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문답 12 – 배 안 부르고 맛있는 맥주는 없나요?

맥주사업을 하면서 듣는 가장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컴플레인은 ‘맥주는 배부르다’ 이다.

특히나 술 좀 드신다는 주당들은 한결같이 이 컴플레인을 빼놓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맥주 사업을 하는 사람인데, 내 앞에서 소리 높여서 ‘맥주는 배불러어~~’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얄밉기도 하지만, 그만큼 그들에게는 맥주가 배부르다는게 큰 흠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여기서 맥주가 배가 부르다는 말을 좀 더 면밀하게 해석해 볼 필요는 있겠는데, 그 말에는 아마도 중간 부분은 ‘맥주는 (취할 때까지 마시려면) 배불러’ 라는 말이 들어 있는 것 같다.

맥주가 다른 술들과 가장 다른 점은 탄산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소주나 와인에는 탄산이 거의 없고, 샴페인 정도만이 탄산이 들어 있는데 우리는 샴페인을 그렇게까지 대량으로 마시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아마도 맥주에 들어 있는 탄산이 유독 배부른 느낌을 주는 것 같다.

그리고 맥주는 저도주이다. 일반적으로 4~5% 수준의 알코올 함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거나하게 취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을 마셔야 한다. 소주는 한병만 마셔도 효율적(?)으로 취할 수 있지만, 맥주로 취하려면 왠만한 주당들의 주량을 채우기 위해서는 많은 양이 필요하다. 게다가 식사까지 함께 겻들여서 하거나, 한국인들이 죽고 못사는 고기라도 굽게 되면 맥주의 포만감은 부담스럽긴 하다. 아마도 식량과 깨끗한 물이 넉넉하지 못했을 중세 유럽에서는 맥주의 이러한 특성이 장점이었겠지만, 다이어트하기에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맥주의 포만감은 기분 나쁜 증상에 불과한 것이다. 양도 문제이지만 속도도 문제이다. 소주나 위스키 같은 고도주는 비교적 한두 샷만 마셔도 취기가 오르지만, 맥주로 취하려면 꽤 오랫동안 마시게 되고 그 과정에서 안주까지 먹다보면 배부른 느낌이 드는 것은 다연하다.

하지만 배가 더 부르다고 해서 더 칼로리가 엄청나게 높은 것은 아니다. 소주 한병이 350~400 kcal 정도를 함유하고 있는데 반해서 맥주 한 캔은 100~150 kcal 사이이다. 따라서 맥주 2-3캔을 마셔야만 소주 한병 정도의 칼로리가 된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어찌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알코올이 바로 열량을 일으키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도수가 높으면 당연히 칼로리가 높다. 물론 소주는 일반적으로 한병을 여러명이 나눠 마시는 경우가 많고, 맥주의 경우에는 한 캔을 한 사람이 마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확하게 애플-투-애플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알코올은 1g당 7cal,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1g당 4cal, 지방은 9cal 이긴 하지만, 알코올로 얻은 칼로리는 모두 체내에서 이용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알코올 소비로 인한 산소 소비량의 증가와 체온 증가에 사용되기 때문에 호흡이나 소변으로 날아가 버리는 양이 꽤 많다. 알코올은 원래 체내에 축적될 수가 없기 때문에 나머지 알코올도 빠른 시간안에 대사된다. 그러나 알코올을 장기간 섭취하는 것과 비만과는 상관 관계가 높다는 연구가 많고, 알코올을 분해하는 것은 어쨌든 장기간 간에 부담을 주므로 몸에 좋을 것은 없다.

맥주가 배부르고 많이 마시면 살이 찐다는 인식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나 서구권에서도 맥주를 많이 마시면 배가 나온다는 생각이 강하게 있고,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맥주배를 부르는 Beer Belly 라는 표현도 있고, 이를 임산부의 배에 패러디한 광고도 한때 인터넷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주소비량과 허리둘레 간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는 없다고 한다. 맥주를 많이 마신다고 해서 배가 나온다고 하는 것은 과학적으로는 증명된 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맥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의 경우 운동량이 부족해서 살이 찌기 쉬운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는 일찍부터 칼로리가 낮은 라이트 맥주 (Light Beer)가 아주 큰 유행을 끌었다. 1980년대부터 Bud Light, Coors Light, Miller Light 는 각각 자신들의 오리지널 라인업인 Budweiser, Coors, Miller 의 매출을 앞서기 시작했다. 지금 시대에는 미국인들은 너무도 당연하게 쉽고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대기업 라거를 마실 때에는 라이트 버전을 마신다.

