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 태수

선물 받은 책이다. 어떤 책인지에 대해서 전혀 맥락을 모른 상태에서 읽었는데, 술술 읽혀 내려갔다. 냉소적이면서도 따뜻하고, 날카롭지만 템포가 느린 듯한 문체가 신기했다. 일상에 대한 글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떤 글은 많이 공감되고, 어떤 글들은 별로 공감이 안됐다. 공감이 된다고 해서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공감하지 못한다고 해서 이해가 안된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대부분의 내용이 깊이 이해되었다.

작가에 대해서 전혀 모른 상태에서 글을 읽었고,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어떤 계기로 책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전혀 맥락 없이 책을 읽는 재미를 느꼈다. 97년도에 초등학교 1학년이라는 글귀가 나오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나와 10살~12살 차이인 것 같다. 인천 출신이고, 현재 30대 중반 또는 후반이지만 아이는 없고, 10년 연애한 상대방과 결혼 5년차, 고양이를 키우고,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남자다.

나와 동시대라고 하기에는 나이차가 있었지만, 공감되는 글귀가 많다. 나보다 열 살쯤 어린 친구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라고 배우는 점들도 많았다. 열살 정도 차이가 크다고 해도 (아마 사석이나 술자리에서 만났다면 어려웠을 나이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남자로서 오버랩되는 부분들이 많아서 재밌게 읽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삶의 태도나, 크고 작은 실패와 좌절로 인해서 생긴 상처로 인생을 깨달은 듯한 부분들이 좋았다.

아래 내용은 ‘요즘은 잘 자는 것도 능력이야’ 라는 글을 발췌한 부분이다.

하루는 지독히도 잠이 안 와 잘 자는 아내를 깨우고 물 었다. “너는 잘 때 무슨 생각해?” 아내는 자다가 하는 헛소리치곤 신선하다는 표정으로 무시하려 했지만, 찜찜한지 이내 눈을 비비고 답했다.

“생각•••? 생각은 무슨 생각••• 그냥 따뜻하다?”

“..응?”

순간 벙찐 나를 두고 아내는 다시 꿈나라로 달아났다.

‘따뜻하다’라••• 근데 그건 생각이 아니라 감각에 가까운 거 아닌가?

생각이 많은 사람일수록 오늘을 살지 못한다고 한다.

사람이 하는 생각이란 대부분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이기에 생각이 많을수록 오늘을 떠나보내 기가 힘들어진다고. 그런 이유로 많은 전문의들은 숙면을 위해 생각 좀 그만하라고 처방 노래를 부르지만 도통 그 방법만은 알려주지 않는다. 그때 아내의 말이 떠오른 것이다. “생각? 생각은 무슨 생각•·• 그냥 따뜻하다?”

근래 읽은 수필 중에 가장 재밌게 읽었다.

아, 그런데 수필을 읽은 적이 없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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