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dictably Irrational (한국어 제목은 상식밖의 경제학) 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행동경제학자인 댄 에리얼리의 최신작이다. 부제는 what makes rational people believe irrational things. “이성적인 사람들이 왜 비이성적인 믿음을 갖게 되는가”이다.
책의 제목과 부제만을 봤을 때 무엇이 떠오르는가?
음모론에 심취해 있는 주변 사람들이 떠오른가? 최근 한국의 정치권에서 보이는 사법고시까지 패스한 ‘똑똑한’ 사람과 그 주변인들이 미신과 주술에 영향을 받는 모습이 생각나는가? 아니면 당신의 주변 사람 중에서 이성적이지만 가끔 점을 보러 다니거나 아니면 종교에 심취한 사람이 떠오르는가?
(최근에 우리 회사에서 오래 같이 일한 디자이너가 나에게 ‘대표님은 제가 아는 대표님 중에 유일하게 점을 보러 다니지 않아서 너무 신기하네요. 라고 말했다. 거꾸로 나는 다른 대표들은 도대체 얼마나 점을 보고 다니는 것인지 궁금했다)
이 책은 작가에게 일어난 지극히 개인적인 일에 대해서 개인적 경험을 계기로 쓰게 된 책이다. 그래서인지 내용이 무척이나 개인적/ 내면적이라서 작가의 전작들에 비해서 보편성이나 확장성이 떨어지는 내용들이 많았다. 학문적으로 면밀한 분석들이 이뤄졌다고도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에 엄청나게 몰입하면서 읽었는데, 나 또한 이 저자와 유사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작가에게 일어난 음모론 때문이다. 작가가 빌게이츠 등과 함께, 일루미나티의 멤버로서 코로나 19를 전세계적으로 퍼뜨린 배후인물 가운데 한명이며, 사람들의 생명을 뺏어가는 사악한 악마와 같은 존재라는 것이 그 음모론의 핵심이다. 이러한 소문은 그를 평소에 (아주 깊이는 아니지만 대략이라도) 알고 지내던 몇몇 사람들에 의해서도 퍼져나갔고, 그 사람들이 그에게 따지기도 하고 ‘진실을 요구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발단은 작가가 한 강연에서 했던 농담섞인 내용에 대한 악의적인 편집의 동영상과, 작가가 어린시절 화상으로 인해서 수염이 한쪽만 난다는 외모적인 특성 (이를 몇몇 사람의 사탄의 증표라고 해석함), 그리고 게이츠 재단과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경험, 유대인이라는 점 등 도 작용했다. 그러니까 서로 관련이 없어보이는 여러가지 요소들을 잘 엮어서 그럴싸한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퍼뜨리면서 그 사람에 대한 음모론을 양산한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오해’를 풀려고 자신에 대해서 소문을 퍼트린 사람이나, 주변 사람 중에서 이런 잘못된 믿음을 가진 이른바 ‘오신자’ 들을 찾아서 때로는 설명을 하고, 때로는 설득을 하면서 풀어보려고 한다. 하지만 더 많은 설명을 할 수록 이들은 저자를 더 신뢰하지 않거나,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거나 하면 이들은 회피하고 도망치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학자이자 교수인 저자는 이러한 부분이 엄청나게 개인적인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코로나19가 빌게이츠 등 몇명이 꾸며낸 음모라거나, 백신에 뭐가 들어 있다거나, 심지어 지구가 평평하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도대체 사람들이 왜 믿게 되는지에 대해서 탐구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왜 이렇게 사람들이 잘못된 믿음 (오신)에 매몰되는 것인지 4가지 영역에서 다루는데, 첫번째는 개인적인 영역 (감정과 스트레스), 두번째는 인지적 영역 (그럴 줄 알았다. 확증편향 등), 세번째는 성격적 요소 (개개인의 특성적인 요인이 있는지), 마지막으로 사회적 영역 (따돌림, 인지부조화, pier pressure 등)으로 나눠서 보고 있다. 책의 디테일한 내용까지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아주 과학적인 증명이 수반되지는 않고, 몇몇 심리학적 사회학적 이론들이 논리적으로 연결되고 제시될 뿐이다.
