밥도 사주고, 위로도 해주고, 조언도 해주시고, 조언도 구하시고 하는 등, 바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료했던 백수의 삶에 반가운 만남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 어떤 분과 나눈 대화가 뇌리에 남는다. K-Food 에 대한 대화였다. 요즘 K-food가 핫한데, K-Food 라는 이름으로 한국 음식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타이밍이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는 K-Food 라는 것은 신기루라고 대답했다.

나는 우리나라에 외식 기업이 없다고 생각한다. 보다 명확하게 말하자면 ‘규모 있는’ 외식기업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외식업은 90% 이상이 자영업자 사장님 주도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말하면 많은 분들이 프랜차이즈 회사들을 이야기하면서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고… 하신다. 하지만 프랜차이즈의 본질은 외식업이 아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하는 일은 내가 볼 때는 크게 3가지인데, 1) 브랜드 생성 및 관리, 2) 점주 리크루팅 및 교육, 3) 식자재를 포함한 원부자재 유통이다. 이 활동에는 외식업 점포 운영이 포함되지 않는다.

실제로 점포를 운영하는 것은 점주들이고, 점주들이 그 점포의 오너이다. 물론 프랜차이즈 본사도 직영점을 운영하지만, 전체 점포에서 5%를 넘는 곳도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직영보다는 프랜차이즈 점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그 회사들이 점포 운영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직영점으로 100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스타벅스, 맥도날드, 아웃백 뿐이며, 이들은 모두 K-Food 업체가 아니다. 반면에 글로벌 외식기업인 스타벅스, 맥도날드, 쉐이크쉑, 딘타이펑 등은 모두 직영으로 운영된다. 그래야만 퀄리티가 유지되고 기업의 아이덴티티가 유지된다고 보는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직영점이 아니라 별도의 점주가 소유 및 운영을 하는 가맹점 중심이다. 그런데 그런 프랜차이즈 본사가 해외에 나가면 누가 점포를 운영할까? 확장을 한다고 하면 직영점으로 확장이 가능한가? 국내에서 직영으로 확장을 해 본 경험도 없는데, 어떻게 해외에서는 그게 통한다고 생각하나?

물론 10개 정도의 직영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곳들은 많이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고기, 냉면, 국밥 등 상대적으로 조리와 서빙이 규격화 되어 있는 곳들이며, 1세대 한식업체들로 전통과 노하우를 겸비한 곳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가족중심 기업이 대부분이고, 확장에 있어서 아주 보수적인 곳들이다.

우리나라의 외식업이 이처럼 일정 수준 이상의 기업체가 없이 프랜차이즈, 가족기업 또는 개인점주 위주로 되어 있는 것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돌아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우리나라에서 외식업은 50-60대에 은퇴한 사람들에게 10-20년 정도 더 경제활동인구에 머물러 있게 해주기 위한 역할을 많이 해 왔다. IMF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회사에서 짤리는 사람들이 나와서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 외식업체였고, 많은 여성들이 회사와 조직에 들어가서 남성대비 낮은 임금과 유리천장을 겪으면서 일하는 것 보다는 카페와 음식점을 차리는 것을 택했던 것이다.

요컨대 한국의 외식업의 양적 성장은 사회보장제도가 뒤늦게 발달한 덕분에 생길 수 밖에 없었던 대안적인 성격이 강하고, 제도적으로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외식업 관련 인허가를 받는 것이 까다롭지 않은 덕분이었다. 하지만 20년 넘게 직장만 다니던 사람들이 나와서 치킨집이나 커피숍이나 편의점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프랜차이즈 산업은 큰 경제위기가 생긴 직후에 크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왜냐하면 프랜차이즈 본사는 그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해주고, 경제위기때 회사 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본사가 제공하는 교육, 물류 그리고 브랜드에 대한 니즈가 강했기 때문이다. 경제위기를 지나고 나면 그만큼 창업을 하려는 점주의 풀이 늘어난 것이다.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만 보아도 상장사 중에서 외식업체가 100개 이상 있다. 그 중에서도 모스버거, 코코이치반야, 큐가쿠, 도토루, 사이제리야, 스카이락, 스시로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업체가 많다. 이들은 모두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직영을 통해서 성장했고, IPO 까지 해 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외식업을 본업으로 하는 상장사가 0개이다. 프랜차이즈 업체도 우회상장을 제외하면 교촌과 더본 딱 2개 뿐이다. 내가 우리나라에 외식업 기업 중에서 과연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곳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유다.

물론 우리에게는 요즘 핫한 파인다이닝 쉐프들도 있다. 흑백요리사나 다양한 미슐랭스타 레스토랑 소개 프로그램에 소개된 분들도 그 수준이 훌륭하다. 하지만 이들이 뉴욕, 런던, 싱가폴, 두바이에 레스토랑을 내는 것이 산업적으로 큰 임팩트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K푸드가 제대로 진출을 하려면 개인 사장님들이 진출을 하는 방법 이외에는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자신만의 매장을 여는 그런 분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외국 시장에 진출해서 문화가 다른 외국인 고객들에게 서빙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아마도 오랫동안 지금과 같은 관광시장의 호황이 유지된다면 아마도 그 중에서 개인 사장님들이 해외에서도 (아마도 가까운 일본에서 먼저) 유명해지고, 그들이 한두개씩 진출하는 것이 그나마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이다.

꼭 매장을 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삼양식품의 불닭의 성공사례도 빼 놓을 수는 없다. 외식업이 아니라도 식품제조업으로 전세계로 뻗어 나갈 수는 있으니 말이다. 차라리 이 케이스가 더 전망이 밝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라면이나 김밥처럼 상대적으로 외국인들이 직접 조리해서 먹기 쉽고, 대규모 유통체인을 통해서 다가가기 쉬운 아이템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서 의미 있는 K-Food 트랜드를 만들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외식기업이 있는가? 반대로 한국에서 외식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가? 일단 국내에 성공한 기업이 있어야 해외로 나가던지 할것 아닌가? 그럼 국내에서 경쟁력이 있는 외식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게 불가능하다면 식품제조업 중에서는 경쟁력이 있는 곳은 어디인가? 어떤 역량이 필요한가?

개인적으로는 이런 담론이 아주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 이미 우리나라는 프랜차이즈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음식과 커피와 식료품이 공급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을 들고 해외를 나가기에는 K푸드가 아직은 신기루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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