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로드트립

떠나기로 한 이유

오랜만에 여행기를 쓴다.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일본 홋카이도 북부를 여행하기로 했다. 일본의 소도시를 많이 다녀봤지만 홋카이도 북부는 가본 적이 없었고, 일본 사람들조차 잘 가지 않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혼자 있기에 적당한 곳이라 생각했다.

사실 홋카이도는 두 번 간 적이 있다. 첫 번째는 대학교 때 친구들과 여행을 갔었고, 두 번째도 대학교 때 학교 홈스테이 프로그램을 통해 마루세츠부라는 작은 도시에서 한 달 정도 머문 적이 있었다. 삿포로, 하코다테, 오타루 같은 남부 도시들은 그때 대부분 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남부를 일체 배제하고 북부 도시들을 일주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결정에는 작년에 우연히 봤던 조진서 기자님의 홋카이도 관련 유튜브 영상의 영향이 컸다. 언젠가 주변 상황이 좀 정리가 되면 홋카이도를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된 것도 이 영상 덕분이었다. 홋카이도가 일본의 개척 역사를 대변하는 장소라는 점, 일본 최북단을 가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도 없는 장소에 가서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이 나이가 지나면 못 갈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다.

코스는 삿포로 출발 → 왓카나이 → 소야곶 → 아바시리 → 아사히카와 → 삿포로 귀환. 운전만 해도 1,200km가 넘는 거리였지만, 광활한 지평선이 펼쳐진 홋카이도의 대지를 렌터카로 달리며 생각에 잠기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일차 — 삿포로 공항에서 왓카나이까지

삿포로 공항에 오후 2시쯤 내려 타임즈 렌터카에서 차를 빌렸다. 직원이 매우 친절했고 한국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어서, 렌터카 시스템을 꼼꼼하게 설명해줬다. 아이폰의 스마트폰 연동 덕분에 내비게이션과 음악도 편리하게 쓸 수 있었다. 라쿠텐 렌터카로 Times 라는 브랜드를 예약했는데 전혀 어렵지 않았고, 기사 아저씨가 카운터까지 와서 픽업해줘서 공항에서 렌터카 픽업까지 찾아가는 것도 수월했다.

삿포로에서 왓카나이까지는 약 400km. 중간에 한두 번 휴식을 취하며 운전했는데도 상당히 피로했다. 운전 방향이 반대라는 점에 익숙해지는 데 하루 정도 걸렸다.

삿포로에서 왓카나이로 향하는 해안도로는 신기하게도 우리나라 동해가 서쪽으로 보이는 길이었다. 그 풍경은 무척 아름다웠지만, 중간중간 사슴과 너구리, 여우가 자주 튀어나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특히 해가 진 6시 반 이후에는 더 많이 나타나서, 겁이 나 천천히 운전했다. 오후 2시에 출발해 왓카나이에 도착한 것이 저녁 8시 무렵이었다.

사실 이 바닷가를 달리며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일본의 서쪽 바다를 우리가 ‘동해’라고 표기하자고 하는 것이 일본인 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겠다는 생각. 물론 일본해 표기에 반대하는 한국인의 입장도 있지만, 남의 나라 서쪽 바다를 동해라고 부르자는 것도 어딘가 강압적인 면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본해도, 동해도 아닌 — 평화와 화해를 상징하는 제3의 이름은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해안선을 따라 북쪽으로 달렸다.

왓카나이에 도착해 도미인 비즈니스 호텔에 묵었다. 방은 작고 필요한 것만 딱 갖춰진, 말 그대로 ‘잠만 자는’ 공간이지만 없는 것도 없는 일본 비즈니스 호텔 특유의 시스템이다. 다행히 이 지점에는 온천이 있어 긴 운전의 피로를 충분히 풀 수 있었다. 늦게 도착했음에도 왓카나이역 주변에는 라멘집과 이자카야가 몇 군데 영업 중이어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잠들었다.

2일차 — 소야곶, 일본의 맨 끝

아침에 간단하게 조깅을 하며 오호츠크해를 바라봤다. 정확히는 동해와 오호츠크해가 만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는데, 그 바다를 달리는 기분은 꽤나 상쾌했다. 호텔로 돌아와서 아침을 먹고 이번 여행의 가장 중요한 목적지, 소야곶으로 향했다.