상식 밖의 경제학 10주년 기념판 – 예스24
경제학계에 불어 닥친 코페르니쿠스 혁명, 그 이후 10년행동경제학의 바이블이 된 『상식 밖의 경제학』은 출간 당시 “올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책이 될 것이다”라는 찬사와 함께 경제학계를 뒤흔들었다. 이 책의 저자인 댄 애리얼리 교수는 2008년의 금융시장…
앞서 언급했다시피 나 또한 사업 초기에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내가 하던 사업에서 고용하려던 한 사람이 이전 직장에서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퇴사를 했는데 그가 그 회사에 대해서 이의제기를 했다. 그리고 나서 그가 우리 회사에 입사를 하고자 했는데, 우리가 그의 입사를 취소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내가 이전 직장의 대표와 모의해서 이 그의 입사를 취소했다는 것이 내용이었고, 이로 인해서 우리 회사는 악덕 고용주이자 업계에서 대표들이 작당하고 한 사람의 커리어를 끝장낸 악마로 낙인찍혔다. 물론 실상은 그가 우리 회사의 인터뷰를 보기는 했지만 퇴직금을 못받고 퇴사하기 4-5개월 전의 일이었고, 우리는 그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나와 그 다른 회사의 대표는 별로 친하지 않았으나, (오히려 경쟁사로서 서로 더 경계하는 사이에 가까웠으나) 동종업계에 있다보니 가끔 공식 석상에서는 같이 사진이 찍히기도 했는데, 이런 점이 둘 사이에 어떤 연관관계가 있지 않나 하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킨 것 같았다. 물론 컨설팅 회사 출신이라는 나의 백그라운드도 친자본주의적 성향을 부각시켰을 것이고, 이런 점이 커뮤니티 내에서 반감을 일으킨 것 같기도 하다. (컨설턴트라는 백그라운드는 창업 이후에 단 한번도 도움이 된 적이 없다.)
그 이후로 엄청난게 오랫동안 이 일은 나와 우리 회사를 괴롭혔고, 어떤 자리에서 내가 했던 말들이나 행동들 또한 악마적인 대표로서의 맥락으로 재해석되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그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에서 우리를 비난했던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만나서 화해하거나 오해를 풀었는데, 그들에게 화해와 해명의 증거를 받거나 사진을 찍은 이후에 (회사에 대한 이미지와 신뢰도는 중요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온라인에 올려달라고 요청했으며, 모두 그 자리에서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으나 끝내 누구도 그 내용을 SNS에 올리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더 문제를 키우지 않겠다는 명목으로 위로금을 받거나 화해를 한 이후에도 이 내용을 온라인에 올리지는 말아달라고 나에게 역으로 부탁했었다. 이 역시도 저자의 경험과 유사하게 어떤 커뮤니티 내에서 프레셔가 강하게 작용해서 자기가 악마화했던 대상과 화해를 했거나, 그 대상으로부터 설득이 되었다는 내용을 올리지 않는다는 점도 너무 비슷해서 깜짝 놀랐다.
이런 사건이 있을 때 무엇보다 힘들었던 점은 설명을 하려고 들거나, 무슨 말만 해도 오히려 역으로 해석하고 그런 말들에서 어떤 요소를 찾아내서 다시 공격의 불쏘시개로 삼는 점이다. 이 역시 저자의 경험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이 과정에서 나와 우리 회사의 이미지는 망가졌고, 많은 직원들이 상처받았는데,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힘든 기억으로 남아 있어서 이 책을 읽는 내내 과거의 일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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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어찌나 그 과정과 매커니즘이 유사한지 깜짝 놀랐고, 이 책을 통해서 왜 그들이 그토록 증오의 대상을 만들어내는지, 그 과정에서 왜 상대를 악마화 하는지, 그리고 아무리 설명을 듣고 설득이 되거나, 화해에 다다르더라도 절대 그 사실을 본인들이 속한 커뮤니티에는 공개하지 않는지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사건과 관련이 없는 대중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양비론/양시론 (너도 잘못한게 있겠지)으로 해석하거나, 아니면 왜 그런 쓸데없는데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고 있냐고 나무라거나, 또는 그냥 빨리 다음 챕터의 인생을 살라고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꾸 스스로에 대해서 설명하려다보면 쓸데없이 이 사실에 대해서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 조차 이런 일들의 맥락을 알리게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노력하다가 이내 접고는 넘어가게 마련이다. 책의 저자인 댄 에리얼리는 학자로서 이런 내용을 그냥 쉽게 넘어갈 수 없어서 깊이 있게 탐구했던 것 뿐이다. 유사한 경험이 한번이라도 있었던 사람이라면 왜 이렇게 책으로 펴 내서라도 오신자들의 매커니즘을 밝히고 싶었을지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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