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최근 생각들 정리)

페북에 쓴 초벌 글을 재벌하여 씀

1.

직장생활 하는 동안 ‘무언가를 잘 설명하는’ 훈련을 받았다. 그런데 무언가에 대해서 잘 설명하는 게 좋은지 모르겠다. 오히려 다 설명하지 않고 적당한 여운을 두는 사람들, 혹은 여러가지 말하고 싶지만 어느정도 선까지만 설명하고 그 이후에는 상대방이 스스로 생각할 룸을 두면서 말을 아끼는 사람들이 더 좋은 임팩트를 준다. 그런데 이놈의 설명충 버릇을 고치기가 쉽지 않다. 입을 다물어야 한다. 그 입 다물라.

2.

2023년은 ‘부끄러움의 해’ 였다. 아는 척 하면서 깝치고 다녔던 행동들, SNS나 미디어에 얼굴 내밀고 떠들었던 모습, 미래를 예측이라도 할 수 있는 양 떠든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경영학 공부하라는 책도 할 수만 있다면 모두 다 수거해서 추운날 땔감으로 쓰고 싶다. 회사 똑바로 경영하고, 직원들 급여 잘 주고, 주주들 가치 키워주는 게 기본이다. 나는 이 기본조차 하지 못했다. 돈 못 버는 회사의 CEO 는 얼마나 초라한가? 깝치지 말자.

3.

사람들 많은 곳에 잘 안 간다. 나름의 기준은 나까지 포함해서 4명. 왜냐면 5명이 되는 순간 대화가 둘로 쪼개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에 말한 것처럼 지난 몇 년 동안의 내 행보가 너무 부끄러워서 사람 많으면 더 부끄럽기 때문. 점심도 11시나 1시를 선호하는 편이다. 식당에도 사람이 없는 편이 덜 부끄럽고 좋은 듯 하다.

4.

나는 평소 “인생은 결국 시간의 합”이라는 생각으로 산다. 시간이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고 내가 가진 전부이다. 나에게 무한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삼성보다 큰 회사를 만들 자신이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불과 몇 십 년에 불과하다. 나이를 먹어 갈 수록 나에게 주어진 가용 시간이 자꾸 줄어드는 것도 불안한 요소지만, ‘시간 보이스피싱 사기꾼’들이 여기저기 많은 것도 문제다. 나의 가장 소중한 자산을 가져가려고 나를 꼬셔서 나의 시간을 훔쳐간다. 시간 보이스 피싱을 피하려고 노력 중이다.

5.

살다 보면 ‘섭섭함 dumping’을 받는 경우가 가끔 있다. 나는 상대방이 괜찮은 줄 알았는데, 상대방은 엄청 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 한꺼번에 또는 우연한 기회에 나에게 덤프 하는 것이다. 듣다 보면 그 사람이 나에게 섭섭함을 느낄 만 하고, 나도 참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이 사람 너무 하는 거 아닌가? 그런 디테일까지 기억하다니….라는 생각도 중간에 잠깐 들지만, 그래도 상대방에 대해서 더욱 잘 이해하게 되는 듯. 문제는 이런 경우에 그 사람과의 관계가 아예 단절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괴롭고 식은 땀이 난다.

6.

살면서 가장 before/after 가 달랐던 세가지 경험은 1)군대, 2)출산, 3)창업이었던 것 같다. 그 전에 해당 경험에 대해서 아무리 선배/후배/친구 등으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고, 글로 아무리 읽었다고 하더라도 막상 그 포지션에 취해보면 듣던 것과 직접 경험하는 것의 차이가 극명하다. 군대는 자유의 박탈, 출산은 극도의 행복에 준하는 의무감, 창업은 짜릿한 스릴과 리스크로 인한 불안의 연속인 듯 하다. 세가지 모두 해당 분야에서 합법적으로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최대치의 경험을 제공하는 듯. 아무리 그 이전에 이야기를 들어도, 막상 닥쳐보면 “아… 이런거 였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7.

DWS가 생각보다 잘 된다. 매출도 나고, 제휴 요청도 제법 들어온다. 해외 법인이라서 국내에서 집까지 와인 배송이 되는 게 반칙이라고 생각하는 업계인도 꽤 있지만, 국세청 질의를 통해서 합법이라는 확인까지 받았다. 몇몇 수입사에서 우리를 욕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약간의 쾌감도 느꼈다. 하루에 100~200만원 정도 와인을 사는 사람이 꽤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가끔 TV 에서 보던 이름들도 주문자에 나온다. 병원이나 증권사나 변호사 사무실로 배송지 주소가 찍히는 경우도 많은데, 자기가 마시려고 사는지 누가 선물로 주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앞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서 두근거리고 기대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잘 모르는 카테고리라서 재밌는 것 같다. 깝치면서 아는 척 할 일도 없고, 잘 못해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 어차피 잘 몰랐으니까… 요즘 나의 기쁨 중에 가장 큰 것 같다.

8.

나는 책상을 깨끗하게 치우는 편이다. 예전에 직장을 다닐 때도, ‘오늘 퇴사헌다고 해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책상’이 나의 목표였다. 항상 책상은 잡티 하나 없도록 깨끗하게 유지했다. 지금은 대표라서 퇴사할 것 같은 책상은 아니나, 그래도 최대한 깨끗하게 유지한다. 책상이 깨끗해야 왠지 생각도 잘 되는 것 같다는 착각과 강박이 있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들의 책상이 지저분하면 치워주고 싶은 충동도 많이 일어난다. 깨끗하게 만들면 저 사람도 업무 효율이 오르지 않을까? 종종 생각한다.

9.

턱이 아파서 병원에 갔다. X레이를 보여줬는데, 얼굴이 심하게 비대칭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나는 잠을 잘 때 이를 앙 물고 잔다는 사실도 (다시금) 알게 되었다. 결론적으로는 잠을 잘 때 스플린트 라는 것을 물고 자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종의 보조 기구이자 깁스 같은 장치라고 한다. 아무튼 나의 얼굴이 심한 비대칭이라는 것은 매우 놀라운 점이었는데, 매일 보는 나의 얼굴도 막상 X-Ray로 벗겨 놓고 보니 내 눈에도 심한 비대칭이었다.

10.

결국엔 명상인 것 같다. 요즘은 명상을 1시간 씩도 한다. 와이프와 아이가 없을 때 고요한 집에서 명상을 하다보면 뭔가 생각이 정리된다는 것을 느낀다. 명상과 관련된 많은 책을 읽고 해보니 더 잘 된다. 다만 다음번에는 벽시계를 살 때 째깍째깍 소리가 안나는 벽시계를 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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