소야곶(소야미사키)은 말 그대로 일본의 최북단 땅이다. 북쪽을 바라보면 약 43km 너머로 사할린이 보인다. 그 너머는 러시아 땅. 과거 러일전쟁 당시 일본과 러시아가 실제로 전쟁을 벌였던 지역이기도 하고, 국경 분쟁이 심했던 시절도 있었던 군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소야곶에서 약 한 시간 머물렀다. 언덕에 올라가 주변을 내려다보고, 세심하게 살펴봤다. 솔직히 말하면 30~40분이면 볼 것이 다 끝날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곳이다. 하지만 한국인도 일본인도 없이, 진짜 아무도 없는 땅끝에 혼자 있고 싶은 사람에게는 이보다 적합한 곳이 없다. 그런 여행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소야곶을 추천하고 싶다.

우리나라에는 국경이라는 개념이 체감으로 다가올 기회가 없다. 다른 나라와 땅을 맞대고 있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느끼기 어렵다. 소야곶에 서서 보니, 일본과 러시아가 실제로 이렇게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사실이 피부로 와 닿았다. 남한 면적의 약 80%에 달하는 이 광활한 홋카이도라는 땅을 개척하기 위한 역사와 정책들이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3일차 — 아바시리, 오호츠크의 끝

소야곶에서 아바시리로 향했다. 원래 계획은 당일 아바시리 형무소까지 방문하는 것이었지만, 입장 마감이 오후 4시여서 다음 날로 미뤘다. 대신 중간중간 천천히 달리며 여유를 즐겼다.

이 구간에서 예상치 못한 행운을 만났다. 유빙이었다. 4월에 홋카이도를 여행하면서 유빙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실제로 바다 위에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장면을 목격했다. 해안선 가까이까지 밀려온 유빙도 많았다. 차를 세울 수 없어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다음 날 아침 조깅 중에도 해안가에서 유빙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이 구간을 달리면서 홋카이도 특유의 편의점, 세이코마트를 여러 번 들렀다. 홋카이도에서는 패밀리마트나 세븐일레븐보다 세이코마트가 더 많고 잘 되어 있다. 특히 Hot Chef 라는 아이콘이 그려진 점포는 내부에 키친이 있어 직접 조리한 음식을 판매하는데, 그런 점포들에 들러 간단히 배를 채우며 달렸다. 더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일본의 편의점은 간편 조리 음식의 퀄리티도 훌륭하다. 간단한 도시락, 덮밥류, 샌드위치 등은 믿고 먹을 수 있어서 좋다. 계속해서 뭔가 새로운 제품만 출시해서 이슈몰이만 하려는 한국의 편의점과는 좀 다른 것 같다.

아바시리에는 오후 5시쯤 도착했다. 일본 소도시 중에서도 소도시라 할 수 있는 작은 곳이지만, 작은 다운타운에서 간단히 밥을 먹고 맥주 한잔 하는 소소한 즐거움을 누렸다. 아바시리는 인구 3만명짜리 정말 작은 도시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지자체들이 인구 3만명 정도인데, 내 기억으로는 정선, 영덕 같은데가 인구 3만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쳐도 가장 작은 시골 도시에 온 것이나 다름이 없다. 작은 다운타운이 있다고는 하지만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아바시리는 일본 홋카이도의 동쪽 끝이다. 그래서 전날부터 다음날 일찍 일어나서 일출을 보고 싶었지만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놓쳤다. 그 전날 편의점에서 궁금해서 이것저것 맥주를 사서 마시기도 했기 때문이다. 일본 편의점에는 신기하고 맛있는 술들이 많지만, 나도 이제는 거의 정해진 것만 먹는다. 이번 여행에서는 삿포로 클래식과 소라치 에이스 맥주 위주로만 마셨다. 이제는 이것저것 탐험해 볼 필요가 없다.

일출을 보지는 못했지만 해가 이미 떠 있는 해변을 아침 조깅으로 대신했다. 조깅을 하면서 유빙을 한번 더 볼 수 있었다. 보통 조깅할 때는 핸드폰을 두고 나가는 편인데, 이 날은 핸드폰을 가져가서 사진도 좀 찍었다.

4일차 — 아바시리 형무소와 북방민족 박물관

오전에는 아바시리 시내에 있는 북방민족 박물관을 방문했다.

홋카이도는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이 본격적으로 개척하기 이전까지 아이누 사람들이 살던 땅이다. 아이누는 일본 본토인과 생김새도, 문화도, 언어도 달랐으며, 오히려 사할린·시베리아 계열의 북방 민족이나 캐나다·그린란드의 원주민들과 문화적·인종적으로 더 유사하다고 한다. 박물관에는 그들의 의복, 사냥 도구, 주거 형태 등이 잘 전시되어 있었다. 스마트폰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천천히,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즐겼다.

