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찰리의 연감 – 찰리멍거 지음

최근에 워런버핏 웨이를 읽고 나서 버크셔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결국 가난한 찰리의 연감 까지 읽었다.

서로 6살 차이인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는 같은 동네에서 태어 났지만 어렸을 때는 서로 잘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한참 후에야 동업자가 되어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와 같은 위대한 투자회사를 만들었다. 찰리 멍거는 원래 변호사였고, 변호사였던 당시에 워런을 만났는데, 워런이 변호사보다는 투자가가 더 좋은 직업이라고 권유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찰리는 스스로 회사를 열어서 한참을 운영했고, 본격적으로 두 사람이 동업을 하기까지는 그로부터 16년 가까이 흐른 뒤라고 한다. 인생 길게 봐야 한다.

워런버핏 웨이 (The Warren Buffet Way)
최근에 KOSPI 가 5000을 돌파하면서 주식시장이 뜨겁다. 그래서 이 책을 산 것은 아니고… 평소 워런…

두 사람 다 엄청난 양의 책을 읽는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워런버핏의 자녀들은 어렸을 때 워런버핏이 너무 많은 책을 읽어서 자기 아버지가 작가이거나 저널리스트라고 생각했을 정도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 모두 직접 저술한 책은 없고,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워런버핏은 주주서한(annual letters to shareholders)를 통해서 글을 많이 남겼고, 찰리 멍거는 바로 여기 소개하는 이 책이 유일한 저서인데, 이 책 역시도 강연을 엮은 책이라서 정확하게 저서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찰리 멍거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엄청난 팬이고, 진화생물학과 심리학에 심취했다. 그리고 그는 다학문적 접근에 대해서 옹호했는데, 어떤 하나의 시각으로 문제를 보지 말고, 여러가지 학문 분야를 공부하고 사물을 볼 것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학문의 영역에서도 자신의 분야에만 빠져 있을 것에 대해서도 경고했으니, 요즘 유행하는 ‘통섭’ 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를 몇십년 전 부터 했던 것 같다. 아무튼 워런도 찰리도 이야기를 듣고, 책을 보다 보면 그냥 성공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들은 오마하 촌구석에 앉아서 세상을 들여다 본 듯한 느낌을 준다. 예전레 리콴유 책을 읽으면서도 그도 싱가폴에 앉아서 세상을 읽는 느낌이 있었는데, 연륜이라고 해야 하나, 인사이트라고 해야 하나, 아니며 천재성이라고 해야 하나… 나도 늙어서 그런 혜안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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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책 소개를 하자면, 이 책은 찰리 멍거가 생전에 남긴 10개의 강연 또는 연설 내용을 엮은 책이다. 초반에 찰리 멍거의 생애에 자녀들이 찰리 멍거에 대해서 어떤 생각과 추억을 갖고 있는지 짧막하게 나오는 것을 제외하면 이후에는 모두 강연을 옮긴 내용이다. 원래는 10개 강연을 엮은 책인데, 후에 개정판이 나올 때 11번째 강의가 더해졌고, 이 11번째 강의는 하나의 강연은 아니고 세개의 다른 강연에서 했던 말들을 엮어서 가상의 강연으로 다시 편집하여 모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1강과 2강, 그리고 10강이 가장 인상깊었고, 3-9강은 조금 지루했다. 3-9강은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문적인 투자자로서 펀드매니저나 기업의 CEO/CFO 등에게 던지는 어떤 특정한 주제들이 기반이 된 내용이라서 그 당시의 시대상이나 당시의 미국에서의 이슈를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재미있을지 모르나, 2026년 서울에 살고 있는 나에게는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1,2, 그리고 10강 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며, 좋은 글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10강에서 한 부분을 인용하려고 하는데, 몇 페이지에 걸쳐서 아주 좋은 글이 나와서 굉장히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다소 길더라도 한번 읽어보시길…

자신을 사이비 교단 같은 집단의 충직한 일원이라 여기고 특정 이데올로기를 외치기 시작하면, 그게 머릿속에 박힙니다. 그건 때로 놀라운 속도로 자신을 망치는 일입니다. 그러니 열광적인 이데올로기를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하나뿐인 정신에 큰 위험을 초래하니까요.

다윈은 1830년대 말, 종의 변이에 관한 이론을 정립했습니다. 그러나 1859년이 되어서야 《종의 기원》이라는 획기적인 저서를 펴냈죠. 그는 인간의 기원에 관해 대안적 설명을 제시하는 모든 과학 이론은 당대의 지배적인 편견에 부딪힐 것임을 예상했습니다. 자기 생각을 발표하기 전에 예상되는 모든 반론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신중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그래서 20년 동안 힘들게 이론을 다듬고 방어책을 준비한 것입니다.

(중략)

저는 이른바 ‘철칙’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열광적인 특정 이데올로기에 이끌릴 때 제정신을 차리게끔 해주는 철칙입니다. 자기 입장에 대한 반론을 반대쪽에 있는 사람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없다면, 자기 의견을 내세우지 말라는 겁니다. 그런 수준에 도달해야만 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미국의 행정가 딘 애치슨이 즐겨 언급한, 오라네의 침묵공 빌럼(16세기 말, 스페인에 맞서 네덜란드의 독립운동을 이끈 지도자)의 철칙만큼이나 극단적입니다. 빌럼은 “끈기를 발휘하기 위해 희망이 필요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죠. 이는 대다수 사람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일일 테지만, 제게는 너무 어렵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제가 이데올로기에 대한 지나친 열광을 피하는 방법은 애치슨이 요구한 것보다는 쉬우며 배울 가치가 있습니다. 극단적 이데올로기에 빠지지 않는 것은 삶에서 매우, 매우 중요합니다. 과도한 이데올로기는 현명한 사람이 되지 못하도록 막을 위험이 아주 큽니다.

