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블리 박소령 대표의 책.
책을 읽는 중에 너무 마음이 힘들어서 몇번이나 책을 내려놓고 숨을 고른 후에야 다시 읽는 일이 반복되었다. 내가 겪었던 일들과 비슷한 일들이 어쩌면 이렇게도 많았는지. 공감되는 부분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Series B의 함정에 대한 내용은 거의 구구절절 마음에 와 닿았다.
우리나라는 실패 경험에 대해서 관대하지 못하다. 오히려 실패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나 또한 이런게 두렵다. 아무리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사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이력서에 남고, 직장을 구해야 하는 것은 현실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실패 경험을 통해서 배우는 것 보다는, 실패라는 결과로 인해서 그 사람에게 라벨을 붙이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을 쓴 박소령 대표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몇가지가 있는 것 같다. 1)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했는가? 무엇을 달리 할 수 있었는가? 2) 이 모든 것을 알더라도 창업을 할 것인가? 3) 내 경험은 온전히 내 것인가?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결정을 한 것은 아닐까?
나도 나의 경험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 나 역시 아직은 ‘실패’ 낙인이 찍혀 있기 때문에 이 원고를 출판할지 어떨지는 모른다. 그저 기억이 신선하게 살아 있는 동안에 원고라는 냉장고에 문자라는 형태로 얼려 놓고 싶었을 뿐이다. 어쩌면 나도 모를 감정과 생각을 일단 씹어 삼키는 과정으로 글을 쓰는 것을 택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나의 경험을 글로 남긴지 몇달 되었을 때, 박소령 대표의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 나는 내 책의 초고를 완성할 때 까지는 절대로 이 책을 읽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향을 받을까봐 두려웠다. 실제로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괜한 고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성이나 여러가지 틀은 전혀 달랐다. 나는 내 이야기가 많았는데, 역시 컨텐츠 덕후인 박소령 대표님은 영화, 만화, 소설, 경영/경제 서적 등을 전천후로 인용하면서 책을 전개해 갔다. 남/여의 차이도 있겠지만 문체도 많이 달랐다. 하지만 고민했던 포인트나, 창업자만이 알 수 있는 고통스러운 지점들에서는 정말 공감이 많이 되어서 책을 내려놓고 한참동안 멍하게 생각을 하거나, 한숨을 몇번 쉬고 나서야 다시 책을 읽어 나갈 수 있는 부분들도 있었다.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장병규의 스타트업 한국을 인용한 부분이었다. 스타트업을 언제 그만두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목표로 처음에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내가 쓴 문구들이었다. 나조차도 결국 지키지 못했던 내가 쓴 글을 인용한 것을 보고 숨이 멎는 듯 했다. 나의 바보같음과 후회스러움에 책을 내려놓고 한참 허공을 응시했다. 그 부분에서는 다시 책을 들지 못했다. 2-3일 후에야 다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창업이라는 과정, 그리고 성공이든 실패든 간에 그 과정은 100명이면 100명, 1000명이면 1000명 모두 다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각각의 중요한 순간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다르고, 어떤 결정, 어떤 생각, 어떤 결과를 마주하게 되는지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모두 다른 이 경험을 접하고 비슷한 감정이 든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이렇게 비슷한 고민을 많이 하는 줄 알았더라면 중간에 한번 만나서 차라도 마실 걸 그랬다.
박소령 대표님은 그래도 회사를 매각은 하셨네요. 제 기준에 그건 실패는 아닌데 ^^
아무튼 그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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