오후에는 아바시리 형무소로 향했다. 아바시리 형무소는 1984년까지 실제로 사용됐던 곳으로, 이후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박물관으로 재개장했다. 일본 최북단의 가혹한 환경에 세운 형무소라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혹독한 곳이었을지 상상이 간다. 내부는 실제로 춥기 때문에 두껍게 입고 가는 것이 좋다.

방사형으로 배치된 수감자들의 방들이 인상적이었고, 당시 죄수들이 홋카이도 개척을 위해 노동했던 모습을 담은 영상과 자료들도 흥미로웠다. 실물과 흡사한 마네킹들이 당시 복장을 입고 배치되어 있어서, 실제 사람이 있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어 깜짝 놀라기도 했다.

이 형무소를 보며 일본의 근대화 과정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일본은 유럽 열강, 특히 영국이 오스트레일리아를 죄수 노동으로 개척한 역사를 참고해 홋카이도를 개척했다. 그리고 그 개척과 개발의 논리는 이후 한반도 식민지화, 만주국 수립으로 이어진다.

박정희 대통령이 만주 군관학교 출신으로서 도로·토목 중심의 국가 개발 방식을 이어받은 것까지 생각하면, 역사의 맞닿은 지점들이 참 넓다. 물론 조선인 중에도 이 형무소에 끌려와 복역하다 생을 마감한 이들이 있었을 것이나, 일본 측이 그 부분을 상세히 기술할 리는 없었다.

형무소를 박물관으로 만들어 관광 자원화한 방식은 흥미로웠다. 입장료에 기념품점, 식당까지 관광상품으로서 잘 기능하고 있었다. 기념품점에는 “지명수배범”, “탈주범”, “집행유예 3년” 같은 유머러스한 문구가 쓰인 티셔츠들이 있어 꽤 웃었다. 이 형무소와 관련해 가장 유명한 인물은 ‘일본 탈옥왕’으로 불리는 시라토리 요시에로, 아바시리를 포함한 여러 교도소에서 무려 4번이나 탈옥한 기록을 남겼다. 그에 관한 마네킹이 형무소 안에 전시되어 있었고, 관련 굿즈도 기념품점에서 팔고 있었다.

마침 이 시기에 아바시리 형무소를 배경으로 한 《골든 카무이》 홍보물이 형무소 곳곳에 붙어 있었다. 원작 만화를 실사화한 영화와 후속 드라마 시리즈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작품이다. 팬층이 상당했고, 기념품점에도 관련 굿즈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5일차 — 마루셋푸를 지나, 아사히카와로

아바시리에서 아사히카와로 향하는 길 중간에 반가운 마을 하나를 만났다. 마루셋푸

마루셋푸는 2002년, 대학 시절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있을 때 학교 홈스테이 프로그램으로 2~3주 머물렀던 곳이다. 무려 23~24년 만의 재방문이었다. 당시에도 굉장히 작은 마을이었고, 주민이 수십 명에서 수백 명도 안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야마하 악기에 쓰이는 목재를 벌목하고 가공하는 마을이라는 기억이 있었는데, 마을 곳곳에 목재를 건조하거나 쌓아둔 곳들이 여전히 있어서 그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편의점에 앉아 음료수 한잔 마시며 잠시 쉬었다가 다시 아사히카와로 달렸다.

아사히카와는 홋카이도에서 삿포로 다음으로 큰 도시다. 마치 트루먼 쇼에 나올 것 같은, 반듯하게 계획된 정방형 도로가 인상적이었다. 묵은 호텔은 JR에서 운영하는 저가형 호텔 JR Inn으로, 아사히카와역에 바로 붙어 있어 편리했다. 주변 쇼핑몰과 모두 연결되어 있는 구조가 마치 삼성역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 같은 느낌이었다. 아사히카와역 근처에 숙소를 잡으면 어디든 편리하게 다닐 수 있다.

역 맞은편에는 헤이와 도오리라는 메인 스트리트가 있다. 일본 소도시의 전형적인 메인 스트리트 구조로, 음식점과 술집이 모두 이 길에 모여 있어 어렵지 않게 시내를 둘러볼 수 있었다. 아사히카와 라멘을 먹었다. 유명한 집들이 마침 휴일이어서 덜 유명한 곳으로 갔는데도 맛은 괜찮았다.

