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 – 10년 앞선 고령사회 리포트

일본을 보면 초고령사회에 대한 단초를 얻을 수 있을까?

어머님이 치매 (일본에서는 치매 대신에 ‘인지증’ 이라는 말을 쓴다고 한다)를 겪으면서 삶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자연스럽게 건강, 은퇴, 노후, 죽음, 요양 등에 대해서 이전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빈도와 깊이로 생각하게 되었다. 노년의 삶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노년의 삶을 사는 분들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졌고, 우리보다 그런 것들을 먼저 겪은 일본의 노인 문화도 궁금해졌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이런 류의 책을 몰입해서 보게 된다. 일본에서는 어떤 법률, 어떤 제도, 어떤 문화, 어떤 사업 기회 등이 생겨났는지 살펴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노인들을 위한 제도개편이나 문화들은 마음 따뜻해 지는 것들이 많다. 사람들이 몸과 마음과 정신이 힘들 때 그들에게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하게 되는지를 미리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일본에도 노혐과 같은 것도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은 그래도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그들을 바라보게 된다.

일본이 그러했듯이 우리도 법적/제도적으로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 예컨대 노년층은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지만, 세상에 이러한 자산을 풀어 놓지 않는다. 나라의 부가 노년층에 묶여 있다는 것은 국가경제에 좋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어떻게 세상에 다시 자신의 부를 풀어 놓을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아울러 이들은 병원, 약국, 은행 등을 가기도 힘들고 운전을 하기도 힘들다. 이들이 어떻게 의료/금융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이동을 편하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고민해 봐야 한다. 예컨대 우리 어머니도 병원, 은행 등에 가야 할 때가 있는데, 평소 같았으면 별 것 아닌 이런 일들이 우리에게는 큰 챌린지였다. 본인확인이나 해당 기관이 법을 위반하지 않고 자신들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한 것.

사람들의 기대여명이 늘어나면서 전염병이나 급성 질환 보다는 심혈관질환, 당뇨, 암, 치매 같은 만성 질환이 우리를 괴롭힌다. 침대에 누워서 가족에게 둘러쌓인 모습으로 ‘나의 마지막 유언은…’이라고 말하면서 죽는 것은 모두 판타지이다. 우리는 모두 산소호흡기를 대고 마지막 며칠을 보내다가 무의식인 상태에서 죽을 확률이 높다. 생각보다 죽음의 순간 이전에는 꽤 긴 시간이 존재하게 되는데, 이 기간동안 우리가 우리의 의지를 명확하게 밝히기는 쉽지가 않다. 의지가 있더라도 몸이 도와주지 않고, 몸이 도와주더라도 정신이 도와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일본에서는 종활(終活)이라는 이름의 활동을 도와주는 서비스들이 각광을 받는다고 한다. 종활이라는 것은 삶을 마무리 하는 활동들이다. 재산을 어떻게 나누어 줄 것인지, 남은 삶을 어떻게 마무리 할 것인지, 나의 장례나 나의 마지막 모습은 어떠하기를 바라는지 등에 대해서 본인의 의사표현을 도와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활동들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빨리 오고, 그 상황이 오면 이미 늦다는 것이다. 그 이전에는 아무리 남의 죽음을 보거나, 심지어는 가족의 죽음을 보더라도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지 않고, ‘나에게는 아직 기회가 남아 있을꺼야’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비즈니스 기회도 많이 생긴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젊은 사람들에 비해서 노인들이 힘들어 하는 것들을 노인친화적으로 쉽게 해주는 것이다. 제품일 수도 있고 서비스일 수도 있다. 그 외에도 노인들이 재산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그들이 남기고 간 빈집 등을 다른 사람들이 잘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에도 기회가 있을 것이다. 나는 특히 일본의 빈집들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데, 몇년 전에 다카마츠라는 일본의 지방 도시에 갔다가 현지에 있는 빈집들을 많이 보면서 놀랐던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다. 일본에는 2025년에는 세 집 중에서 하나는 빈집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곧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에 나 또한 약간의 무기력함을 겪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노인들에 대한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많은 에너지와 활력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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