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5년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창업한지 5년 되었다.

1.

‘살아남았다’ 라는 안도감이 제일 크다. ‘살아남았다’ 라는 말 앞에는 ‘용케도’, ‘겨우겨우’, ‘다행스럽게도’ 등의 부사를 붙이면 더 적절하다. 창업할 때 장병규 의장님이 3년만 버티면 살아남은 것으로 본다고 하셨는데, 나는 3년이 지나서도 살아 있는 것인지, 죽기 직전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코로나 19 때문에 더 혼란스러웠다. 첫 창업이기 때문에 나 또한 대표로서 부족함이 많았다. 함께 했던 멤버들에게 미안하다. 돌이켜보면 지난 5년간 조금은 성장했다는 위안도 들지만, 반대로 미숙했던 지난날을 돌아보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일도 많다. 작년 말, 올해 초 즈음에 펀딩을 추가로 받으면서 많은 부분이 제자리를 찾았고, 급여일을 걱정해야 하는 일이 (일시적일지도 모르지만) 사라졌다. 지금은 많은 것들을 준비중이고, 이제 곧 세상에 내놓을텐데,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기대된다.

2.

시장은 늘 내가 예상한 바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 같다. 종량세 전환이 이렇게 빨리 될지, 제주맥주가 이렇게 빨리 상장할지, ‘곰표밀맥주’가 이렇게 크게 터질지, 코로나19로 인해서 도매채널이 무너지고 편의점 채널이 이렇게 커질지는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시장의 성장과 성숙’으로 해석한다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거다. 우리 업계에서도 상장사가 출현하고, 카스와 테라 매출을 능가하는 메가 히트작이 나왔으며, 주세제도도 선진국의 형태로 바람직하게 바뀌고 있다. 비록 채널은 한정적이지만, 전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편의점 유통채널 덕분에 오늘 입점이 되면 내일 전국에 제품이 깔리는 시장에서 우리는 장사를 하고 있다. 점차 성숙한 시장환경이 조성되고 있고, 성장성이 있는 회사가 나온다면 더 크게 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야심차게 출발했다가 지금은 사라져버린 브루어리들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도 한방에 훅 갈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은 늘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3.

요즘 전통주 공부를 하고 있다. 전통주 교육기관에 등록해서 소믈리에 과정을 이수했고, 지금은 양조반을 듣고 있다. 지금 내가 듣고 있는 교육은 아주 훌륭하다. 교육내용도 매우 체계적이고, 교육을 담당하시는 분도 내공이 있다. 전통주 공부를 하면서 맥주 업계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되었다. 맥주 업계에도 과거에 실력있는 교육기관이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 정도이고, 활성화 되어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 같다. 그런데 전통주 쪽에서는 훌륭한 교육기관들이 있고, 교육을 전담하는 인력들이 있었다. 부러웠다. 전통주는 정부의 지원도 큰 몫을 했을 것이다. 맥주는 국산 농산물을 쓰지 않다보니 그런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것 같다. 외국계 회사와 수입맥주에 의존하는 비율이 이렇게 높은데도 말이다. 결국에는 국산농산물 사용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한편으로는 맥주업계에서는 실력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교육 보다는 창업을 택했기 때문에 교육사업의 존재감이 미미했다. 2010-2016년 사이에 홈브루잉을 적극적으로 하고, 많은 지식을 갖고 있던 분들이 대부분은 업계에 들어와 ‘업자’가 되거나 근무를 하는 형태가 되다보니 의미있는 교육기관이 활성화되기 어려웠다. 우리 회사도 교육사업에 진출했다가 접었기 때문에 더 많이 아쉽다.

4.

5년을 돌아볼 때, 가장 후회가 되는 일들이 3가지 정도가 있는데, 2017년 즈음에 무리하게 지점을 확장한 것이 그 중에 하나다. 그런데 2021년, 올해가 지나면 이 실수들의 임팩트가 거의 사라지고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니까 내가 했던 실수를 만회하는데 정확하게 5년이 걸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경영자의 판단 실수가 다시 메이크업이 되는데에는 정말 긴 시간이 걸리고, 조직의 구성원들의 피땀이 들어간다는 것을 배웠다. 특히나 오프라인 외식업 비즈니스에서는 정말 점포의 출점에 대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만 한다. 비싼 수업료를 내고 이 점을 배웠고, 정말로 정말로 다행스럽게도 그렇게 치명적인 실수를 했음에도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서든’ 인 것 같다. 외식업에 대한 회의와 후회가 한동안 나를 지배했는데, 지금은 거기에서는 또 한걸음 벗어나 있기는 하다. 좋은 기회가 온다면 또 다시 도전해 볼 수는 있겠으나, 쉽게 도전할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내가 다시 외식업에서 확장을 한다면 두번다시 실패하고 싶지도 않다

5.

지난 주말에 퇴사했던 직원들 여러명이 우리 펍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술도 좋은 걸로 하나 사주었다. 기분좋은 자리였다. 주말에는 한 식당에서 브런치를 먹고 있는데, 우리 회사 출신 직원이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해주었다. 한달 쯤 전에 몸이 안좋아서 퇴사하는 직원도 혹시 기회가 닿으면 꼭 다시 같이 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점점 우리 조직 안에 구성원이 많아질 수록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지 보다는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 같다. 퇴사라는 것이 항상 유쾌하고 즐거운 프로세스일 수는 없겠지만, 우리 회사를 거쳐간 사람들이 다친 마음으로 나가지 않기를 바라며, 우리 회사를 떠나서도 모두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하게 된다. 그들이 단 하루라도 나와 함께 일했다면 그 경험에 대해서 당장 좋게 이야기 할 수는 없겠지만, 시간이 흘러서 마음의 먼지들이 좀 가라앉았을 때, 기쁜 마음으로 나와 우리 회사를 회상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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