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모른다는 것은 무엇인가? 과연 우리는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나? 우리가 모른다고 알고 있는 것도 있고, 우리가 아는지 모르는지도 모르는 것들도 있다. 우리가 확실하게 알 수 없다고 알고 있는 것도 있다. 또는 우리가 알지만 모르는 척 하는 것도 있고, 알아서는 안될 것 같은 것들도 있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확신했지만 알고보니 몰랐던 것들도 있고, 모르는 줄 알았지만 아는 것도 있다. know-how 는 어떤 일을 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고, know-what은 그 대상 자체와 그 본질에 대해서 아는 것이다. 신의 존재에 대해서도, 있다고 믿는 사람은 심지어 신이 존재하는 것을 자기는 ‘안다’고 표현할 때도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불가지론’ 이라는 말로 ‘알 수 없음’을 표현한다. 이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과는 또 다르다. 이처럼 우리가 단순하게 안다/모른다 라고 표현하면서 살지만, ‘무지’라는 것은 심오한 주제이다. 이 책은 이러한 다소 철학적인 질문들부터 시작한다. 과연 무지라는 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럼즈펠드가 했던 이라크 전쟁에서 ‘대량 살상무기’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 미국의 입장을 대변했던 유명한 비유가 책의 초반에 등장한다. Risk 에는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리스크, 존재하는 것을 알지만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리스크,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다. 무지라는 것은 여기에서 두번째와 세번째 모두에 적용될 수 있다. 미국은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몰랐다. 직접 들어가서 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존재하는 것은 알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 외에도 고의적인 무지도 있을 수도 있다. 알고 있으나 모르는 척 할 때 말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이런 무지의 순간도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무지는 때로는 위험을 낳기도 하고, 때로는 용기를 주기도 하며, 때로는 명분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때로는 호기심을 부추기기도 하는 등, 생각해보면 무지라는 것의 영역과 효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는 광범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른들은 종종 ‘너는 몰라도 돼’라고 아이에게 말하기도 한다. 무지라는 것이 절대적으로 나쁜 것도 아니고, 절대적으로 좋은 것도 아니다. 우리는 때로는 ‘알고 싶지 않은’ 것들에 둘러 싸이기도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광범위한 영역의 무지에 대해서, 주로 서양의 고대, 중세, 근대를 중심으로 그 역사를 탐구한다. 예컨대 종교적인 무지도 있을 수 있다.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에 서양의 사회라는 것은 기독교적인 세계관이 지배하고 있었지만 막상 자신들이 무엇을 믿고 있는지, 자신들이 믿는 종교의 실체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지했다는 것이다. 서양의 중세를 ‘dark age’ 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과학을 철저하게 거부하고, 지리적인 세계관이 닫혀 있던 기독교의 세계관이라는 것은 무지 그 자체였을 지도 모른다.
과학이 발전하고 지리적인 가시성이 넓어지면서 점차 사람들은 무지에서 벗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무지에서 벗어나는 순간 또 다른 무지가 우리를 엄습한다. 예컨대 인도를 식민지배하던 영국의 지배층들은 인도라는 세계에 대해서 너무나 무지했다. 최근에도 크게 문제가 되어서 전쟁의 위험까지 생긴 카슈미르 지역의 분쟁은 모두 인도의 힌두교적 세계와 이슬람 세계, 그리고 지역의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한 영국인들이 만들어낸 참극이다. 이런 일이 영국 뿐이겠는가? 수많은 서양의 제국주의자들은 인종, 종교, 문화, 지리 등에 무지한 채로 많은 식민지를 만들었고, 그 여파로 고생하고 있는 나라와 국민들이 어디 한둘인가?
미국인들이 얼마나 자국 중심적인지는 유명하다. 많은 미국인들이 세계 정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며, 많은 미국인들은 세계지도에서 자기 나라의 위치 조차도 잘 찾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우리는 미국의 지리와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빠삭하게 아는가? 미국은 영화, 노래, 학문 등으로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때로는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에 놓일 때가 많다. 타국의 사람들은 미국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많이 알지만, 정작 미국인들은 상대편 나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그 나라 사람들은 미국인들을 무식하다고 놀리거나 자국 중심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이다.
인도 #파키스탄 #카슈미르[뉴스브리핑] 인도와 파키스탄의 충돌! 카슈미르는 왜 화약고가 되었나 | 인도, 파키스탄, 카슈미르즐거움과 유익함이 가득가득, 김지윤의 지식Play!kimjyTV@gmail.com📑 참고문헌 📑BBC News. (2019, August 6). Kash…
이 책은 무지의 역사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다. 종교, 과학, 지라, 정치, 경제 등. 그리고 각각의 분야에서 중요한 순간들과 의미 있는 예시들을 나열하는 식으로 되어 있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나열식 구조이지만,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고 읽다보면 술술 읽히는 책이다. 아쉬운 점은 너무 서양 중심의 사례들이고, 서양의 중세~근대 수준에서 사례들이 머물고 있다는 점 정도. 약간의 big history 느낌의 책이기는 하지만, 그러기에는 커버리지가 좀 아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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