흔히 어리석음과 파멸을 초래하는 또 다른 위험은 주로 무의식 차원에서 작용하는 자기 위주 편향(self-serving bias)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 영향을 받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진정한 나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을 할 권리가 있다.’ 가령,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도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식이죠.

한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곡가였던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 동안 실로 비참하게 살았죠. 그 이유 중 하나는 줄곧 수입보다 지출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은 바로 모차르트입니다. 모차르트가 그러할진대 여러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시기심, 원한, 분노, 자기 연민은 재난을 부르는 사고방식입니다. 자기 연민은 피해망상으로 악화될 수 있습니다. 피해망상은 극복하기 아주 어렵습니다. 자기 연민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제 친구는 천을 덧댄 두꺼운 카드 뭉치를 갖고 다닙니다. 그러곤 누군가가 자기 연민에 빠진 말을 하면 천천히 그리고 요란하게 두꺼운 카드 뭉치를 꺼낸 다음, 제일 위에 있는 카드를 그 사람에게 건넵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저의 심금을 울립니다. 당신만큼 많은 불행에 시달린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익살스럽게 보일지 모르지만, 저는 그게 정신 건강에 유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설령 자녀가 앞으로 죽어간다고 해도 자기 연민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제 친구의 카드를 자신에게 건네세요. 자기 연민은 언제나 비생산적입니다. 잘못된 생각의 방향입니다. 자기 연민을 피하면 다른 모든 사람 또는 거의 모든 사람보다 큰 우위를 점합니다. 자기 연민은 일반적인 반응이니까요. 그래도 훈련을 통해 자기 연민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중략)

그의 접근법은 기술적·도덕적 측면에서 옳았습니다. 그러나 설득력이 없었죠. 그는 바쁜 CEO에게 아주 불쾌한 일을 하도록 권고했습니다. CEO는 충분히 이해할 만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계속 사안을 뒤로 미루었죠. 잘못된 일을 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강력한 규제 당국이 적절한 보고를 받지 않은 걸 알고 개입하자 CEO와 법률 자문은 함께 물러나야 했습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그런 상황에서 제대로 설득력을 발휘하는 기법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설득하려면 이성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호소하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의 자기 위주 편향은 극단적입니다. 올바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그 점을 활용해야 합니다. 법률 자문은 이렇게 조언했어야 합니다. “이 문제는 대표님을 무너뜨리고, 대표님의 돈과 지위를 앗아가고, 평판을 엄청나게 망가뜨릴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을 미리 막을 것을 권합니다.” 이 접근법은 통했을 겁니다. 설령 동기가 고귀하다 해도 이성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호소해야 합니다.

피해야 할 또 다른 일은 왜곡된 인센티브에 휘둘리는 것입니다. 멍청하게 또는 나쁘게 행동할수록 더 많이 보상하는 왜곡된 인센티브 시스템에 말려들어서는 안 됩니다. 왜곡된 인센티브는 인간의 인식과 행동을 매우 강력하게 통제합니다. 그런 영향력을 피해야 합니다. 요즘 적어도 소수 법무법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청구 가능 시간 할당량이 많다는 겁니다. 저는 연간 2,400시간이나 되는 할당량을 채우면서 살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랬다면 너무 많은 문제를 일으켰겠죠. 어쨌든 저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저는 여러분 중 일부가 직면할 그런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후략)

10강.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굴드 로스쿨 졸업식 축사 p320~323

꼭 투자업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한번쯤 읽어볼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책이 부피가 좀 있고, 중간에 와 닿지 않는 부분이 많기도 하기 때문에 잘 요약된 유튜브를 보는 것도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차피 책을 많이 안남긴 사람들이니 찰리와 워런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서 한권씩은 책장에 꽂아 두는 것도 좋겠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개인적인 여러가지 일들로 인해서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도 인용하면서 마친다. 자기연민, 시기심, 복수,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에 쌓여 있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구절이다. 찰리 멍거가 추천하는 사고방식대로 거꾸로 내 인생이 어떻게 하면 가장 불행해 질 수 있을까?라고 상상해 본다면 바로 이런 감정에 자신을 몰아 넣는 것일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하루빨리 이런 감정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멀리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시기심·분노·복수심·자기 연민은 모두 재앙적인 사고방식입니다. 자기 연민은 편집증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편집증은 되돌리기가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입니다. 자기 연민에 빠져드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내 친구 한 명은 두꺼운 카드 묶음을 항상 가지고 다녔습니다. 누군가 자기 연민이 담긴 말을 하면, 그는 천천히 그리고 묵직하게 카드 묶음을 꺼내 맨 위의 카드를 한 장 건넸습니다. 그 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제 마음을 울렸습니다. 당신만큼 불행이 많은 사람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게 그냥 농담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저는 이것이 정신 위생(mental hygiene) 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연민에 빠져드는 것을 느낄 때마다 — 그 이유가 무엇이든, 심지어 자녀가 암으로 죽어가고 있더라도 — 자기 연민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냥 그 카드를 한 장 자신에게 건네십시오.

자기 연민은 언제나 역효과를 냅니다. 그것은 잘못된 사고방식입니다. 그리고 자기 연민을 피하면, 거의 모든 다른 사람들보다 큰 이점을 얻습니다. 자기 연민은 너무나 흔한 반응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훈련을 통해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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