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쓸’ 시리즈의 애청자로서 그가 나온 에피소드를 포함해서 모든 알쓸 에피소드를 다 봤는데, 거기서 김영하 작가가 말하는 포인트들은 무척 인사이트가 넘친다. 그리고 흥미로운 토픽에 대해서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지식과 관점을 쏟아내서 그에 대해서는 아주 큰 호기심과 경외심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저렇게 신선하고 다채로운 시각을 가지고 있을까…
하지만 그의 소설들은 솔직히 나에게 큰 감흥을 주지는 못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 깊이나 일상에 대한 통찰에 비해서 그가 쓰는 소설들은 조금 밋밋하다갈까… 그런 느낌을 받았다. 살인자의 기억법 같은 책도 아주 오래전에 사서 읽었는데, 알쓸 시리즈에 그가 나와서 재미있는 만담들을 늘어 놓기 이전까지 나는 ‘그가 그인줄’도 몰랐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단 한번의 삶’이라는 그의 산문집은 무척 공감하면서 읽었다. 표현이나 관점들도 너무나 좋았고, 읽는 내내 이렇게 저자의 삶과 나의 삶을 오가면서 글을 읽었던 적이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무엇보다 나보다 11살이나 많은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그러니까 나보다는 0.5세대 정도 앞의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이렇게 동시대적 감성을 느끼다니… 그 점이 가장 놀라웠다.
공감의 포인트는 몇가지가 있는데, 그의 어머님도 오랫동안 알츠하이머를 앓다가 돌아가셨다고 책에 나오는데, 우리 어머니도 지금 중증 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시다. 그런 점이 공감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가 말하는 학창시절이나 대학시절 등에 대해서는 아주 와닿지는 않았지만, 나에게도 10살 많은 형님이 있기 때문에 어림짐작 따라가는 데에는 큰 무리는 없었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나 그의 상실감 짙은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누구나 단 하나의 삶을 살면서 이런저런 ‘만약’을 생각하면서 산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와서 닿았다.
무엇보다 가장 공감이 되었던 표현은 그가 어른들의 장례식에서 그 사람에 대해서 알지 못했던 점들을 듣는 대목이었다. 우리는 마치 이미 영화 상영이 시작된 영화관에 들어가서 중간부터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우리 부모의 삶을 본다는 표현이 인상깊었다. 나 또한 유년시절의 기억은 흐릿하고, 청소년기의 기억은 자기중심적이며, 청년기의 기억은 나 살기 바빴기에, 아마도 나의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30대에 접어들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가 아닌가 싶다. 그 즈음이 되어야 나의 부모도 바쁜 청년기가 있었음을, 질풍노도의 청소년기가 있었음을, 어리고 귀여웠을 유년기가 있었음을 문득 깨닫게 되는 것이다. 영화의 전반부 절반 이상을 놓치고 나서야 우리는 우리 앞에 한 인간의 삶이 놓여 있었음을 깨닫고, 그/그녀의 희생으로 우리의 인생 또한 상당부분 채워졌음을 깨닫게 된다. 최근에 나도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는데, 김영하 작가의 이번 산문집에 비슷한 생각을 담은 표현들이 많이 나와서 재밌게 읽었다.
내가 김영하 작가의 책을 모두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그의 모든 책 중에서도 아마도 가장 잘 쓰여진 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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