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소비지향적인 인간이다. 뭔가 사는 것이나 돈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 돈을 쓰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편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돈을 쓰면서 합리화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이런 경향이 많이 줄어들긴 했다. 특히 40대에 접어들면서는 특별히 사고 싶은 것은 줄어들었다. 대신에 큰 지출이 늘어났다. 아이템 갯수는 몇개 되지 않지만, 한번에 큰 돈이 드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되더라. 옷이나 신발, 작은 장난감 등은 점점 덜 사게 되었다. 무언가 사고 싶은게 있다가도 생각해보면 집에 다 있는 것들이고, 두번 생각해봐도 집에 가면 또 하나의 작은 쓰레기가 될 뿐이라는 생각에 사는 것을 포기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꼬물꼬물 무언가를 사는 경우들이 생긴다. 사고 나서 후회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 말이다.
그러던 와중에 이 책 ‘저소비 생활’을 보게 되었다. 그나마 남아 있는 나의 20-30대 시절의 소비지향적 성향마저 뿌리뽑아보겠다는 의지가 약간은 있었다. 그런 기대에 부합하게도 이 책의 초반에는 어떻게 하면 돈을 아껴 쓸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생활비를 아끼고, 쓸데없는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실용적인 팁들이 나오는 대목들이었다. 그리고 계획적으로 소비하는 방법이나 본인의 생활을 단순화하고, 소비에 휩쓸리기 쉬운 환경에서 벗어나라는 꿀팁 등이 등장했다.
책 중간중간에 저자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책을 구입하던 시점에는 몰랐지만 저자는 일본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였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데, 얼굴을 드러내고 하는 것은 아니고 팟캐스트 형식으로 목소리로만 녹음된 내용을 방송하는 형식인 것 같았다. 몇개 들어봤는데, 이를 테면 ‘청소가 좋아지면 완전 좋아지는 12가지’ 같은 에피스드가 주를 이룬다. 그러니까 생활습관이나 소비습관, 금전관리 그리고 가끔 커리어관리 등에 대한 어드바이스가 많이 다뤄지고 있었다.
책의 전반부만 읽고 나서는 솔직히 속으로 ‘일본인 짠순이네..’라고 생각했으나, 뒤로 가면서 이런 나의 뻔할 것 같다는 상상은 즐겁게 허물어졌다. 왜냐하면 뒤로 갈 수록 마음가짐과 인생관에 대한 내용으로 탈바꿈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소비하는 이유는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요지인 것 같다. 지금의 내가 싫기 때문에 그것을 바꾸거나 채우기 위해서 소비를 하게 되는 경우가 가장 많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뒷 부분은 자기자신에 대한 멘탈 관리와 ‘나에게 만족하는 법’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지금의 나도 좋다’라는 사고방식이 그 핵심이다.
자기 자신을 칭찬해주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이해하고, 고집과 집착을 버리고, 삶의 감각에 집중하면서 살라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사람들에게 휩쓸리지 말고, 나의 취향이라고 생각하던 것들이 사실은 FOMO 처럼 남들에게서 뒤쳐지지 않거나, 나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소비에 지나지 않았음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에 대한 책인줄 알고 집어들었다가 삶의 태도에 대해서 엄청 따끔하게 혼내주는 책이었다.
크리스마스날 읽기에 나쁘지 않았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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