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우리는 술을 마시고, 알코올에 탐닉하는가?
맥주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음식과 술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기 시작했다. 자격증 공부도 여럿 했고, 그러다보니 당연히 술과 음식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 중에서는 과학적인 접근도 있고, 인류학적인 접근도 있고, 문학적인 접근도 있었다.
이 책 ‘술취한 원숭이’는 인류학적인 접근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진화인류학 적으로 인간이 왜 술을 마시고 탐닉하게 되었는가? 라는 질문에 대답하려는 시도이다. 결론적으로 아주 속시원한 대답을 들은 것은 아니지만, 여러가지 가설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 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술이 농경 이후의 시대적 산물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알코올은 자연상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포도당이 있기만 하면, 이를 탐닉하는 효모가 꼬여서 쉽게 생성된다. 인간의 농경은 기껏해야 몇만년 정도의 역사만을 갖고 있지만, 수십만년간 생존해 온 인류 그리고 그 조상인 다른 형태의 호모 뭐시기 들은 모두 과일이나 채소로 버텨왔을 것이다. 이는 현재 인류와 가장 유사한 침팬지나 고릴라를 봐도 명백하다. 그들은 특히 채소보다는 과일에 의존하여 에너지를 섭취하고, 이는 과거 지구에는 얼마나 과일이 풍부하게 여기저기에 열려 있었을지에 대해서 쉽게 짐작하게 한다. 곡식으로 농사를 지어서 술을 지어 먹은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는 말이다.
요컨대 식물은 과일이라는 매개체를 만들어서 자신의 종자를 뿌리겠다는 야심을 갖게 되었고, 아마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오랜 시간동안 진화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동물은 먹어도 되는 과일과 먹을 수 없는 과일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다. 이를 구분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시각적으로 익은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었고, 이와 더불어서 후각도 발달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자연상태에서는 수분만으로는 동물들에게 충분한 후각적 자극을 주기는 어렵지만, 알코올이 들어가는 순간 후각적인 자극은 훨씬 강렬해진다.
이처럼 농경 이전부터 과일을 통해서 인류는 알코올에 노출되어왔고, 알코올을 섭취한 후에 분해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는 방향으로 진화했음이 분명하다. 농경 이후에야 알코올을 섭취하기 시작했다고 한다면 지금의 왕성한 알코올 분해능력을 진화론적으로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 알코올은 유용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며, 그 외에도 심리적으로도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보다 과학적인 해석이다.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는 알코올 섭취량이 인간의 행복지수와 정비례하며, 과도한 섭취로 이어지면 행복지수가 감소하게 된다는 연구결과를 이 책에서는 소개한다. 사회적 동물로 진화한 인간이 친천 유인원인 침팬지나 고릴라에 비해서 다른 두드러지는 차이점 중에 하나는 인간의 집단이 침팬지나 고릴라에 비해서 훨씬 크고 복잡하고, 그 관계에서 서열이나 관습 등 지켜야 할 것들이 훨씬 많아진다는데 있다. 이는 뇌를 키우기도 했겠지만, 때로는 우리 뇌에 과다한 피로를 선사하기도 해서, 전두엽의 과도한 스트레스를 가끔은 풀어 주는데 알코올이 유용하게 쓰인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 모든 답을 얻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약간의 실마리를 얻을 수는 있었던 질문. 인간은 왜 술에 탐닉하는가? 그렇다 우리는 모두 술취한 원숭이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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