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보스턴 대학교의 심리학 강사이자 BBC 라디오의 진행자인 저자가 135개국에 사는 18000명의 사람들을 대항으로 한 휴식과 관련된 대규모 조사를 기반으로 한 결과에 대한 책이다. 이 조사에서 저자와 저자와 함께 일한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휴식이라고 여기는 상위 10개 활동을 상세하게 조사하였다.
이 결과는 실로 놀라웠는데, 사람들은 ‘친구나 가족과 함께 시간 보내기’ 활동을 10위 안에 랭크하지 않았다. 무려 12위를 차지한 것이다. 게다가 1-5위의 활동은 모두 혼자하는 활동이었다. 상위 10개 활동 중에서는 원예(가드닝) 등의 활동이 들어 있지도 않았다. 미술, 공예,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로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소셜미디어 및 온라인 활동 또한 10위권에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사람들은 이러한 활동이 휴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어떤 활동이 10위 안에 들었을까? 아래 이 책의 목차가 바로 그 랭킹(의 역순)이다. 이 책에서는 이 10가지 휴식에 대해서 관련된 다양한 심리학 실험이나 연구/이론 등을 소개하고 있다. 재미있는 통계나 철학자들의 생각, 그리고 과학적인 팩트들도 곁들여가면서. 나는 그 활동들 하나하나에 대해서 간단히 내가 책을 읽으면서 재밌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적어보려고 한다.

10위 • 나를 돌보는 명상
나 개인적으로는 명상이 ‘고작’ 10위밖에 못했다는 점이 무척이나 놀라웠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마음이 힘들다고 생각이 들면 명상을 하는 편이다. 이른바 마음챙김 명상이라고 알려진 평정심을 찾기 위한 노력 말이다. 세상의 노이즈로부터 벗어나서 내 마음 속으로 다이빙을 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 쉬었다는 느낌이 들고, 이제 다시 일터라는 전쟁터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30년 안에 명상의 순위가 상위권으로 올라가고, 전국 방방곡곡에 지금 짐(gym)들이 생긴 것 처럼 명상원이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9위 • 텔레비전은 휴식 상자
텔레비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편안하게 보지 못하는데, 텔레비전 시청은 분명 엄청난 휴식이다. 의무도 불안도 느끼지 않는 진정한 진정제이고, ‘욕하면서 본다’ 라는 말이 있듯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다양한 사람들에 대해서 이런저런 감정을 가지면서 보기도 한다. 텔레비전과 대화를 하는 사람도 있고, 혼자 조용히 보는 사람도 있다. 아무튼 확실한 것은 엄청난 몰입을 경험할 수 있는 아주 쉬운 방법이 텔레비전이라는 것이고, 이로 인해서 세상과 단절을 잠시나마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는 것이다. 다만 하루에 5시간 이상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경우 우울감을 겪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인과관계가 아니라 상관관계이다. 즉 우울한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더 오래 볼 수는 있다는 말) 또 다른 부작용은 텔레비전을 오래 보면 수면에 지장을 받는다는 것이다. 적정시간은 하루 2시간 정도라고 하며, 밤 늦은 시간보다는 오후~저녁 시간 정도가 좋다고 한다.
8위 • 잡념의 놀라운 능력
러셀 헐버트라는 네바다 대학의 심리학자는 약 40여 년의 시간 동안 우리의 생각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볼 수 있는가? 등 생각과 관련된 다양한 질문을 던졌고, 많은 실험을 했다. 헐버트는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생각들을 적도록 하고 이런 자료를 모아서 장시간 기록했는데, 책에서는 이를 ‘생각을 수집했다’고 표현한다. 그는 다섯 가지 특정 요소들이 사람들의 잡념에 많이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다섯가지 빈번한 현상’이라고 불렀다. 이는 시각이미지, 내적 발화, 감정, 감각인식, 상징이 동반되지 않은 생각이다. 한마디로 잡념을 연구한 것이다. 즉, 우리의 뇌는 가만히 있지 않고 끊임없이 활성화 하는데, 이는 얼핏 생각하면 매우 비효율적으로 느껴진다. 쉴 때는 그냥 가만히 쉬는 것이 에너지도 아끼고 좋을 것 같지만 우리 뇌는 끊임없이 활성화 되어 있다. 다시 말하자면 잡념은 휴식이 아니라 뇌의 자연스러운 상태이다. 뇌는 끊임없이 뭔가를 찾아서 떠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고단하게 느낀다면 그것은 우리가 그 생각을 뒤쫓고 의미부여를 할 때 뿐이고, 잡념이 진행하는대로 그냥 내버려두면 이만큼 편한 휴식도 없다.
7위 • 목욕이라는 따뜻한 쉼
목욕이 몸과 마음의 만병통치약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근육이완은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릴렉스 해주기 때문에 불면증에도 목욕은 아주 효과가 좋다. 현대 사회로 들어서면서 목욕보다는 주로 샤워로 많이 변화되기는 했지만 효과는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여전히 탕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내가 가는 동네 수영장에는 탕이 있어서 너무 좋다. 특히 따뜻한 물로 하는 목욕보다는 냉수탕에 들어가서 5분-10분 정도 있는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 중에 하나라고 느낄 정도이다. 책에서 보면서 몰랐던 한가지는 따뜻한 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체온이 오히려 내려간다고 한다. 혈관이 확장되고 혈액순환이 활발해지기 때문.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수면에는 약간 체온이 낮은 것이 더 좋고, 그래서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고 나면 더 잘 자는 것이라고 한다.
