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opout (드롭아웃) – 디즈니+

연휴동안에 Disney+ 에서 드롭아웃 (The Dropout) 이라는 드라마를 정주행했다. 50분 내외의 8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그다지 길지 않은 편이고, 연휴에 몰아보기에 딱 적당한 정도의 길이였다.

솔직히 나는 Theranos (테라노스) 라는 회사나 엘리자베스 홈즈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2004년 창업해서 2016~2017년 정도에 회사가 저지른 여러가지 잘못에 대해서 드러났고, 2022년에 유죄평결이 났으니까 내 커리어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던 시기나 미국에 있던 시기도 겹치는데, 나는 이상하리만큼 이 사건에 대해서는 몰랐다.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서, 이 정도로 큰 사건을 모르고 지나가도 되나? 라는 생각도 좀 있었기 때문에 한번 찬찬히 생각하면서 드라마를 보았다.

간단히 내용을 요약하면 …

스탠포드 화학공학 2학년을 중퇴한 엘리자베스 홈즈라는 여성이 피 몇방울만 가지고 200여가지가 넘는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검사 장치를 만들겠다고 스타트업을 (19살인 2004년에) 창업했고, 어떤 방법들을 썼는지는 모르지만,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투자자들과 정재계 유명 인사들을 이사회에 앉히면서 회사가 급성장. 월그린 등 미국의 주요 리테일 스토어에 이 장비를 공급하고 사람들이 실제로 이 기계로 진단을 받기도. 그녀는 급기야 가장 젊은 Billionaire 가 되었으나, Wall Street Journal 의 한 기자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2016년 경부터 탐사조사를 함으로써 내부 고발자들이 나타나서 이 모든게 사기였음이 밝혀졌다. 결국 그녀의 회사가 만들었다는 장비는 무척 정확도가 떨어져서 Siemens (지멘스) 기계를 개조해서 검사를 하거나, 환자들의 혈액을 본사로 보내서 지멘스 기계로 진단을 하는 등, 별의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버티다가 내부고발자들이 나서서 모든게 밝혀졌다. 그녀는 결국 11년의 실형에 처해져서 감옥에서 사는 중이다.

그녀는 미국의 대통령, 전대통령들이나 전 장관들을 만나기도 하고, 심지어 조지 슐츠라는 레이건 정부 때에서 국무장관까지 했던 어떤 할아버지가 그녀를 진짜로 애정하여 집에서 생일파티를 해주기도 했고 , 스탠포드나 하버드 같은 유명 대학의 자문 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OOO잡지가 선정한 40대 이하의 머시기 리더나, 미국에서 가장 롤모델이 되는 여성 같은 여러가지 타이틀도 수집하고 살다가 결국 꼬리가 잡혀서 지금은 신세가 되었다.

그녀의 인생은 한마디로 거짓으로 점철되어 있었고, 심지어는 COO로 같은 회사에서 일했던 서니 발와니라는 사람은 오랜기간 그녀의 연인이었는데, 사람들은 몰랐다고 한다. 그녀는 스티브 잡스처럼 블랙 터틀넥을 입거나, 목소리를 저음으로 바꿔서 내기도 하는 등, 외적인 측면에서도 신경을 썼다. 모든게 그렇지만, 뒤돌아보면 이런 것들이 모두 그녀가 얼마나 insecure한 사람이고, 컴플렉스 덩어리였는지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많은 힌트를 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두 속아 넘어갔다.

그녀의 사기 행각을 보면서 재밌는 점은

1) 그녀가 속인 사람들이 그토록 똑똑한 실리콘밸리와 미국의 정계/재계 사람들이라는 점

2) 그녀가 속인 굉장히 오랫동안 사람들을 속였다는 점 (2004년에 창업해서 2022년에 실형을 받았고, 그 동안 그녀는 억만장자 행세를 하면서 꽤나 잘 살았다)

3) 그녀가 속인 산업이 바로 그토록 안전성에 민감한 의료산업이었다는 점

그러니까 그렇게 똑똑한척 하고, 완벽한 척 하고, 고상한 척 하던 사람들이 왜 이렇게 오랫동안 속았나? 라는 점이 이 스토리에서 재미있는 점인 것이다.

첫번째로는 그녀의 백그라운드가 스탠포드 중퇴(드랍아웃) 이라는 점

두번째로는 그녀가 매력적인 외모의 백인 여성이라는 점

세번째로는 그녀가 한명을 속인 다음에는 그 사람의 추천으로 그 다음, 그리고 그 다음은 reference를 통해서 그녀를 소개 받았기 때문에 믿음이 증폭되었다는 측면이 있다.

이 모두가 미국이라는 사회가 얼마나 허술하게 굴러가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무척 재밌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내 주변의 몇몇 창업자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무언가 이루지 못했는데, ‘앞으로 돈을 받아서 이루면 된다’ 라는 식으로 투자를 받는 경우도 흔하고, 무언가 비도덕적인 행동에 연루되는 경우도 종종 본다. 자신의 insecure함을 감추기 위해서 외적인 부분에만 치중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가끔은 그런 회사들이 더 ‘빨리’ 잘 되는 것 같기도 해서, 속이 상할 때도 많이 있다. 투자자들도 그렇게 하는 사람들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종종 있다. 지난 10여년의 시기는 한국의 스타트업 업게에서 내실보다는 성장이 중요했던 시대였기 때문에, 돌이켜보면 정말 황당한 경우들도 많았다. 투자를 받는 회사 중에서 허당들도 많았고, 대표들도 만나보면 허울뿐인 녀석들도 많았다. 이런 모든 것의 결정판이자 극단적인 경우가 엘리자베스 홈즈인듯.

창업자 입장에서 공감되는 측면들도 있었는데, 돈이 없어서 애가 타거나, 사람들이 내 비전을 이해해주지 못하거나, 직원들이 충분히 나의 지시에 따라주지 않는 등… 이런 장면들은 솔직히 공감도 많이 됐다.

한마디로 그녀를 정의하면 ‘성공하고 싶어서 미친 사람’ 정도로 정의할 수 있고,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가 현실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면, 그녀는 스스로의 상상속에서만 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어서 약간 측은하기도 했다. 사업이 잘 될때는 다들 들러붙어서 좋아하다가, 한순간에 돌아서는 투자자들이나 직원들의 모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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