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사업에서 배운 점

야심차게 진행했던 전통주 사업에서 한발 물러 서려고 한다. 완전히 접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설비 일체와 우리 브랜드인 마크홀리의 제조를 술샘으로 이관하기로 합의하였다. 왜 전통주 사업을 축소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면 먼저 맥주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 한다.

최근 크래프트 맥주 산업은 암흑기를 지나고 있다.

몇년간 몰아 닥쳤던 콜라보레이션 맥주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노재팬으로 주춤했던 일본 맥주가 다시금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 펍/음식점 채널에서 생맥주로 된 크래프트 맥주들이 엄청나게 흥행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주정과 향료를 적당하게 믹스해서 발효하지 않고 그날 바로 출고해버리는 방식으로 제조를 하는 제품들이 더 잘 팔린다. 이른바 하이볼 시장이 뜨고 있다는 것인데, 사실 하이볼 이라는 것의 정의 자체가 식품의약안전법에 나와 있는 것은 아니라서, 다분히 마케팅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쉽게 말해서 어떤 제품에나 하이볼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이다.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이나 일본에서 위스키 하이볼을 접한 분들은 다들 머릿속에 물음표를 가지고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현상이다. 하지만 일본조차도 소주하이볼을 줄여서 츄-하이 라고 해 왔으며, 현재 국내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짐빔 하이볼 조차 주정이 꽤 들어가서 만들었다고 하니, 하이볼에 꼭 위스키가 들어가야 하이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위스키와 와인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조금 시들해졌다고는 하지만, 젊은 세대가 즐기는 주종의 범위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나는 8년전에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먼저 맥주에서 사람들의 취향의 다양성이 구현되고 나서, 그 다양함이 점차로 위스키나 와인, 그리고 전통주로 퍼질 것이라고 예상햇는데, 실제로 일어난 현상은 반대였다. 주종이 먼저 다양해지고 나서, 각자 자신의 카테고리에서 더 파보고 싶은 사람들이 다양성을 구현하는 쪽으로 시장이 전개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도 카테고리를 넓히기 위해서 맥주 이외에도 전통주 법인이나 와인에 투자를 한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햇다.

역시 역량의 분산이 가장 큰 이유이다. 무엇 하나에도 오롯이 집중할 수 없는 상황에서, 좋은 인재들을 끌어 모은다고 해서 일이 되지는 않았다. 맡길거라면 100% 맡겼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도 못했다. 내가 어정쩡한 대표를 겸임하면서 하기에는 맥주에서도 만만치 않았던 싸움을 전통주 영역까지 확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싸움이 되었다.

결국 이렇게 한발 후퇴라는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본진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맥주에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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