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7, 28, 29 이렇게 3일 동안 성수동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본점에서 Amazing Beer Fest (이하 ABF)가 열렸다. 성황리에 행사를 끝마치고 몇자 적어본다.



Amazing Beer Fest는 2019년에 처음으로 시작했다. 당시에는 건대점이 있었고, 건대점의 야외 공간이 넓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했다.
컨셉의 시작은 기존의 맥주축제에 대한 아쉬움에서 비롯됐다. 미국 또는 다른 외국의 맥주축제는 입장료만 내고 들어가면 그 안에서는 맥주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는 곳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맥주축제들은 입장료를 받지 않는 대신에 각 브루어리별로 부스를 마련해서 그 부스에서 맥주를 사야만 했다. 그 이유는 맥주 축제의 주최가 에이전시이기 때문인데, 이들은 주로 전시회 등을 개최하던 곳들이라서 다양성이 핵심인 크래프트 맥주의 맥주 축제도 그런 식으로 진행했던 것이다.
크래프트 맥주는 도수도 높고 향도 진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한두잔 마시면 더 마시기 어렵다. 그래서 수십군데의 브루어리가 나와도 한번에 350~500ml 정도의 잔에 담긴 한두군데의 맥주만 마시고는 이내 취해버려서 집에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더부스에서 했던 비어워크 서울은 굉장히 획기적인 시도였다. 한 브루어리에서 모든 맥주를 사입해서 한꺼번에 서빙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렇지만 이 축제도 한번에 350~400 ml 정도 잔에 서빙했던 것 같고, 티켓 구매한 사람당 5~6잔 정도만 마실 수 있었다.

이 점을 극복하려면 많은 브루어리들이 혹시 생길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 고정비를 1/N 한 다음에 각자 자신들의 맥주를 가지고 나와서 맥주를 따라주면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문화속에서는 ‘혹시 생길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에 대해서 ‘그 사람이 내가 되면 안된다’라는 극도의 보수성이 있다. 왜냐하면 어떤 브루어리는 똑같은 비용을 내고 나왔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마셔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가 2019년도에 나는 우리가 맥주를 모두 사입해서 맥주축제를 열기로 했다. 입장료만 받고, 행사장 안에서 작은 잔을 나눠주고, 그 잔에 마음껏 맥주를 담아서 마실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은 미국의 GABF나 Savor 와 같은 맥주축제 에서 차용해 왔다. GABF(Great America Beer Fest)는 수천개의 브루어리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맥주축제이고, Savor는 미국의 브루어리들이 쉐프들과 팀을 짜서 나오는 ‘미식’에 좀 더 촛점을 맞춘 맥주축제이다. 나는 두 축제를 모두 가봤는데, 그 중에서도 Savor를 더 선호하기는 했다. 쉐프들과 브루어리들이 페어링을 사전에 논의하고, 자신들의 맥주에 맞는 음식을 미리 준비해서 선보이는 축제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아쉬움과 외국 맥주축제의 경험이 어우러져 2019년도 봄에 ABF 1회를 개최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 이후에 2019년 하반기에 한번 더 개최하려고 했는데, 건대입구 상인회의 반발로 하루 전에 취소하는 불운을 겪었다.
당시만해도 옥외영업 이 불법이라서 딱히 반발할 수 없었고, 하루전에 취소한 행사에 대해서 티켓값에 대한 환불은 물론, 거의 2배에 해당하는 쿠폰을 발급해서 이미 표를 사고 오지 못한 사람들에게 보상을 했다. 사람들은 돈을 돌려받았을 뿐 아니라 쿠폰까지 받았기 때문인지 큰 컴플레인 없이 넘어갔고, 오히려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기도 했다.
(옥외영업 또는 테라스 영업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지붕이 없는 곳에서 영업행위를 하는 것이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놀랍게도 광광특구를 제외하고는 모든 테라스영업, 루프탑, 가든파티 등이 불법인데, 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2020년부터 꾸준히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식약처에 건의해서 옥외영업을 신고제도로 변경하는데 성공했다. 내가 이 맥주사업을 하면서 정부나 단체에 건의를 해서 법이 바뀐 것은 종량세, 치맥배달, 그리고 옥외영업이 세번째였다. 맥주 사업을 하면서 말도 안되는 규제들이 많다고 느껴서 건의한 적이 몇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님이나, 코리아스타트업 포럼의 최성진 대표님 등의 도움으로 규제개선이 많이 이뤄질 수 있었다. 정부 공무원 분들도 이런 건의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시고, 규제개혁을 위해서 많이 노력했다.
‘말하면 하지 말라고하니 말도 하지 말자’라는 자영업 마인드를 벗어나서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공무원들의 입장을 잘 이해해서 네고하는 것이 중요한데, 많은 자영업자 분들이 이런 스킬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계속 쉬쉬하면서 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런 사례 중에 하나가 아마도 옥외영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기나긴 펜데믹 기간동안 참아왔던 욕구가 폭발하듯이 이번 ABF에는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왔다. 사실 명목적으로는 우리 회사의 Amazing Beer Club 이라는 멤버십에 가입된 사람들에 국한된 행사였지만, 행사 현장에서도 즉시 가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었다. 행사는 금요일 한 타임, 토/일에 각각 두 타임씩 있었고, 한 타임에 4시간이었다. Early Bird 티켓은 39000원, Regular 티켓은 49000원으로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구매해주셨다. 감사할 따름이다.

