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 센딜 멀레이너선 / 엘다 샤퍼 Scarcity: why having too little means so much

이 책은 결핍에 대한 책이다. 결핍이라고 하면 당신은 무엇에 대한 결핍이 생각나는가? 돈, 시간, 감정, 음식, 마음의 여유 등등 다양한 결핍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역시도 다양한 결핍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금전적인 결핍부터, 마음의 결핍인 외로움, 음식의 결핍인 배고픔, 시간의 결핍인 바쁨 등등 모든 종류의 결핍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인간이 무엇인가 결핍되었다고 느낄 때 어떤 심리적 반응이 일어나며 이는 우리의 선택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하는 점이 주제이다.

이 책에서 중요한 개념은 바로 결핍, 대역폭 그리고 터널효과 이다. 결핍은 ‘확보하고 있는 자원에 비해서 필요가 더 크다고 생각하는 주관적인 감각‘이다. 대역폭은 capacity 같은 개념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결핍이 생기게 되면 어떤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서 가용한 대역폭이 줄어들게 되며, 이는 필연적으로 한 사람이 터널 안에 있는 것과 같이 시야와 생각이 좁아지게 만드는 효과를 내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고, 논리적/이성적/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충분한 대역폭을 확보함으로써 ‘느슨함’ 또는 ‘여유’를 가지고 사는 것이라는 점이 이 책의 주된 메시지이다. 어느 정도의 느슨함을 가지고 일을 하지 않으면 터널에 갇히게 되고, 돌아보면 바보 같은 짓을 하게 된다는 것. 즉, 인간은 어떤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서 마음이 급해지고 다른 것들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하게 되며, 이로 인해서 성과가 좋지 않게 되는 것이다. 개인 차원에서도 그렇고, 조직 차원에서도 그렇다.

특히 금전적, 시간적, 육체적, 감정적 결핍이 없도록 평소에 잘 관리를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풍족한 시기에 이를 낭비하는 경향이 있고, 그러다가 다시 결핍에 빠져드는 우를 범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풍복한 시기에 남아도는 자원을 저축해 놓을 수 있도록 본인에게 알람 또는 워닝(warning)을 켜 두는 것이 중요하며, 중간중간에 한번씩만 경고를 주어도 사람들의 행동을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 중에 하나는 바로 유대인들의 안식일에 대한 부분이다. 유대인들은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안식일을 갖는다. 이 시간은 유대인들로 하여금 트레이드오프를 느끼지 않게 한다. 그러니까 무언가를 포기하고 대신에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는 선택의 문제로 자신을 내몰지 않는 것이다. 이는 결핍을 전혀 느끼지 않고, 충분히 자기만의 시간을 하루동안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 닿았던 다른 부분들 몇가지도 메모하였다. 짐싸기, 일할 때의 시간활용, 그리고 다이어트에 대한 내용 등이다. 특히 다이어트가 규칙이 복잡할 수록 실패할 확률 역시도 ‘느슨함’의 개념을 들이댄 점이 흥미롭다.

  • 짐 싸기라는 개념은 자원과 필요의 간극에 초점을 맞추는데, 사실 물리적인 한계와 트레이드오프는 짐을 쌀 때 언제나 존재한다. 아무리 큰 가방이라고 해도 용량이 정해져 있다. 크기가 무한대로 커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커다란 가방에 짐을 쌀 때 가방의 용량이 무한하다고 느낀다. 이에 비해 작은 가방은 우리에게 결핍감을 준다. 이때 우리는 하나를 갖기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트레이드 오프로 인식하고 주어진 공간이 지나치게 작다고 느낀다. 또바로 이런 점에서 느슨함이라는 개념은 결핍의 심리의 핵심을 찌 른다. 느슨함은 우리에게 풍족함을 느끼게 한다. 느슨함은 단순한 비 효율이 아니라 일종의 정신적인 사치이다. 풍족함이라는 조건은 보다 많은 상품을 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짐을 대충 싸 도 되는 사치, 굳이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사치, 그리고 실수를 할까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사치를 누릴 수 있게 해 준다. 헨리 데이 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가 말했듯이, “없어도 될 것이 많을수록 부 유한 사람이다”
  •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는 관리자 는, 여러 의사 결정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데 능숙하며 여러 가지 선택지들의 핵심에서 본질적인 여러 요소들을 뽑아내 명확하게 제시 할 수 있는 보조자들을 높이 평가한다. 이에 비해 정리되지 않은 대 량의 자료를 전달하는 부하 직원은 관리자의 눈에 무능하게 비친다. 명확하고 단순하게 자료를 취합하는 작업은 인지 역량의 소비를 효 율적으로 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다.
  • “인지적 압박감이 큰 체중 관리 프로그램을 포기하게 만드는 가 장 강력한 원인은 사람들이 인식하는 규칙의 복잡성이다.”

PS

나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결핍이 인간에게 있어서 중요한 ‘드라이버’ 즉, 동기부여 요소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았다. 나에게 무엇인가 결핍되어 있다고 느낄 때, 그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을 관찰할 때도 그랬다. 예컨대 삼성의 이재용 회장이 돈 때문에 일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그 주된 가설이다. 그는 과연 어떤 것을 채우기 위해서 일하는가? 라는 점이 궁금한 포인트인 것이다. 그래서 동기부여 측면에서는 그 사람에게 무엇이 결핍되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부하직원들이나 동료들에게 어떤 결핍이 있는지에 대해서 평소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식사자리나 가볍게 자기 이야기를 하게 되는 순간이 있으면 상대방이 어떤 부분에 결핍이 있는지 귀를 쫑긋 세우고 듣기도 했다. 내가 어느 정도 사람을 뽑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서부터는 면접에서 지원자의 결핍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을 많이 했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같은 질문이 그렇다. 이 질문에서 ‘행복’ 이라던가 ‘가족’ 같은 뻔한 질문을 하거나, 나와 논쟁을 통해서 자기가 왜 행복하고 싶어하는지 주장하는 사람은 여지없이 떨어뜨렸다. 반면에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생각을 바탕으로 자기에게 무엇인가 결핍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 왔는지 말하는 지원자들은 뽑았다. 예컨대 나와 10년 정도 일했던 어떤 직원은 ‘저는 할아버지가 제 걱정을 안하는 것이 저에게 가장 중요합니다’ 라고 말했는데 굉장히 인상 깊었다. 긴 스토리는 생략. 아무튼 그래서 이 책을 구입할 때에도 나는 결핍이라는 것이 중요한 동기부여를 한다는 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리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읽었다. 그런데 책을 1/3쯤 읽다가 내가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어떤 한 측면만을 바라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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