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역사 – 앤드루 도이그 지음

책의 제목 자체가 직관적으로 이 책의 내용을 설명해준다. 저자는 맨체스터 대학의 생화학 교수이며, 이 책은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인류의 죽음의 원인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해서 말해주는 일종의 빅히스토리 계열의 책이다. 이렇게 호모 사피엔스의 긴 역사를 관통하면서 하나의 주제로 엮어주는 책을 나는 아주 좋아한다.

인류의 역사에서 아주 오랫동안 대부분의 죽음은 전염병에 의한 것이었다. 수렵채집 중심으로 이리저리 떠돌면서 살던 인류가 농경을 하던 인류 대비 풍요롭게 살았다는 것은 널리 받아들여지는 가설이다. 인류가 농경을 하면서 농업 생산량이 늘면서 식량에 대한 걱정이 덜해지지 않았던 것이다. (제러미 다이아몬드는 인류가 농경 선택한 것이 가장 큰 실수라고 했다) 오히려 영양섭취의 소스가 단순화 되고, 기후와 날씨에 대한 예측에 실패해서 기근에 시달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면서 여러 전염병이 생겼다. 가장 큰 문제는 목축을 하게 되면서 가금류로부터 다양한 균이 옮겨 온 것이다. 현대의 우리가 겪고 있던 다양한 전염병은 대부분 다른 동물에서 건너온 것들이며, 대표적인 예가 바로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었던 COVID-19일 것이다. (물론 코로나19는 자연파괴와 기후위기와 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해야겠지만…)

그 외에도 마을이 커져서 도시가 되면서 상하수, 오폐물, 음식물의 유통 및 보관 등 여러가지 이슈가 발생하게 되고, 이로 인해서 인류는 오랫동안 전염병에 시달렸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위생의 이슈가 발생한 것인데, 이를 극복하게 되는 것은 비로소 균의 존재를 완벽하게 깨닫게 되고 항생제를 발명하면서부터니까 비교적 상당히 최근의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모두는 아마도 이러한 전염병의 시대 이후에 태어난 첫 세대가 아닌가 생각된다.

79년생인 나만 해도 어렸을 때 얼굴 전체적으로 곰보자국이라 부르던 움푹 페인 상처를 가진 분들을 종종 봤다. 천연두를 앓았던 흔적인데, 이제는 더 이상 주변에서 이런 사람들을 볼 수 없다. 10대에 보던 VHS 비디오 테잎에서는 항상 영화 시작 전에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다는 건전비디오캠페인이 나왔는데, 여기서 호환은 호랑이가 나타나서 습격한다는 뜻이고, 마마는 천연두를 의미한다. 지금은 이런 이야기들이 다 옛 이야기이고 꼰대들의 라떼 회상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확실히 천연두를 비롯한 많은 질병은 인류에 의해서 정복되었다. 그 외에도 물론 흑사병, 티푸스/장티푸스, 청사병, 말라리아, 매독 등에 대해서 자세한 역사, 통계 그리고 극복하게 된 자세한 계기 등이 나온다.

인류가 전염병을 극복하려고 노력할 즈음에 동시에 인류에게 닥친 큰 죽음의 원인은 기근, (주로 근친결혼으로 인한) 유전병 등의 도전에도 직면하게 된다. 기근을 먼저 이야기 하자면 의외로 기근은 최근까지도 인류를 크게 괴롭혀 왔다. 아일랜드 감자기근은 인류의 역사와 이민의 흐름에 큰 영향을 끼쳤음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 외에도 스탈린 시대 소련의 기근, 마오쩌둥 시대 대약진운동 시기의 기근, 그리고 가까운 북한의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등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기근이었던 것이다.

여러가지 죽음의 원인 가운데 인류를 감정적으로 가장 괴롭혔던 것은 영유아 사망이 아니었을까? 어린 자녀를 잉태하여 9개월간 기다렸다가 낳았는데, 그 아이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런 영유아 사망도 세균의 존재와 위생의 발달로 인해서 극복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오히려 산부인과 의사들의 비위생이 한때나마 영유아 사망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점은 꽤나 흥미롭다.

이 즈음에는 항해술의 발달로 인해서 인류가 멀리 떨어진 다른 국가, 민족, 종족들과 활발하게 교류하기 시작한 시기이며, 이로 인해서 인류는 아주 긴 시간동안 항해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괴혈병이라는 존재를 접하게 되었고, 치료 과정에서 비타민의 존재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아마도 오랫동안 인류가 수렵채집을 할 때에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을 비타민C 같은 경우에도 인류가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영양소가 되면서 반드시 섭취해야 한다는 것 조차도 오랫동안 알지 못했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앞으로 나아갔다. 여러 전염병을 차례로 극복하고 위생과 의술이 발달하게 되면서 인류의 기대수명은 극적으로 연장되었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 그리고 전세계적인 무역의 전개로 인해서 식량에 대한 걱정도 예전보다는 덜해지게 되었으며, 유전자 다양성의 장점과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면서 근친혼으로 인한 유전병 등도 많이 줄어들었다.

비위생과 야만의 시대를 건너서 이제는 새로운 원인들이 많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것은 살인, 알코올, 담배, 그리고 교통사고인 것이다. 이들도 앞서 언급한 인류 죽음의 다양한 원인들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그 존재를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했고,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인해서 차차 그 위험이 알려지고 ‘통제’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다.

내가 위에는 단순하게 과학과 의학의 발달이라고 줄여서 말했지만, 이 책에서는 그 과정에서 사용되는 과학적 방법론도 설명한다. 예컨데 비교방법론 (A/B Test 또는 대조군/실험군) 에 대한 이야기, 역학조사 등 지금 보면 너무나 단순한 방법론 조차도 과거에는 암흑속을 더듬고 있던 과학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게 되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방법론이나 사람들이 죽음의 원인에 대해서 찾게 된 계기 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현대로 오면서는 사람들이 너무 오래 살게 되면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들이 있다. 암, 알츠하이머, 심혈관질환, 당뇨가 바로 그들인데, 아쉽게도 이 책에서는 이러한 4대 질환에 대해서는 전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지 않다. 이 점은 무척 아쉬웠다. 아마도 이러한 질병들은 유럽, 미국 및 동아시아의 부유한 몇몇 나라들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사실 이 부분을 기대하면서 가열차게 페이지를 넘기던 나는, 이부분에 전혀 언급이 없다는 점에 실망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내가 최근 접한 빅 히스토리 책 가운데 손꼽히는 수작이다. 책이 재밌다 보니 감기기운에 밖에 나가지도 않아서 책볼 시간이 넉넉했던 크리스마스, 단 하루만에 400페이지 가량의 분량을 가볍게 읽고 끝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지식플레이의 김지윤 박사님이 얼마 전에 추천해서 읽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 내 주변에도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가족이 있다보니 더 몰입해서 읽은 것 같다.

죽음의역사 #앤드류도이그 #책리뷰 #책추천 #독서 #역사가을을 시작하며 재밌는 책 한 권 소개합니다.앤드류 도이그의 “죽음의 역사”!인류는 죽음을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 우리 앞에 놓인 도전은 어떤 것인지. 즐겁게 책 한 권 읽어보아요!

PS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만한 빅 히스토리 책은 나에게 가장 큰 감명을 준 책 중에 하나였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 by 스티븐 핑커 (Steven Pinker),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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