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주동안 나는 가수다를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봤다. 김건모씨의 재도전 결정된 편까지 보고 1주일간 여행을 떠났는데, 여행중에는 뉴스를 통해서 그후의 여러 사태를 접하게 되었다. 그동안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니, 일밤 나는 가수다의 몇가지 실수가 보였고, 이런 점들을 보완하면 좋을 것 같아서 올린다.
1.프로 가수에게는 탈락보다 우승을.
프로 가수들이 펼치는 경연은 탈락을 통해서 걸러내기보다는 우승을 통해서 영예롭게 ‘졸업’하는 방법을 택하는 방법이 더 나았다. 물론 굳이 순위 매기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꼴찌에 대한 페널티가 필요할 수도 있었겠지만, 탈락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미션을 주거나, 벌칙수행을 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무거운 분위기에서 한명 탈락하면 다들 눈물 흘리는 분위기를 피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2.부력 조절의 실패.
프로그램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너무 무거웠다. 프로 가수들의 경연인 만큼 분위기가 무거워질 것을 제작진에서 예상했다면 좀 더 가벼운 분위기로 가기 위해서 장치들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너무 심각한 분위기를 유도했던 것이 문제였던 듯 하다. 꼴찌를 해도 별것 아니라는 메시지를 처음부터 줬더라면 이렇게 다들 심각한 분위기로 큰 사고를 터뜨지리는 않았으리라.
3.기획의도와 원칙의 불일치.
기획의도가 좋은 가수들의 좋은 무대를 프라임타임에 내보내는 것이었다면, 그것에 맞는 룰을 먼저 만들었어야 했다. 중간에 갑자기 재도전이 생겨난 것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비판했으므로, 여기에 대해서는 그만.
4.방청객 심사단 구성의 객관성과 공정성.
마케터 입장에서 가장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방청객 심사단은 가수들의 순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들의 나이, 성별, 선호하는 음악장르, 그리고 이들이 투표 전후에 선호하는 가수들이 그대로인지 바뀌었는지 등등이 매우 중요한 변수들인데, 제작진은 이런 부분은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 듯 했다.
5.스포일러는 막을 수 없는 대세. 차라리 이용했어야.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내내 제작진은 스포일러와 싸워야 했을 것이다. 스포일러에 대해서 방지하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고, 스포일러가 나타날 때 마다 얼마나 짜증났겠는가? 하지만 요즘과 같은 시대에 인터넷으로 소문이나 정보가 퍼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것을 막겠다는 것 자체가 20세기 발상이다. 스포일러가 나오기보다는 이것을 입소문으로 충분히 이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점도 역시 다른 실수들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6.트랜드에 역행하는 점수매기기
점수매기기는 매우 재미있는 방법이고 시청자들의 주의를 쉽게 끌 수 있으나 확실히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다. 점수매기기는 더 이상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어떤 것을 평가하는 잣대가 하나라는 생각에 대해서 이미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에서는 거부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공연을 보기 전과 후에 사람들의 선호도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감동을 준 사람의 숫자라든지, 다른 여러가지 기준들을 합산해서 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중화시킬 수도 있는 문제였던 것 같아 아쉽다.
7.개그맨의 역할 부재.
개그맨의 역할에 대해서는 여러 매체에서 지적이 되었고, 편집상 그들이 음악을 감상하는 것을 방해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나도 그들이 왜 그렇게 많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분위기를 밝게 하지도 못하고, 가수들에게 매니저로서의 역할을 하지도 못했던것 같다. 모르겠다, 아마도 몇회가 지났으면 그들의 역할이 좀 더 분명해 졌을지도.
인터넷상에 이소라, 김건모, 김제동 등에 대한 비판이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는데, 사실 이런 것은 없었으면 한다. 그 사람들의 캐릭터는 원래 그렇다. 이소라는 그럼 감성의 소유자라서 노래가 슬프고, 때론 감동적인 것이다. 김건모는 익살스러운 것이 그의 특징이고, 김제동은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자고 말하는 사람이다. 이런 내용을 우리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들의 성격/ 캐릭터가 그런것이니, 그들을 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비판 보다는 제작진의 원칙과 그들을 어떻게 사용해서 재미있고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지에 대해서 비판과 격려를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나 또한 좋은 가수들의 좋은 무대를 TV 에서 주말 프라임 타임에 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것은 훌륭한 기획의도임에는 분명하므로, 이 프로그램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한다.
프로그램이 폐지되지 않고 계속 되었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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