이번에 나온 맥주는 총 30여종으로 어메이징에서 만든 맥주 중심으로 구성했다. 다른 곳들의 맥주도 사입해서 하고 싶었지만, 탭의 갯수도 부족했고, 일단은 엔데믹에 대해서 확신이 들지 않아서 조금 작은 규모로 만들었다. 다음번에는 국내의 여러 브루어리들의 좋은 맥주들도 소개하고 싶은 생각이다. 물론 그들에게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구매할 것이다.
타 브루어리 맥주를 구매하게 되면 몇가지 복잡한 일들이 벌어지기는 한다. 먼저 우리가 직납을 받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고, 도매사를 통하는 경우, 너무 작은 브루어리인 경우에는 도매에서 취급을 꺼리기도 한다. 그리고 만약 맥주가 남아서 반품을 해야 하게 되면 도매와 브루어리 모두 난색을 표한다. 우리 어메이징의 경우에는 다양한 탭을 보유하고 있어서 맥주가 남아도 펍에서 잔량을 판매하면 되기 때문에 부담이 조금 덜한 편이기는 하지만, 여러모로 오퍼레이션이 복잡하다. 그리고 좁은 대한민국에서 누구의 맥주는 사주고, 누구의 맥주는 안사주고 등등 말이 오고간다. 복잡한 세상이다.



맥주 뿐 아니라 얼마전에 출시한 우리의 막걸리 ‘마크홀리’도 선보였다. 예상외로 많은 분들이 구입해 주셨다. 그리고 음식은 핫도그나 핑거푸드 중심으로 판매했다. 그리고 우리와 친분이 있는 오뚜기, 삼진어묵 등에서 여러 신제품을 협찬해 주신 점도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이번 행사는 단순히 일반인만 온 것은 아니었다. 다양한 업계 관계자들이 오셔서 의견을 나누고 즐겼다. 맥주 프랜차이즈 대표님, 맥주 프랜차이즈에서 맥주 구매 담당 하시는 분들, 지방 도시에서 맥주축제를 기획하시는 분들, 지방 도시에 호텔이나 리조트를 짓고 계시는 분들, 맥주 업계에 다양한 원재료를 공급하시는 분들, 맥주 유튜버 등 다양한 분들이 오셨다. 그 밖에도 스타트업 관계자분들, 우리와 인연이 많았던 분들, 예전에 일하던 직원들까지 모두모두 모일 수 있는 정말 뜻깊은 자리였다.


중간중간에 맥주 빨리 마시기 대회나 룰렛과 같은 소소한 이벤트도 마련했다. 사실 나는 이런 이벤트는 어디가도 잘 참여하지 않는 편인데, 역시 세상을 너무 내 중심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벤트에 참여해주셨고, 즐겨주셨다. 특히 맥주 빨리 마시기 대회는 보고 있는 나도 너무 즐거운 이벤트였고, 재미있었다. 일요일 1부 손님중에서는 여자 손님이 너무너무 참여하고 싶어하시다가 결국은 1등까지 하셨는데, 기억에 남는다.



외국인도 많이 왔는데,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미국인이 한명있다. 그는 얼마전에 lock-down이 걸린 상하이를 탈출해서 한국으로 온 사람이었다.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당분간 한국에 머물면서 중국의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린다던 사람이었는데, 주말마다 한국에서 브루어리 투어를 하고 있다는데, 지금까지 가본 곳 중에서 우리가 제일 좋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

예전에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성수점에는 DJ 부스가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처음 디제잉을 시작했던 친구들이 이제는 4-5년이 지나서 베테랑 디제이가 되어서 서울의 여러 바에서 음악을 틀고 있다. 그 친구들이 다시 모여서 함께 음악을 틀고 신나는 밤을 만들어 주었던 점은 정말 잊을 수 없다. 우리 브루펍이 마치 클럽이라도 된 것처럼 사람들이 춤추던 토요일 밤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3년전에 이천 브루어리 오픈 행사에 오셨던 커플이, 팬데믹을 지나서 이번 행사에 오신 것도 기억에 남는다. 당시에 나와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또 한번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셨다. 사진을 찍고 나서 눈물이 찔끔 나올 뻔 했다. 우리 브랜드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것이 기뻤다. 오래오래 예쁜 사랑 간직하시기를…

이런 행사는 한두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 본사 직원까지 거의 20명이 넘는 직원들이 매일 투입되어서 밤낮으로 일을 했다. 덕분에 행사가 무사히 잘 끝났다. 단 한건의 사고도 없었고, 단 한명의 진상도 없었고, 단 한명의 토사도 없이 잘 넘어갔다. 모두에게 감사한 일이다.
한국의 술 문화는 소맥과 룸쌀롱 중심이었다. 하지만 점차 바뀌고 있다. 그 변화를 우리가 이끌면 좋겠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