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 그랬어 – 김애란

오랫만에 소설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점에서 소설 코너를 오랫만에 방문해서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오만과 편견’ 같이 클래식 소설 중에서 지금까지 내가 읽지 못한 것을 읽을지 아니면 아주 최신의 소설을 읽을지 고민이 됐다. 에라 모르겠다. 둘 다 읽자. 오만과 편견을 집어들고 베스트셀러 코너로 가서 가장 최근에 히트작 하나를 골랐다. 베스트셀러에서 소설 중에서 가장 상위에 있는 책을 골랐다. 그게 이 책이다.

이렇게 무논리로 고른 책인데, 절반쯤 읽고 나서 깨달았다. 아뿔싸. 어마어마한 주제의 책을 고르고 말았네.

소설을 읽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의 심리묘사’를 왕창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회과학, 그 중에서도 특히 진화생물학이나 인류학 책을 중심으로 읽다보니 최근에 관심사가 조금은 편파된 느낌이었고, 빅 히스토리 책을 좋아하다보니 인류 수십만년의 역사는 알겠는데, 일상에서의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서는 무뎌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소설을 읽으려고 했던 것이었다.

이 책의 주제는 이웃과 돈 이라고 한다. 정말 그 주제를 표현했다면, 그리고 나에게 평점을 줄 수 있는 권한과 기회가 주어진다면 만점을 주고 싶은 책이다. 여러 단편 중에서 ‘숲속 작은 집’, ‘좋은 이웃’은 정말 소름돋도록 와 닿는 부분이 많았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면서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의심, 질투, 분노 등을 섬세하게 잘 그린 작품들이라고 생각한다. 내 손톱 밑에 가시만 보는 우리의 모습을 너무나 현실적으로 잘 그렸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내내, 이런 문장이나 상황은 분명 작가의 직접적인 체험일꺼야… 라는 말을 나도 모르게 내뱉을 수 밖에 없는, 직접 겪지 않고는 쓸 수 없는 그 미묘한 감정의 선이 아주 잘 표현된 좋은 글들이라고 생각한다. 서점에서 무심히 집어들고 사와서 읽은 책인데 아주 큰 감동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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