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는 비건에 반대하는 이야기를 하는 책들을 읽고 있다. 그 중에서 온라인에서 많이 공유되었던 신성한 소 (Sacred Cow)를 읽었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1) 영양으로 보는 육식
2) 환경으로 보는 육식
3) 윤리로 보는 육식
그리고 4부에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이라는 챕터인데, 별다른 내용은 없다.
그러니까 영양학적으로 보거나, 환경적으로 보거나, 윤리로 봐도 채식은 굉장히 좋지 않거나 딱히 육식보다 환경이나 윤리적으로 더 우월하지 않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나마 영양으로 보는 육식이 채식보다는 우월하다는 내용은 봐줄만 했다. 그런데 문제는 채식주의자들도 그정도의 내용은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러니까 어차피 상대방이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너무 지나치게 파고다는 느낌은 있었다. 그리고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내용도 더러 눈에 띄여서 억지스럽다는 생각은 들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이 책의 내용이 굉장히 ‘허술하다’ 고 느끼며, 팩트보다는 작가들이 하고 싶은 말들만 늘어놓고 그 백업 데이터를 갖다 붙이는 쪽으로 책을 썼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채식주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인지 채식주의자들 중에서 과격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반대하는 것인지 좀 애매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채식주의자들의 주장을 굉장히 극단적이거나 과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들은 채식주의자들이 데모를 하거나, 육식을 하는 사람들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채식주의자들의 뒤에는 로비스트나 어떤 집단이 돈을 댄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이 책에서는 종교집단이 채식주의자들을 후원한다는 뉘앙스도 많이 나타난다.
나도 채식을 하면서 여러가지 오해를 사기도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더라도 ‘남에게 강요만 하지 마세요’ 같은 말을 듣곤 하는데 (내가 뭐 강요한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채식주의가 널리 퍼지는 것에 대해서 근본적인 두려움이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다. 채식주의자들 뒤에 어떤 집단이 있다는 상상도 재미있는데, 고기를 파는 기업들은 대기업이 종종 있지만, 야채나 채소를 파는 기업중에서는 대기업이 없다. 그러니까 고기를 파는 기업들 중에서는 정부나 건강단체들에 로비를 해서 육식의 좋은 점을 널리 알릴만한 회사들이 있겠지만, ‘채식을 합시다. 고기를 끊읍시다’ 라고 말할만한 채소기업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런데도 주변 사람들 중에서는 채식이나 비거니즘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채식주의 영화배우나 셀럽들의 후원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실망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조작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책 역시도 어떤 종교단체나 사회단체들이 의도를 가지고 육식은 나쁜 것이며, 채식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묘사되어 있는데, 과연 그런 단체들이 어떤 모티베이션이 있길래 그렇게 하는지 나로서는 좀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 책에서도 ‘공장식 축산업’에 대해서는 확실히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낙농업의 경우에는 풀을 뜯어먹이고 자유방목을 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많은 논의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이 못내 불편했다. 사실 채식주의자들이 비판하는 점 중에서는 공장식 축산업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의 내용 중에서는 특히 윤리로 보는 육식 부분이 가장 억지스럽다고 느꼈고, 마음에 걸렸다. 그러니까 살아 있는 소, 돼지, 닭을 죽이는 것에 대해서 별로 윤리적으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데, 그들은 원래 자연상태에서는 더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운명이라는 것이 글쓴이들의 주장이다.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그렇다고 해서 평균 20-30년 이상 살 수 있는 동물들은 2-3년 만에 잡는 것이 과연 그 동물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웠다.
도축장을 실제로 방문한 사람들의 경우 많은 숫자가 육식에의 입맛을 상실하곤 한다. 실제로 소/돼지를 어떻게 잡는지 보고 나면 별로 먹고 싶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명이 어떻게 사라지는지 보고나면 비로소 그 잔인함에 눈을 뜬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저자들이 말하는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다’ 논리는 너무나 빈약해서 도무지 동의가 안되는 수준이다.
요컨대 이 책은 채식주의자들에 대해서 제대로 비판하고 있지도 못하고, 육식주의자들의 자존심을 세우는데도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채식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공포만을 확인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채식이 좋다는 이야기도 너무 많고, 반대로 육식이 좋다는 이야기도 너무 많다. 이런 경우에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끝맺음은 ‘골고루 먹어라’ 정도일 것이다.
나 또한 양쪽의 상반된 의견들에 대해서 귀를 열고 모두 수집하는 편이다. 그런데 더 많은 정보를 모으면 모을 수록, 건강이나 환경적인 요인보다는 심리와 윤리의 측면에서 ‘왠지 육식을 하는 것이 마음에 내키지 않는’ 경향이 강해진다. 나 또한 처음에는 건강을 생각해서 채식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고기를 씹었을 때의 그 물컹거림이 왠지 징그러운 느낌이 들어서 더 이상은 고기를 먹지 못한다.
다른 동물의 살을 씹고 있다는 느낌. 그 동물이 한 때 살아 있었던 생물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동물은 이 지구에 태어나서 단지 사람에게 잡혀먹기만을 기다렸다는 점 등에 대해서 생각하면 계속해서 마음이 쓰인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