그런데 이런 라이트 맥주가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맥을 못 추었다. 카스에서는 오래 전부터 카스 라이트 라인업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고, 한때는 TV 광고도 꽤 했었다. 그렇지만 지속적으로 라이트 라인업은 일부 소수에게만 어필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라이트 라인업이 왜 한국에서 유독 인기를 끌지 못하는지 그 이유는 정확하지 않지만, 아마도 ‘오리지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 사람들의 특성과 ‘칼로리 다운’ 버전은 ‘맛이 없다’ 라는 인식이 유독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마케팅과 관련된 업무를 오랫동안 하다보면 소비자들이 강하게 unmet needs를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게 나오면 꼭 사겠다’라고 말하는 소비자가 꽤 많아서 출시해보면 막상 생각보다 많이 팔리지 않는 것이다. 아마도 라이트 맥주가 한국에서 그런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분명 엄청난 마케팅과 시장조사 예산이 책정된 대기업에서 몇년간 소비자를 조사한 끝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맥주는 배가 부르고, 칼로리 걱정이 있어서 미국처럼 칼로리 다운된 라이트 버전이 나오면 더 많이 사서 마시겠다고 해서 만들었을텐데, 막상 시장에서는 핫한 반응을 보이지 못하는 경우이다.

그럼 우리와 문화가 비슷한 일본에서는 어떨까? 일본 역시도 맥주를 ‘서구의 것’으로 받아들였고, 그 과정에서 ‘독일맥주’ 같은 정통성에 방점을 두고 많은 모방과 연구를 해 왔기 때문에 ‘오리지날리티’를 중요시하는 경향은 우리와도 비슷했다. 그런데 일본의 맥주 문화가 우리와 약간 다른 점이 있다. 한국인들은 맥주를 식사가 끝나고 밤에 야식으로 치킨과 마시거나, 회식상황에서도 1차는 고깃집에서 소주를 마시고 2차를 호프집에서 맥주로 마시는 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반면, 일본인들은 일상적으로 저녁식사에서도 맥주를 반주로 많이 마신다는 점이다. 일본의 음식은 기본적으로 간장과 조청 기반의 달달한 음식들이 많아서 그런지 드라이한 맥주가 일본음식과는 잘 어울리는 반면, 한국의 음식은 고추장, 된장, 마늘 베이스의 맵고 짠 것들이 많아서 소주가 반주로 더 잘 어울리기 때문에 그렇다는 설도 있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도쿄 시내의 음식점에 가보면 라멘이나 돈까스, 야키니쿠 등에 맥주를 겻들여서 마시는 일본인들은 일상적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는 맥주의 당(당질)을 낮춘 맥주가 인기를 많이 끌었다. 여기서 당질을 낮추었다는 것은 맥주의 발효과정에서 잔당을 낮춤으로써 전체적으로 맥주에 함유되어 있는 당을 낮추었다는 뜻이다. 알코올 함량에 포함되어 있는 칼로리는 그대로 들어 있기 때문에 당질제로, 혹은 당질오프라고 캔에 적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칼로리가 낮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당질을 낮춘 당질 오프 혹은 당질 제로 제품은 잔당감이 없어서 일반인들이 마셔봐도 혀 끝에 단 맛이 없고, 드라이한 느낌만 남는다. 아사히, 기린, 삿포로 등 일본의 메이저 회사들은 모두 이러한 당질제로/당질오프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고, 그 인기도 상당한 수준이다. 그러나 필자 역시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러한 당질제로/당질오프 제품을 본 적은 없는데, 한국인들은 유독 맥주에 들어가는 원재료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인지, 정말 패키지와 마케팅으로만 고르는 것인지 신기할 따름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각종 인공감미료가 들어가서 인위적으로 맛을 내는 맥주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예전에 막걸리나 다른 주종에서 보여주었던 반응과는 다르게 환영 일색이니 참으로 신기하다.

미국에서는 80년대 등장한 라이트 맥주가 서서히 인기를 끌더니 90년대와 2000년대를 지나면서는 완전히 대세를 이루었고, 2010년대 이후에는 조금씩 새로운 경향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하드셀처이다. ‘하드 hard’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영어에서 알코올이 들어 있다는 뜻으로 쓰이고, 셀처는 독일어로 탄산수 라는 뜻이기 때문에 하드셀처는 알코올이 들어 있는 탄산수라는 말이다. 하드셀처라는 제품명에서도 느껴지듯이 이 제품군은 맥주처럼 몰트 베이스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탄산수에 보드카를 섞는 방식이나, 몰트를 거의 첨가하지 않은 맥즙을 발효하는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음료 내에 함유된 단백질이나 당질이 별로 없다. 그래서 마시는 사람들은 마치 탄산수를 마시는 것처럼 아주 편하게 마시고, 살이 별로 찌지 않을 것 같아서 부담감도 덜 할 수 있다.

