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최근에 우리나라 인구구조나 노령화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졌다. 그래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서울대 이철희 교수님이 알릴레오에 출연한 동영상을 봤다. 설명하시는 설명력이 뛰어난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샀다. 이 책을 내시고 나서 인구인간이라는 신간을 최근(2025년 12월)에 출간하셨는데, 먼저 나온 책과 최근에 나온 책 중에서 무엇을 살까 고민하다가 일단 먼저 쓰신 책을 읽자고 생각해서 이 책을 구매해서 읽었다.
인구와 관련된 책은 결국 통계와 거시경제에 대한 책일 수 밖에 없다. 이 책 역시도 우리나라 인구구조와 향후 전망에 대해서 다양한 통계를 통해서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물론 향후 예측에는 많은 가정이 들어갈 수 밖에 없어서 시나리오로 접근할 수 밖에 없는 한계는 있고, 지금의 트렌드를 기반으로 미래를 추정하는 우를 범할 수 밖에 없어서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고도의 경제학 트레이닝을 받으신 서울대 교수님에게 ‘썰’을 기대할 수는 없는 법…
일단 이 책은 엄청 재밌는 책은 아니다. 딱딱한 숫자와 통계, 추정, 시나리오 그리고 정책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다보니 술술 읽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많은 엉뚱한 상상에 빠져들게 되었다.
내가 했다는 상상은 바로 인구 구조의 변화가 기득권을 붕괴시킨다는 생각이었다. 이 책의 초반에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흑사병이 돌던 유럽의 출산율과 같지만, 흑사병과 현재 한국의 저출산의 다른 점은 인구구조의 차이라는 점이 나오는 부분이 특히 재밌었다. 어쨌든 인구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흑사병 같은 역사적 사건 이후에는, 그 이전까지의 인구구조로 혜택을 보던 기득권이 붕괴하고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계층이 출현한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아마도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기득권을 유지해 온 대기업, 부동산 중심의 부호층, 미디어/소비재/유통사 등이 뿌리째 흔들리는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상상해 보았다. 그 과정에서 인구가 줄어들어서 사회가 붕괴하기 보다는, 새로운 모습으로 재편되리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한국의 저출산은 향후 15년 정도까지는 큰 임팩트가 없다가, 그 이후에는 어마어마한 임팩트를 가져온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다. 그 과정에서 교육수준이 전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고령자들과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정도의 속도로 줄어든 젊은 노동자 계층으로 만들어진 사회가 어떤 모습을 띄게 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 책에서는 이민은 답이 될 수 없고, 노령층 근로자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며, 젊은 층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말하고 있다. 인구는 엄청나게 줄겠지만, 사회가 변혁하고 기술혁신이 일어나면 모든 분야에 걸쳐서 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특정 분야는 인력이 정말 부족하겠지만, 특정 분야에서는 인력이 남아도는 현상이 발생할테니 말이다. 지난 100년간 대한민국의 인구는 3배 정도 증가했지만, 여전히 어떤 분야에서는 인력이 부족하고 어떤 분야에서는 인력이 남지 않는가?
단순히 지금의 트랜드로 50년, 100년 후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쩌면 그다지 의미 있는 작업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기술혁신과 그로 인한 직업의 변화, 그리고 사회구조의 변화 등이 모두 고려되어야 의미 있는 예측을 할 수 있으나, 그런 것들은 예측이 아니라 예상 또는 거의 상상의 수준으로 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니 말이다. 실제로 이 책에서도 마지막 챕터인 ‘제안’부분에서는 그다지 실질적인 내용이라기보다는 단순히 ‘교수님의 좋은 말씀’이 좀 많았던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서 단기적으로 10-20년 정도의 한국 사회가 어떤 파도를 만나게 될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나 역사에서 극단적인 인구구조의 변화가 있을 때 혁명 수준의 사회변혁과 기득권의 실권이 일어난다는 점이 인상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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