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문답 13 – 한국 맥주는 어쩌다가 공산국가에도 뒤쳐지게 되었나요?

우리나라가 중국과 북한에 절대적으로 뒤쳐져 있는 카테고리는 바로 맥주라는 말이 있다. 2012년 11월에 이코노미스트 경제지에 나왔던 바로 그 유명한 칼럼 ‘Fiery Food, Boring Beer’ 에서는 한국의 음식문화는 매우 역동적이고 발전하고 있지만 유독 북한만도 못한 것이 있으니 바로 맥주라고 꼬집었다. 북한의 대동강 맥주가 한국의 대기업 맥주들보다 훨신 품질이 좋다는 이야기는 밍밍한 라거맥주 때문에 맥주를 소맥용으로 사용하면서, 뭐라고 꼬집어서 자국의 맥주를 비판하기 어려워하던 한국인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바로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4캔만원’ 프로모션이 시작되던 시기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슬슬 시동이 걸리기 시작한 FTA와 세계여행 자유화 등으로 외국 맥주 맛을 볼대로 본 한국인들은 자국의 맥주가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수입양이 늘어나는 수입맥주에 입맛을 다시고는 있었지만, 딱히 어떤 맥주를 맛봐야 할지 좀 고민되던 차였다. 일본 맥주는 우리 입맛과 비슷한 아시아권 맥주이니까 워낙 인기가 좋았고, 별로 해외에서 유명하지 않지만 made in Germany 또는 made in Belgium 등의 표기가 있기만 하면 날개달린 듯이 맥주가 판매되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이것저것 골라서 할인이 되는 ‘교차할인’ 형식의 4캔 만원 프로모션은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던 것이다.

https://www.economist.com/business/2012/11/24/fiery-food-boring-b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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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대중관계가 급속도로 좋아지고, 중국으로 유학을 가거나, 이미 갔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사람의 수도 내 주변에서는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중국 맥주도 한국인들에게 스며들기 시작했는데, 그 대표주자가 바로 칭따오 맥주였다. 사실 칭따오 맥주는 당시 중국에서 설화맥주와 옌징(연경)맥주에 밀려서 3위 정도의 위치였고, 산동지역에서만 강세를 나타내는 브랜드였다. 그러다가 2014년부터 SNL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한 연예인을 활용한 마케팅이 제대로 먹히기 시작하면서 한국으로의 수출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시기는 그 이전까지 한국에서의 중화요리가 주로 짜장면, 짬뽕, 탕수육 등, 이미 수십년에 걸쳐서 한국화가 진행된 로컬 차이니즈 푸드였던 것에서, 마라탕, 딤섬, 양꼬치 등 정말 지금 중국인들이 현지에서 먹고 있는 음식으로 전환되던 시기이기도 하다. 결국 술은 음식과 함께 스며드는 경우에 해외 진출이 가장 성공적이라는 공식을 역으로 보여준 사례가 바로 칭따오와 양꼬치의 사례가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인들은 중국산 제품, 특히 신선식품이나 가공식품에 대해서는 불신한다. 그렇지만 유독 술 만큼은 중국의 것을 인정했는데, 그 대표사례가 칭따오 맥주이다. 다른 카테고리에서는 비슷한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칭따오는 현재 수입맥주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이네켄, 호가든, 1664블랑 등 유럽맥주를 모두 제치고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이 점은 매우 놀랍다.

칭따오 이외에 그래도 한국인이 인정하는 중국의 가공식품이 또 뭐가 있을까? 귀저우 (귀주) 마오타이가 아마도 한국 여행객들이 중국에 다녀오면 그래도 한병 구해보려는 제품이 아닐까 앂다. 마오타이는 회사 가치가 가장 높을 때에는 5000억 달러 (한화로 약 600조) 수준까지 올랐고, 이 글을 쓰는 현재 2022년 3월 말 시점에는 한화로 약 400조 수준으로 삼성전자 시총과 유사한 수준이다. 마오타이의 기업가치는 조니워커는 물론 전세계의 어떤 주류회사보다도 높은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밸류에이션 비교는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귀주 마오타이는 대부분 중국에서 소비되고, 중국 내에서도 역사적인 가치와 뇌물이나 선물 등의 용도로 주로 사용되고 있는 점 때문에 시장가격보다 항상 높은 가격에 판매를 하거나 신제품을 내는 등의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건, 이렇게 엄청난 술 브랜드를 여러개 가지고 있는 중국이 가끔 부러울 때가 있다.