이 제품군은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고 예전부터 꾸준히 시장에 존재해 왔다. 뉴욕, 필라델피아, 시카고 등 독일계 이민자들이 많은 도시에는 여전히 예전 스타일로 하드셀처를 만들어서 팔고 있는 소형 양조장들이 다수 존재한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의 많은 서브컬쳐(sub culture)가 그러하듯이 일부 힙스터에게만 반응이 있거나, 한정된 지역과 계층에서의 문화로 치부되어 왔다. 그러다가 하드셀처의 열풍을 미국에서 처음 시작한 곳은 바로 White Claw라는 회사였다. 이들은 2018년부터 다양한 과일향이 첨가된 하드셀처를 미국에서 출시하였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윽고 새뮤얼 아담스(Samuel Adams) 보스톤 라거로 유명한 보스톤 비어 컴퍼니(Boston Beer Company)에서도 트룰리(Truly)라는 제품을 선보이면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2021년부터는 보스톤 비어 컴퍼니 전체 생산량 중에서 맥주보다 하드셀처가 더 크다고 한다. 그만큼 미국에서의 하드셀처의 인기는 어마어마하다.

하드셀처 시장은 2010년대 말과 20202년대 초를 거치면서 MZ세대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깔끔한 맛과 부담 없는 칼로리, 깨끗한 외관 등이 MZ세대들을 사로잡았다. 취하도록 마시는 것이 아니라, 한잔 한잔 즐기면서 마시는 MZ들의 음주관과도 잘 맞아 떨어졌다. 특히 미국의 MZ세대들 사이에서는 박스 단위로 사서 아이스 버킷 등에 넣어두고 홈파티를 즐기면서 밤이 새도록 놀면서 마시기에 가장 적합한 음료로서 하드셀처가 사랑을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왕래가 어렵기는 하지만, 미국의 이런 핫한 트랜드를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접하고 있었다. 그래서 필자가 운영하는 브루어리를 비롯해서 많은 회사들이 시장에 하드셀처 제품을 출시하고 있고, 최근에는 대기업들도 뛰어드는 추세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아직 뜨겁지 않은 편이다. 필자는 이 역시도 소비자들에게 무엇을 원하냐고 물어보았을 때, 그것에 꼭 맞는 것이 나와도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포드 자동차의 창업자 핸리 포드의 ‘내가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냐고 물어봤다면 그들은 더 빠른 말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라는 유명한 말처럼, 사람들은 ‘배부르지 않은 맥주’를 원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막상 배부르지 않고, 거의 탄산수 수준의 청량감과 가벼운 느낌을 살린 하드셀처가 나와도 소비자는 외면하고 만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예측해서 제공하기란 어려운 것 같다.

‘배부르지 않은 맥주’ 이야기를 할 때 종종 나오는 또 다른 음료는 바로 ‘무알콜 음료’이다. 그렇지만 무알콜음료는 절대 ‘배부르지 않은 맥주’는 아니다. 다만 알코올이 들어 있지 않아서 취기가 오르지 않을 수는 있다. 칼로리는 물론 알코올이 없기 때문에 알코올 도수가 높은 맥주보다는 낮지만, 그렇다고 제로 칼로리는 아니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도수가 높고 맛이 진한 크래프트 맥주에서도 배부르지 않고, 칼로리 걱정이 없는 맥주에 대한 요구는 꾸준히 있어왔다. 특히 도수가 높은 IPA는 마시다보면 취할 뿐 아니라, 자주 마시다보면 칼로리에 대한 걱정도 어느 정도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몇몇 양조장들이 최근 몇년간 로-칼 (Lo-Cal) IPA 라는 이름으로 칼로리가 낮은 IPA를 출시해 왔다. 원래는 Low Calories IPA 라고 적어야 할 텐데, 앞글자 중에서 Lo-Cal 만 따서 이름을 지은 점이 흥미롭다. 크래프트 맥주는 원래 ‘지역맥주’라는 아이덴티티가 있기 때문에 이름을 재미있게 조합해서 로우칼로리라는 뜻과, 로칼맥주라는 뜻을 동시에 의미하도록 만든 이름이다.

