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전쟁, 이 책은 위험하다.

 

Summary: 월급전쟁이라는 책은, 논리적이지도 못하고, 현실을 왜곡하는 것 같다. 따라서 이 책의 타겟 독자인 직장인 초년생들에게 근거없는 반기업정서나 음모론을 갖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월급 전쟁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정확하게 내가 싫어하는 부류의 책이다. 그 이유는 딱 한가지, 바로 자본주의 및 시장경제에 대한 오해를 키우기가 딱 좋은 책이라는 점이다.

이 책의 대상 독자는 아마도 경제/경영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인 듯 하다.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같은 간단한 개념도 설명을 굳이 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 책의 타겟 대상 독자는 직장생활을 지금 막 시작한 사회 초년생들인것 같은데, 너무나 왜곡된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어서,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이 혹여나 잘못된 시각을 갖게 되지는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비즈니스에 대해서 가장 잘못된 시각이 바로 밑도 끝도 없는 반기업 정서와 시장의 한계를 시장의 실패와 동일시하는 시각, 그리고 시장의 매커니즘을 몇몇 정책으로 고칠 수 있다고 믿는 행정 관료적 사고방식이다. 기업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위의 방식들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은 공교롭게도 위의 세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책이다. 게다가 이 책의 저자가 회계사라는 점에서, 회계사라는 분이 이런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게  그냥 놀라울 따름이다.

예를 들면 이런 소제목들이다.

은행들의 땅짚고 헤엄치기 예대마진
카드사의 선포인트 결제, 새로운 노예계약
왜 카드회사를 고리대금업이라고 할까?

위의 세가지 제목들은 매우 자극적일 뿐 아니라, 사람들을 호도하기 딱 좋은 내용들이다. 예컨대 첫번째의 은행들의 땅 짚고 헤엄치기 예대마진 이라는 챕터에서 저자는 은행들이 예금은 아무리 오랫동안 거래를 해도 별로 대우를 안해주고, 대출은 한껀만 크게 해도 대우를 잘 하더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은행들이 예대마진으로 쉽게 돈을 번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런데 이것은 은행업의 본질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은행업의 본질이 바로 예대마진과 수수료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제목에서 등장하는 카드사의 선포인트 결제가 노예계약이라는 내용은, 우리나라 카드사들이 가입만 하면, 그 자리에서 특정 상품들의 신용판매에서 금액을 디스카운트 해주면서 몇년간 카드를 사용하도록 약정(?)을 걸어 놓는 것을 노예계약에 비유하고 있다. ‘노예계약’이라는 말은 고객에게 선택권이 없을 때에만 사실이다. 카드를 새로 만들어서 선결제를 하고 싸게 산 대신에 오랫동안 그 카드를 쓸지 말지는 어디까지나 고객의 선택이다. 선택이 없으면 말이 되지만, 그냥 제값을 주고 노예계약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옵션이 있는한, 이런 자극적인 제목은 그냥 사람들을 mislead 하기 위함이라고밖에 해석이 안된다. 그 외의 챕터에서도 이런 내용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 할 수 있다.

물론 이 책에도 우니나라 은행제도의 문제점, IMF로 인해서 생겨난 많은 기형적 금융제도, 저축은행 문제 등등 꽤 좋은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음모론’이나 ‘재벌과 정부가 다 해먹었다’라는 극단적인 시각이 있다. 재벌과 정부가 손을 잡고 우리 경제를 많이 왜곡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마치 big brother라도 되는양, 모든 것을 알고 조정한 것 처럼 말하는 것은 비약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형적으로 대중을 선도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되었다.

무엇보다도 실망스러웠던 것은 책의 거의 300페이지 전부를 이런 식으로 현실에 대한 비판과 비관 위주의 내용으로 채우고 있고,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월급쟁이 하지 말고, 자기 자산을 키우라는 둥, 저축이 답이라는 둥 원론적인 이야기만 두세페이지에 걸쳐서 나오는 것이 고작이다.

요컨대, 이 책은 별로 권하지 않는다. 게다가 경제/경영에 대한 지식이 없으신 분들은 읽지 않으셨음 한다. 사회에 대한 괜한 억화심정만 키울 수 있다. 나 역시도 우리사회의 경제구조에 대해서 많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 시장의 시스템이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인정하지만, 기업의 본질 자체에 대해서 도전을 한다고 해서 이런 문제들이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장을 보완하고, 기업을 올바른 방향으로 리드함으로써 문제들을 해결해야지 무턱대고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것은 안된다.

시장의 한계에 대한 답은 시장을 허무는게 아니라, 시장을 더 잘 이해하도록 사람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제도, 사람들 누구나 좋은 경제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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