Chinese Liquor Giant Moutai Hits Heady \$500 Billion Valuation
Kweichow Moutai is now roughly as important to the Chinese market as Apple is in the U.S., accounting for 7.3% of the Shanghai Composite Index.

사실 술은 엄청난 기술적인 난이도가 있는 사업은 아니기 때문에, 한 나라의 술 산업의 성숙도나 발전도는 인구수와 경제력에 비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와 소득수준에서 글로벌 술 브랜드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정말로 아이러니이다. 예컨대 우리나라보다 경제수준이 낮은 베트남의 경우에는 사이공 (Saigon)과 같은 좋은 맥주회사가 있고, 하이네켄도 베트남에 (우리나라에도 없는) 대규모 브루어리를 직접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베트남 인구가 많고, 연령대가 젊기 때문에 맥주 산업의 수요는 크다. 그리고 그만큼 많은 맥주를 만들기 때문에 수출을 할 수 있는 여력도 생기는 법이다.

물론 한국도 일부 회사들이 해외로 수출하기는 한다. 그런데 그 맥주들은 대부분 OEM 맥주로서, 해당 국가의 특정 채널에서 판매하기 위해서 만드는 PB제품이거나, 해당 국가의 일부 수입사가 브랜드 권한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컨대 오비맥주에서 만드는 블루걸 맥주는 홍콩에서 시장1위 지위를 갖고 있는 맥주인데, 홍콩 사람들조차 이 맥주를 한국에서 만든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이렇게 OEM으로 맥주를 만들어준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맥주를 가성비 좋게 만들어준다는 이야기다. 내가 만드는 것보다 남이 만든 것을 사는게 더 나은 경우는 같은 품질을 내가 만드는 것 보다는 상대방이 저렴하게 만들어주는 경우이다. 심지어 제품의 가격대비 물류비 비중이 큰 물, 음료, 맥주 같은 제품을 해외에서 만들어서 역수입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요컨대 우리나라 맥주산업은 저렴한 제품을 정말 저렴하게 만드는 기술은 이미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왜 우리나라 맥주회사들은 이렇게 자기 브랜드로 당당하게 수출을 하지는 못하는 지경이 되었을까?

우리보다 맥주 역사가 길고 산업화가 빨랐던 일본이야 논외로 치더라도, 우리가 식품산업에서 그렇게도 무시하는 중국산 맥주,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한수 아래라고 생각하는 베트남, 같은 민족이지만 우리가 이미 수십년간 압도한다고 믿는 북한보다도 못한 수준의 맥주를 만든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구수와 경제력만 어느 정도 받쳐주어도 글로벌 맥주브랜드를 나라마다 하나 둘 씩은 만들 수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 맥주 브랜드는 왜 이렇게도 국제경쟁력이 없을까?

지금까지 필자가 어렵게 설명했지만, 사실 이 질문은 필자가 맥주사업을 해 온 지난 6년간 수 없이 많이 받아온 질문이다.

‘우리나라 맥주는 왜 이렇게 맛이 없어요?’

필자는 이 이유를 몇가지로 요약해서 설명하려고 한다.