이름 그대로 강을 끼고 있는 도시답게, 아침에는 강변을 따라 조깅했다. 4월임에도 강변에 눈이 많이 쌓여 있어 조심스럽게 달렸다. 내륙 도시라 바다는 없지만, 아사히카와로 오고 가는 길에 눈 덮인 산들의 경치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6일차 — 삿포로로

아사히카와에서 삿포로로 돌아와 렌터카를 반납했다. 삿포로 시내는 대중교통으로 충분히 이동 가능하기 때문에 차가 필요 없었다. 삿포로에서는 다른 여행객들과 비슷하게 스텔라 플레이스에 가서 쇼핑을 하고 스스키노 라멘요코초에 가서 라멘을 먹고 돌아다녔다.

다음날 일어나서 삿포로 대학 캠퍼스를 뛴 것이 좋았다. 삿포로 대학 캠퍼스에 연대 백양로 같은 중앙도로가 하나 있는데, 이 도로를 아침에 사람들이 많이 뛰고 있었다. 나는 처음에 코스를 잘못 잡아서 삿포로 대학을 밖으로 한바퀴 크게 돌까 했었는데, 그것보다는 삿포로 대학 내부 도로를 뛰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삿포로 같이 추운 도시에도 많은 러더들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도 있고, 멋진 러너들이 정말 많다.

여행을 마치며

일본에서 1,000km 이상 장거리 운전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미국에서는 몇 번 해봤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경험이었다. 좋았던 점은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고 서비스가 잘 되어 있다는 것. 라쿠텐 렌터카로 예약했는데 공항에서 픽업까지 모두 순조로웠다. 북부 도시까지는 대중교통이 거의 없기 때문에 렌터카는 사실상 필수다.

예상하지 못했던 불편함도 있었다. 톨비가 상당히 비쌌고, 주유소에서 신용카드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현금을 미리 준비했어야 했다. 홋카이도 특성상 동물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도 주의해야 하고, 4월이라도 눈길이 있을 수 있어 방심은 금물이다. 그리고 솔직히, 1,000km를 운전하고 나면 엉덩이가 꽤 아프다. 오십을 넘어가면 이런 장거리 로드트립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니, 할 수 있을 때 하길 잘했다 싶기도 하고, 조금 서글프기도 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삿포로를 제외한 곳에서 한국인을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한국말조차 들리지 않았다. 왓카나이로 향하는 길이나 아바시리로 가는 길에서는 동서남북 5~10km 안에 나 혼자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광활하고 텅 빈 대지가 펼쳐졌다. 내 생각에는 사람보다 사슴, 노루, 여우, 너구리가 더 많은 것 같다.

혼자 사색에 잠기고 싶은 사람, 오호츠크해를 달리며 조깅하고 싶은 사람, 일본 소도시 여행을 큐슈나 혼슈 너머로 확장하고 싶은 사람에게 홋카이도 북부를 권하고 싶다. 이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해산물 요리, 그리고 홋카이도에서만 파는 삿포로 클래식 맥주도 함께.

일본은…

일본은 참 재밌는 나라다. 문화적으로 유사하고 따뜻한 쌀밥과 미소된장국이 있어 편안하면서도, 규칙에 철저히 묶인 문화가 이방인에게는 때로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공항에 내리면서부터 들리는 ‘주의해 주십시오’ 라는 방송들을 듣다보면 정말 이 사람들은 별걸 다 주의해 달라고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한국인이 어릴때부터 부모님에게 가장 많이 듣고 자라는 말이 ‘튀지말아라, 모난 돌이 정맞는다’ 라고 한다면 일본인은 ‘주변에 피해를 입히지 말아라’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카페에서도 주변에 약간 피해를 주더라도 크게 튀는 행동이 아니면 괜찮지만, 일본은 반대로 튀는 행동이지만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 괜찮은 경우도 많다. 외모는 무서운 폭주족이 엄청 예의바른 경우도 종종 본다. 편하고도 편하지 않은, 한국 문화와의 그 미묘한 간극이 일본 여행의 묘미이기도 하다.

내 마음속에 일본은 ‘규칙의 나라’이다. 이들에게는 삶 속에 지켜야 하는 룰들이 있다. 이방인이 와서 그 룰에 벗어난 행동을 하면 그들은 몹시 당황한다. 불편해한다. 스트레스 받는다. 가끔은 어찌할 바를 몰라하거나, 단호하게 그러면 안된다고 한다. 나도 일본은 자주 간다고 갔지만, 여전히 어떻게 행동해야 모를 순간들이 있다. 호텔에 딸려 있는 작은 온천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운전할 때의 예절은 무엇인지, 등은 이번 여행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챌린지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긴 시간동안 한국 사람 뿐 아니라 일본 사람도 별로 없는 곳에 가서 조용히 지내다 올 수 있었던 것은 좋았던 것 같다. 사람도 규칙도 없는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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