이들 로-칼 IPA는 어떻게 칼로리를 낮추었을까? 방법은 간단한데, 도수를 낮춘 것이다. 아마도 맥주를 잘 아는 사람들은 반문할 지도 모른다. IPA에서 칼로리를 낮추면 그런 맥주 스타일은 세션 (Session) IPA 라고 부르거나, 아니면 페일에일 (Pale Ale) 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지 않을까? 라고 말이다. 물론 이 말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Lo-Cal IPA는 일반적인 Session IPA 보다도 더 낮은 칼로리를 갖는 경우가 많다. 이는 (레시피를 본 것은 아니라서 100% 확신은 들지 않지만) 아마도 잔당을 거의 남기지 않고 당질제로/당질오프 방식으로 발효를 해서 칼로리를 낮추고, 굉장히 드라이하게 뽑은 것이 아닐까 추측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그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고, 동일한 도수를 유지하면서 거의 유일하게 맥주에서 당질을 낮춰서 칼로리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Lo-Cal IPA들은 당당하게 캔 표면에 칼로리를 표시하는데, 놀랍게도 330ml 또는 355ml 크기의 캔맥주가 100 칼로리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자도 궁금해서 몇개를 해외직구로 사서 마셔봤는데, 안타깝게도 맛은 그다지 썩~ 좋지 않았다. 이걸 마실바에는 그냥 조금 더 칼로리를 마시더라도 맛있고 호피한 session IPA 또는 그냥 진하게 IPA를 마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술을 마시는 사람은 그렇게까지 건강에 민감한 사람은 아닐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술의 카테고리에서 low calories 같은 카테고리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 있는 맥주 덕후들이야, 매일매일 IPA를 마시기 때문에 칼로리 걱정이 많이 될지 모르지만, 주로 라거를 마시거나, 어쩌다가 한번 캔맥을 하는 우리나라의 맥주 애호가들에게는 만약 그렇게까지 칼로리가 걱정이 된다면 아예 하루쯤 맥주를 안마시는게 나을테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배부르지 않고 맛있는 맥주는 도대체 없는 것일까?

필자는 그런 의미에서 리얼에일 (real ale) 혹은 캐스크 에일 (cask ale)을 추천하고 싶다. 리얼에일은 지금과 같은 고도의 산업화 진행되기 전에 맥주를 만들던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고, 강제로 탄산을 주입하지 않아서 과거에 사람들이 마셨을 법한 상태의 맥주를 재현해 놓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리얼에일은 현대적인 포장기술을 사용한 캔이나 병 또는 케그통에 담기지 않고, 전통적인 케스크에 담기기 때문에 종종 케스크에일이라고도 불리운다. 리얼에일은 탄산을 주입해서 추출하지 않기 때문에 비어 펌프라는 별도의 장비가 필요하다. 사람이 손으로 펌프질을 해서 맥주를 밖으로 밀어 내는 방식으로 추출하는데, 이 경우에 산소가 들어갈 수 밖에 없어서 리얼에일은 하루이틀만에 모두 판매하지 않으면 맥주가 산화되어서 판매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리얼에일은 가장 신선한 맥주이기도 한데, 그 이유는 효모를 살균하지 않고, 펍으로 운반하자마자 하루이틀안에 서빙을 하기 때문에 발효가 완료된 바로 직후에 가장 신선한 상태로 마셔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일맥주의 천국 영국에서는 CAMRA (Campaign for Real Ale)이라고 해서 이러한 리얼에일을 복원하기 위한 조직적인 운동까지도 있다. CAMRA는 리얼에일을 복원하기 위한 단체의 이름이기도 하고, 캠페인의 이름이기도 하다. 바꾸어 말하자면 지금 우리가 편의점에서 편하게 마시는 4캔만원 수입맥주는 강제로 탄산도 주입하고, 온도도 매우 차갑게 만드는 등, 포장기술이나 냉장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과거에는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는 방식으로 제조된 제품들인 것이다.

그럼 과거에 사람들이 마시던 탄산감도 적고, 온도도 미지근한 맥주를 파는 곳이 있을까? 영국에는 리얼에일을 파는 펍이 굉장히 많다. 필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거주한 적이 있었는데, 필자가 잘 가던 펍에는 종종 리얼에일이 들어오는 날에는 메뉴판에 스페셜 메뉴라고 적혀져서 나온 적도 있었다. 그렇게 스페셜한 맥주가 들어오는 날에는 필자는 꼭 그 리얼에일을 마셨다.

리얼에일은 탄산감이 적고, 온도도 미지근해서 영국인들은 warm & flat beer 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리얼에일은 탄산이 적어서 많이 마셔도 위가 불편하지 않고, 너무 차지 않아서 오히려 마시기 편하다는 느낌도 준다. 그래서 필자는 영국에 여행갈 일이 있으면 꼭 리얼에일을 마시지만, 나도 모르게 너무 많이 마시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할 지경이다.

국내에서도 리얼에일을 판매하는 곳이 있을까? 드물지만 간혹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가 자주 가는 곳은 광진구 구의동에 위치한 아쉬트리(Ashtree) 브루어리라는 곳이며, 이 곳에 가면 영국에서 오랫동안 양조경험을 쌓아온 브루어의 리얼에일을 맛볼 수 있다. 리얼에일 이외에도 페일에일(Bitter) 종류나 스타우트/포터류의 다크에일도 일품이니, 정통 영국식 에일을 맛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꼭 한번 가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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