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2022. 4. 5)

잠은 잘 자는 편이었는데, 올초부터 깊이 잠들지 못했다. 2-3시간 정도 자면 깨곤 한다.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가 생각했지만 술을 마시지 않은 날도 그랬다. 잠에서 깰 때 눈을 뜨면 십중팔구는 짧은 시계바늘이 마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다가 딱 걸린 아이처럼 2와 3사이에서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눈을 다시 감으면 잠은 오지 않다가 꼭 6시정도가 되면 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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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는 순간에도 나는 내가 꿈에서 일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꿈속에서도 회의를 하고, 무언가를 고민하다가 깨기도 한다. 잠에서 깨고 나서도 2-3분 정도는 꿈이 머릿속에 남아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꿈에서 해답을 찾았나 잠시 생각해본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책을 보니까 엄청 집중하면 꿈에서 뭔가 떠오르기도 한다는데, 불행히도 나에게 아직 그런 행운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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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가격이 오르는 지난 10년간 맥주가격은 오르지 않았다. 드디어 10년만에 맥주 가격이 한 캔에 250원 오른 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연 평균으로 따지면 0.5%도 오르지 않은 것인데, 이게 그렇게까지 화낼 일인가 싶다. 10년전 최저임금은 시간당 4500원, 지금은 9000원이다. 제발 월급 빼고 어쩌고 하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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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이나 위스키 할인행사에 오픈런을 하는 사람들과 맥주값 250원 오르는 것에 분노하는 사람들은 같은 사람들일까? 사람들은 맥주라는 물건에 가치를 두지 않는 것일까? 매일 소비하는 물건이기 때문에 조금만 가격이 올라도 화가 나는 것일까? 조금 더 내고, 조금 더 좋은 것을 즐긴다는 MZ세대는 편의점에 안가냐? 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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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이 산업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무언가 뾰족한 수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나에게 제갈량의 비단주머니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내가 무엇을 만들고, 누구를 만나고, 어디를 가고 하는 것들이 나에게 무언가 묘책이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놀랍다. 그냥 그런 척 하면서, 산에 제단을 차리고 동남풍 굿이라도 할까보다. 동남풍이 불면 다 내덕인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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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충격적인 것은 평생 처음 겪는 독서 무기력증. 고교 시절 정도부터 지금까지 한달에 적어도 한두권, 많으면 대여섯권 정도는 읽을 정도의 왕성한 독서 소화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책을 펴도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읽고 싶은 책도 없다. 주말에는 혹시나 해서 교보문고를 가서 한시간 정도 ‘취미’ 섹션까지 모두 살펴봤는데, 읽고 싶은 책이 없어서 사지 못했다. 서점에 가서 빈손으로 나온 것은 처음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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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작년에 있었던 사고와 2년간의 코로나 블루도 나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다시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에 아침수영을 다시 갔다. 수영은 위대한 운동이다. 허우적거리는 것 만으로도 육체와 정신의 건강이 되돌아 오는 것은 마법이다. 수영을 다시 처음 하고 나서 8시간을 잤다. 대박사건. 아침에 수영을 루틴화하는 것은 저녁에 술을 덜 먹게 만들고, 몸도 피곤하게 만들어서 밤에 잠도 잘 오게 하고, 심지어 아침 출근시간에 깔끔하게 샤워도 하게 해준다. 일석삼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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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고 나서 고기도 조금씩 다시 먹었다. 남의 살을 먹는 것에서 오는 쾌감은 딱히 없지만, 확실히 회복은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직원들과 밥과 술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소중하다. 과거에 갖고 있었던 생각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들도 한때 살아 있었을 것이고, 이들의 고통이 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는 것에 미안함이 있다. 미안하다, 조금만 먹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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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것도 정신건강에 좋다. 학창시절에 음악과 미술에 재능이 없었고, 표현에 서툴렀다. 한국의 교육은 글쓰기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기껏해봤자 사설읽고 논술이나 쓰라고 시키거나, 남의 글을 읽고 맞는지 틀린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오지선다 중에서 고르게 한다. 30대부터 블로그를 통해 글쓰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더 일찍 알았다면 나는 작가가 되거나, 언어와 관련된 무엇을 했을 거다. 공개하지 못해도 꾸준히 써 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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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것은 명상이다. 하루 15분 정도 호흡명상을 하고 있는데, 놀라운 경험을 한다. 눈을 감고 생각이라는 놈이 빛보다 빠르게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관찰하고 있으면 나라는 존재 안에는 복잡한 무언가가 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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