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화살 – 니컬러스 크리스타키스

이 책은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대해서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가진 사람이 초기에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예일대 생물학, 하버드 의대 박사, 공중보건학 석사, 펜실베니아 사회학 박사다. 이정도면 의학과 공중보건, 그리고 바이러스로 인한 사람들의 사회적 반응에 대해서 책을 쓰기에는 거의 완벽한 프로파일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이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이 책은 단순히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징만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로인해서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어떤 점들이 앞으로 예상되는지에 아우르는 통섭형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책이 너무 일찍 쓰여졌다는 점이다. 2020년 여름 정도에 쓰여진 것으로 보이는데, 따라서 대부분의 내용은 코로나 19 바이러스 초기 대응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발생 초기의 특성에 기반해서 썼기 때문에 내용이 빈약하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금 봐도 정확한 예측들이고, 역시 전문적인 의학지식과 공중보건학 공부를 한 사람이 쓴 책이라서 그런지 굉장히 과학적이라고 생각한다. 2021년 6월에 에필로그가 업데이트 되어서, 그 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저자의 생각을 간단하게나마 엿볼 수 있다. 책의 본문에서 채워지지 않은 궁금증이나, 그래서 1년 동안에 경과를 보고 나서는 저자의 생각은 어떠한가? 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면 맨 마지막에 나오는 에필로그에서 확인하면 된다.

이 책에서는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종종 SARS-2 바이러스라고 묘사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실상 SARS-1 의 변종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MERS 역시 이들 바이러스들과 그 증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한다. 이런 사례들로 저자가 하려는 이야기는 한가지로 요약되는데 그것은 이 책의 131 페이지에 잘 나와 있다.

‘2020년에 벌어진 사건은 인류가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처음 겪는 일일 뿐이다’

그렇다. 지난 수세기 동안 인류는 수많은 전염병과 싸워왔고, 그 전염병들을 이겨내며 살아 온 것이다. 다만 세계가 이렇게까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적이 없고, 또 기후변화 같은 인류 스스로 자초한 불행으로 인해서 그 전염병의 진화 속도가 빨라진 것 뿐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있었던 1918년에 발생한 스페인독감의 경우에는 1차 대전이라는 전세계적인 이벤트 때문에 우리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간 것 뿐일지도 모른다는 점이 흥미롭다. 1918년의 팬데믹에 대해서 보다 깊이 있는 연구와 조사가 이루어졌다면 세계가 더 긴밀히 연결된 미래의 팬데믹에 대한 대비가 조금은 더 이루어졌을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내가 흥미롭다고 생각한 점은 이렇게 계속 반복되는 팬데믹의 위협 속에서 인류는 이를 피하는 방법으로 진화했다는 점이었다. 저자가 이러한 현상을 ‘선택압 (selection pressure)’ 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데, 대도시가 발달한 아시아의 한국, 홍콩, 대만, 중국대도시 등에서 팬데믹을 상대적으로 슬기롭게 이겨내고 있는 것 또한 선택압의 결과물 중에 하나일 것으로 유추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반대로 말하자면 대항해시대 스페인의 정복자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들이닥쳤을 때 함께 가져간 전염병에 취약했던 원주민들의 이야기도 성립할지도 모르겠다. 인구밀도가 높고 가축사육을 많이 할 수록 전염병의 확률이 높아지고, 이를 버텨내는 사람들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저자는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트럼프 아저씨를 중심으로 한 일부 사람들의 음모론에 대해서도 반박하고 있다.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기에는 무작위적 돌연변이가 관찰되는 점을 근거로 삼고 있다.

또 한가지 매우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한 점은 팬데믹에서 의학적 개입이 감염병 정복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다는 저자의 주장이었다. 그러니까 실제로 감염병이 정복되는 과정에서는 백신 같은 의학적인 수단보다는 집단면역이나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규범 같은 의학 외적인 개입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것은 집단면역일텐데, 집단면역은 그 과정에서 전염병에 취약한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아니면 평생 후유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큰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지금 현대 사회에서는 옵션 자체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나 우리는 주변에서 아는 사람이 코로나에 걸리거나, 혹은 코로나로 인해서 사망하기라도 하면 극도록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내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 이 사태에서 대해서 더 경각심을 가지고 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집단 면역 대신에 백신 접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집단 면역을 이루려고 하는 노력에 집중하는 것이다.

저자가 공중보건학을 공부한 사람인 만큼 다양한 새로운 개념도 알려줘서 이 책의 가치가 더 높았다고 할 수 있다. 초과사망 개념도 처음 듣는 것이었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어떤 질병으로 인해서 평상시보다 사망자수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당시의 팬데믹으로 인한 사망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실제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로 봐야 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엉뚱하게도 다른 질병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집계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개념은 팬데믹 초기에 상당히 의미가 있는 지표라고 한다. 그리고 이 숫자를 정확하게 알아야 팬데믹이 얼마나 치사율이나 전염률이 높은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업데이트 버전이 나온다면 꼭 한번 사서 볼 것 같다. 2020년 여름까지만의 팩트로 쓴 책인데, 이토록 인사이트가 있었다면 아마도 저자의 말대로 코로나가 2022년 종식되고 나서 다시 한번 이번 팬데믹을 돌아보면서 쓴 책이 나온다면 엄청나게 유용한 정보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는 아래와 같은 흥미로운 팩트들을 다수 볼 수 있어서 코로나19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내용도 꼭 한번 읽어보시길….

– 코로나19는 남성이 발병률이 더 높다는 점

– 코로나19는 20세 미만에서 치명률이 더 낮다는 점

– 코로나19년 어린이에게서 발병률이 낮다는 점 (얼마나 다행인가!) – 이는 어쩌면 코로나19가 비말로 전파되는데, 어린이들은 키가 작아서 비말이 멀리 전파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 코로나19로 인하여 자동차 사고는 줄고, 미숙아 출생도 줄고, 사람들이 꼭 필요하지 않은 시술을 받지 않아서 합병증도 줄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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