6위 • 산책의 확실한 보상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생각을 떠오르게 하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산책이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안하고 산책만 해도 그 이전까지 떠오르지 않던 새로운 생각들이 샘솟듯이 떠오른 경험이 많다. 여기에 대한 나의 가설은 아마도 눈 앞에 풍경이 계속해서 바뀌는 시각적인 자극과 다리와 발바닥이라는 근육을 움직임으로 인한 뇌의 자극이 동시에 주어지므로 일어나는 뇌의 여러가지 재배치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많은 철학자들이나 과학자들이 산책을 통해서 새로운 돌파구를 얻은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산책은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지루함에 대한 공포’를 없애준다고 한다.
5위 • 아무것도 안 하기
개인적으로는 가장 못하는 것이 바로 이 ‘아무것도 안하기’이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현대 산업사회가 발달하면서 ‘바빠보이는 것’이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인식이 되면서 ‘게으름’ 또는 ‘나태함’은 죄악시 되었다. 그럼에 따라서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을 자꾸만 배제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휴식이라고 말한다. 우리 자신에게 쉴 틈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심지어 이 책에서 인용하는 몇몇 실험에서는 최대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기억력이나 창의력 실험에서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시험을 보기 전에 (물론 장기적으로 공부를 똑같이 했다는 가정하에) 단시간적으로 깜깜한 방에 가둬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게 만든 그룹이 그 전에 시청각적인 자극을 많이 준 그룹에 비해서 성적이 좋았다고 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지루함을 견디기 힘들어하고, 앞서 언급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프레셔’를 잘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4위 • 음악을 듣는 기쁨
나도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음악이라면 남못지 않게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인지 이 챕터는 챕터 제목을 보면서부터 무슨 내용들이 있을지 너무 궁금했다. 예컨대 모짜르트 음악을 들으면 똑똑해지고 성적이 오른다는 이론 (이른바 모짜르트 효과)은 완전 거짓이라고 한다.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비슷한 효과가 나타난다고…
3위 •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만큼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지 않고 살 수는 없겠지만,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얻는 스트레스는 그야말로 지옥에 다름없다. 그래서 혼자 있다보면 또 외로움과 고독감을 느끼는게 인간이다. 그럼에도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낼 수록 자존감이 높다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이 책에서는 쓸쓸함 (lonliness)과 고독 (solitude)이라는 두 개념을 구분해서 기술하고 있는데, 읽으면서 도대체 두개가 뭐가 다른거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아니나 다를까? 일본어에서는 두가지가 모두 ‘고독’이라는 같은 단어로 표현된다고 하는 문장이 나왔는데, 아마도 우리말에서도 큰 차이 없이 둘 다 약간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않나 싶었다. 아무튼 (나는 MBTI는 안믿지만) 외향적인 사람들마저도 혼자 있는 시간에서 휴식을 많이 얻는다고 한다.
2위 • 자연에서 얻는 회복력
나는 개인적으로 자연에서 엄청 회복력을 얻는 편은 아니지만, 아마도 많은 분들이 자연에서 회복을 취하는 것 같다. 특히나 자연속에 있으면 ‘힐링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나는 개인적으로는 ‘힐링’이라는 단어가 ‘상처받았다’라는 자신의 상태를 나타내려는 의도가 더 많은 것 같아서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여튼 전세계적으로도 자연이 휴식을 취하는 순위 2위에 오를 정도로 자연의 회복력은 어마어마한데, 문제는 ‘자연’이라는 것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시야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은데, 가시거리가 넓을 수록 사람들은 불안감에서 해방되고 먼 미래까지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이러한 효과의 극단적인 예로 조망효과 (overview effect)라는 것이 소개되는데, 이는 이를테면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경험을 했던 우주비행사들은 우리 인간들이 얼마나 덧없이 작은 존재인지, 우리가 거대한 우주 속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되면서 깊은 사유의 감각과 회복탄력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1위 • 책을 읽는 시간
나야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고, 지금도 너무 좋아하지만, 사람들이 독서를 휴식 활동의 1위라고 꼽은 것은 정말로 의외였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지막 챕터인 독서 파트가 너무 궁금했다. 왜냐하면 독서는 굉장히 액티브한 활동으로서 몸과 자세도 힘들때가 많고, 뇌를 끊임없이 사용해야 하는 활동이라서 사람들이 휴식이라고 부른다는 것이 의외였던 것이다. 나 또한 책 읽기를 좋아하고, 책을 읽으면 휴식이 된다고 느끼지만 왜냐고 누가 묻는다면 무척이나 곤란했을 것 같다. 이 책에 따르면 독서는 텔레비전이나 영화보기보다도 자기 통제의 정도가 높아서 시간과 감정을 온전하게 통제한다. 예컨대 읽는 속도, 방식, 템포 등등을 모두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이에 따라서 엄청난 ‘전능감’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몰입의 결과로 외부와 차단되는 효과를 얻음으로써 ‘타인의 세계에 빠져서 나의 세계와 분리되는 해방감’을 느낌이다. 아무리 재미 없는 독서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마음이 순간적으로 그 토픽에 빠져들기 때문에 휴식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요컨대 이 책의 핵심이자 결론은 우리에게는 휴식이 부족한데, 적절한 길이의 휴식과 적절한 방식의 휴식을 취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쉬라고 해도 잘 못 쉰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이다. 2025년 대한민국에서 사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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