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이 책은 어떤 종류의 책인지 분류가 어렵다. 작가의 정체성에 대한 에세이인지, 인물 평전인지, 과학 관련 서적인지 아리송하다. 그런데 어찌보면 그게 이 책의 포인트이다.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무의식적으로 분류한다. 우리와 가까운지 먼지, 비슷한지 다른지, 친한지 안친한지, 높은지 낮은지 등등. 이러한 우리의 분류에 대한 집착은 본능에 가깝다 (이 내용은 책에도 나오는데, 분류하는 능력과 본능은 인간의 성장발달 단계 상 일정한 시기에 발현된다)

그렇다고 우리의 분류가 늘 옳은 것은 아니다. 물 속에 산다고 해서 모두 ‘어류(fish)’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담는 것은 과연 옳을까? 이 책에 따르면, 그리고 이 책의 저자가 따르는 캐롤 계숙 윤이라는 학자에 따르면 어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의 직관에 의해서 물 속에 사는 비슷하게 생긴 동물들을 어류라고 분류하지만, 이들은 아주 엄격하게 살펴보면 어떤 어류는 다른 어류보다 지상에 사는 다른 동물에게 유전적으로 가깝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지금까지 말한 포인트는 이 책의 핵심 내용은 아니다. 그 이전에 이 책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학자에 촛점을 맞춘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스탠포드 대학의 초대 학장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사람은 물고기를 분류하고 이름붙이는데 거의 모든 학문적인 커리어를 집중한 사람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사람은 우생학(Eugenics)를 신봉했던 사람이며, 스탠포드 설립자를 죽였다는 꽤 강한 의심을 받는 사람으로, 역사적으로 꽤나 논쟁거리가 많은 사람인 것이다.

작가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에 대해서 탐구한다. 처음에는 그가 여러번의 시련에도 불구하고 꺾이지 않는 의지를 가지고 살았다는 점에 대해서 매료되지만, 파면 팔수록 이상한 점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끝내는 그에 대한 혐오를 숨기지 않게 된다. 훌륭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아니었네.. 라는 점은 이 책의 제목인 물고기라는 구분이 매우 간단한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와 일맥 상통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레지비언이다. 레즈비언은 통상적인 성별구분에 잘 없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성별에 남/녀 밖에 체크를 못하게 되어 있는 경우가 거의 99% 이상이다. 미국만해도 남, 여, LGBTQ+, 혹은 “밝히고 싶지 않음” 옵션 까지도 종종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무튼 작가는 자신이 통상적인 성별구분에 해당하지 않는 성적 정체성을 가졌다는 점을 꽤나 오랫동안 괴로워했다. 그러다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사랑을 만나며 책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다시 한번 이 책의 핵심 주제인 ‘간단하게 구분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네?’ 라는 것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중의적인 여러가지 의미가 담긴 이 책을 나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인간의 지식과 지혜는 아직도 완벽하지 않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선입견과 무지로 세상을 보고 있을까? 지금 현재도 말이다.

정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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