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 심리학자 존 & 줄리 가트맨 박사의 관계 심리학 책이다. 저자들의 성(last name)이 같다. 부부가 쓴 부부관계 혹은 파트너와의 관계에 대한 책이다. 한국에서도 관계심리에 대해서 권위 있는 최성애 박사님이 감수했기 때문에 더 믿음이 가는 책이다.
책의 요지는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싸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옳바른 방법으로 싸우고, 적절한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한 뒤에, 싸움을 잘 수습하고 화해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전혀 놀랍지 않은 이야기다. 우리 모두 사람인데, 어떻게 상대방과 싸우지 않고 오래 지낼 수 있겠는가? 다만 싸우는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책의 주요 내용들과 간단한 나의 감상을 요약해 둔다. 짧게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길어졌고, 거의 책의 내용을 요약한 형태가 되어버렸다. 길지만 꽤나 유용한 팁이 많았다.
- 갈등은 피할 수 없다. 누구보다 행복한 커플조차 예외가 아니다. 갈등이 해결된다고 더 이상 싸우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대다수의 갈등은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서 잘 관리하는 것이지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 (갈등에서) 남자가 여자보다 이성적이고, 여자가 남자보다 감정적이라는 것은 오해이다. 논리와 감정에는 성별이 없다. 남자들도 감정이 있고, 이를 잘 표현해야 하며, 여자들이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그 말을 잘 들어주고 인정해 주어야 한다.
- 갈등 관리에서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며 감정에 치우치지 않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니다. 감정을 통해서 끌어낸 정보 없이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는다.
- 커플들마다 갈등의 유형이 있다. 회피형, 수긍형, 발끈형이 그 3가지 유형이다. 자기 자신이 어떤 스타일인지, 자신의 파트너가 어떤 유형인지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콤비네이션에 따라서 어떻게 싸움을 잘 할 것인지 서로의 유형에 기반하여 파악하고 대화를 생각해야 한다.
- 싸움의 단계는 거의 유사하다. 1) 문제제기, 2) 상대방을 내 쪽으로 설득, 3) 타협에 이르기 위한 시도이다. 앞서 언급한 3가지 갈등의 유형에 따라서 각 단계에서 전개하는 스타일이 다르다. 예컨대 회피형은 설득의 단계를 쉽게 넘어가려고 하거나 인정한다거나 발끈형은 다짜고짜 설득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타협에 이르기 위한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화해의 제스쳐를 계속적으로 취하는 것이라고 한다.
- 대부분의 커플이 그렇겠지만 별것 아닌 일로 싸우는 경우가 많은데, 반복적으로 어떤 문제에 대해서 다투는 ‘교착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교착상태에 놓인 갈등은 거의 ‘실현되지 못한 꿈’과 연관된 경우가 많은데, 실현되지 못한 꿈을 자기자신 또는 파트너에게 잘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꿈은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어떤 충동이나 아픔, 열망, 또는 중요한 뭔가를 놓치고 사는 듯한 상실감에 기인한다. 이러한 아주 개인적이고, 아주 중요한 인생 꿈을 서로에게 털어놓을 수 있어야 한다.
-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충족되지 않고 있는 욕구가 있는가? 상대 파트너가 알아주지 않는 꿈은 무엇인가? 그 꿈이 당신의 자아감에서 그렇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와 같은 질문들로 그 꿈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꿈’ 에 대해서 여러차례 강조하고 있는데, 파트너와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상대방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의 중요성, 그리고 꿈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는 질문들을 여러차례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그 문제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
- 갈등을 시작할 때는 부드럽게 시작해야 한다. 문제제기를 거칠게 시작하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거칠게 시작한다는 것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1) 상대방에 대한 비난으로 시작하거나, 2) 자신의 감정이 아닌 상대방에 대해서 말하거나 (당신은 항상, 당신은 한번도 등으로 문장을 시작), 3) 그동안 꾹꾹 눌러둔 다른 응어리들까지 무더기로 끄집어 내는 경우 (이른바 설겆이감 몰아넣기 kitchen sinking) 이 일어난다.
- 사람들이 갈등의 말을 거칠게 시작하는 이유는 스트레스, 원망, 외면, 더 좋은 방법을 몰라서… 등의 이유이다.
- 갈등을 거칠게 시작하지 않고 탓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고, 경멸하지 않는 말하기는 ‘내 기분이 X해, 문제점은 Y야, 나에겐 Z가 필요해 라고 말하는 것이다.
- 다툼에서 종종 경험하는 급발진을 이 책에서는 ‘홍수’ 라고 표현하는데, 감정이 일시적으로 몰려오는 순간을 말한다. 홍수에 휩싸이면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홍수를 경험할 때에는 휴식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 제로섬 게임 (한 사람은 이기고, 한 사람은 반드시 지는 게임) 으로 갈등을 가져가면 안된다. 이 경우에 특히 남성들이 스트레스가 높고, 심지어 사망률도 높다. 남성들이 지는 것에 사회적으로 더 못견뎌하고, 양보에 더 서툴기 때문이며, 남성성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거나 큰 불안감을 가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서는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일’ 이라고 표현한다. (아… 현대사회의 수컷들이란 얼마나 심리적으로 나약한가…)
- “자이가르닉 효과”라는 것이 소개되는데 매우 흥미롭다. 이 효과는 완료되지 않은 일이나 중단된 과제는 완료된 것보다 더 잘 기억된다는 이론이다. 예컨대 웨이터들이 주문을 받아적지 않는 경우, 쉐프에게 전달하기 전까지는 술술 외우다가, 쉐프에게 주문을 전달 하고 나면 더는 주문을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이름은 이 개념을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입증한 러시아 심리학자 _Bluma Zeigarnik_에서 따왔다.
- 즉, 어떤 일을 정서적으로 완전히 수습하지 않으면 그 일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며, 끝나지 않은 갈등은 계속해서 사람의 뇌리에 남아서 끊임없이 예전의 일을 들춰내어 파트너와의 싸움에서 언급하는 현상이 생긴다. 심지어는 이렇게 해결되지 않은 일은 기억이 왜곡되며 고정적이지도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편향 되기에 이른다. 종종 누가 그 싸움을 더 잘 기억하고 있는지를 놓고 다투는 방향으로 가는데, 이 상황이 최악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허심탄회한 대화로 갈등을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
- 싸움을 수습하기 위한 5단계 기본 방침은 1) 감정을 이야기하고, 2) 현실을 인식하고, 3) 촉발제를 알아차리고, 4)책임을 인정하고, 5) 건설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특히 이 5단계 방법은 현실적으로 꽤나 유용한데, 여기에서는 일일이 설명하지는 않겠다. 궁금하면 책을 사서 보시길.

이 책은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가트맨 부부가 40여년 간 연구한 여러가지 현실적인 유용한 팁(tip)들이 많이 소개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는 점은 40년간 파트너 관계를 연구한 교수님들조차 엄청 사소한 일들로 갈등을 많이 겪고 싸우고 삐진다는 점이었다. 저자들은 자신들의 사례를 많이 소개하는데, 정말 쪼잔하기 이를데 없다. 그리고 이렇게 오랫동안 갈등을 연구한 교수님 커플이 싸운다는 점이 무엇보다 나에게 큰 재미를 주었다. 역시 인간은 나만 그렇지 않다는 것에 가장 큰 위안을 얻는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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