1. 수십년간 유지된 잘못된 주세제도

종가세라는 세금 제도에 대해서 여러차례 설명했으므로 긴 설명은 생략하려고 한다. (아래 블로그 글들을 참조하기 바란다) 간단히 요약하면, 종가세는 술을 ‘사치품’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이다. 그래서 저렴한 술을 만들도록 부추긴다. 이 제도가 60년대 후반부터 거의 60년 가까이 유지되면서 한국의 맥주회사들은 어떻게 하면 맥주를 더 저렴하게 만드는지에 촛점을 맞출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R&D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입맛을 리드하지 못하고 따라만 가는 맥주회사, 소주회사들만 살아 남았다. 이들은 제품력보다는 마케팅에 집중했고, 특히나 제품명을 활용한 말장난이나, 어떻게 해야 소맥을 맛있게 만드는지 등의 리추얼(ritual)에 집중해야만 했다.

맥주문답 5 – 독일, 영국, 벨기에는 왜 맥주로 유명한가요?
흔히 4대 맥국이라고 하면 독일, 영국, 벨기에, 미국을 꼽는다. 미국이야 독일과 영국 그리고 여러 유럽 나…

2. 너무 저렴한 술 값은 낮은 품질을 의미

2022년 초부터 소주와 맥주가격이 오른다는 기사가 연이어서 신문을 장식하고 있고, 매우 안좋은 댓글들도 많이 달린다. 그런데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 중에 하나는 정말 우리나라는 술이 저렴한 나라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심지어 그 가격이 지난 20년간 크게 오르지 않았다. 위의 그래프만 봐도 지난 20년간 100% 이상 오르지 않은 생필품은 흔하지 않다. 그중에서 가장 작은 폭으로 오른 것이 바로 소주와 맥주이다.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소비자들은 행복해지나? 그렇지 않다. 소득이 오르고 입맛이 고급화되면 결국에는 이 수요가 다른 곳으로 간다. 어디로 갔을까? 바로 수입 위스키와 와인으로 갔다. 도저히 자신들의 입맛을 국산으로는 해소할 수 없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60년간 저렴한 술 -> 소비자 입맛 저하 -> 술에 대한 가격 저항 강화 라는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 술에 대한 부정적 인식

유교적 문화로 인한 근엄주의 때문인지, 아니면 술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너무 많아서 그런지 술에 대해서 유독 엄격한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이다. 예컨대 COVID-19 기간동안에 많은 나라들이 술 산업에 대해서 다시 보게 되긴 했지만, 그 형태는 모두 다르게 나타났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일시적으로 펍들에게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주거나, 많은 지원을 해주었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코로나 시국에 술이 왠말이냐’라는 냉소로 일관했다. 아래 논문은 COVID-19 기간동안 영국의 펍들이 어떤 방식으로 생존했는지에 대한 논문인데, 흥미로운 점은 영국에서는 펍을 지역경제와 지역사회를 유지하는 매우 중요한 공간으로 보고 지원하려는 경향성이 강했다는 점이다. 아무튼 술이라면 다들 고개를 돌리는 냉정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유독 술 산업만은 정부지원, 자본투자, 기술지원 등에서 항상 열외로 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미국이나 프랑스의 와인협회, 미국/영국 등의 위스키 협회 등이 우리나라에게 강한 압력단체로 작용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술 산업은 국내에서조차 천덕꾸러기가 되어 있다.

Sustainability in the beer and pub industry during the COVID-19 period: An emerging new normal
The COVID-19 pandemic created significant challenges for the British pub industry, due to the uncertain conditions caused by the virus, changes in con…

필자도 맥주 산업에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난 6년간 한가지 깨달은 사실은 ‘한국 사람들은 맛보다는 가격’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알못’이라고 표현하며, ‘나는 맛을 잘 모른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냥 싼거 아무거나 사거나, 포장이 예쁜 것을 고른다고 당당히 말하는 것을 보면 참 슬프다. 여러가지 역사적,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입맛’ 중에서 유독 술에 대한 입맛은 낙후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주변에서도 점점 맛있는 맥주를 만들려는 회사들은 줄어들고, 어떻게 하면 패키지를 더 독특하게 보이게 할지, 어떻게 하면 더 귀여운 패키지를 만들지에 올인하고 있다. 더 슬픈것은 제도적인 노력이 먼저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이 고리를 끊기가 어려울 것 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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