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관의 탄생 – 이언 모리스

얼마전에 페이스북에 올렸던 왜 비건이 되었는지에 대한 나의 글에서 댓글에 Fadu의 이지효 대표님이 추천해서 읽게 된 글이다. 일단 내가 가장 좋아하는 토픽을 담은 글이라서 엄청나게 흥미진진하게 읽었으며, 역시! 를 연발하면서 이지효 대표님의 인사이트에 탄복하면서 읽었다.

이 책은 영문제목을 꼭 알아야 하는데, 영문 제목은 ‘Foragers, Farmers, and Fossil Fuels’ 이다. 직역을 하자면, ‘수렵, 농사, 그리고 화석연료’ 로 변역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영문으로는 정확하게는 수렵채집인, 농경민, 화석연료 이용자’)

이 세 단어는 각 시대에 에너지의 공급원 (정확한 워딩은 ‘에너지 획득방식’) 을 어디에서 얻었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은 에너지의 공급원이 바뀜에 따라서 가치관이 바뀌어 나간 것에 대한 설명이다. 각각의 에너지원을 얻게 되는 수단과 방법에 따라서 사람들간의 공동체를 이루는 방법, 성역할, 지도층의 사고방식 등이 바뀌게 되고, 이에 따라서 각 단계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치가 달라짐에 따라서 사회의 근본적인 질서가 크게 달라졌다는 내용이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뒷 부분에 이러한 저자의 논리에 대한 논평 (비판)을 싣고 있다. 그리고 다시 마지막 장에 자신의 견해에 대해서 논평한 것들을 반론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이 논쟁이 2012년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행한 ‘인간 가치관에 대한 테너강연’ 이라는 한 강연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후에 (혹은 현장에서) 다양한 논평 및 비판이 제기되었고, 저자는 ‘많은 부분을 생략하는 바람에’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 책에서 좀 더 보충해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자세한 내용까지는 알 필요는 없고…

이 책에 대한 나의 해석은 결국 에너지를 얻는 방식이 수렵채집에서 농경 그리고 화석연료로 오면서 ‘잉여’가 크게 발생했기 때문에 현대의 우리는 과거와는 다른 가치관을 갖고 살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그 잉여 덕분에 ‘비건’ 같은 사고방식도 세계적으로 싹트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지효 대표님께서 나에게 이 메시지를 던지고 싶으셨던것 같다는 점이었다.

이 점에 대해서 완전히 동의하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생각이 좀 더 ‘공감에 집중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 비건으로서 나의 생각이며,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들이 해결되면서 생겨나는 현상으로 보는 것이 비건을 바라보는 보다 일반적인 관점인것 같다.

흥미로운 내용들은 중간중간 채집수렵이나 농경민의 사회에 대해서 묘사하는 부분에서 많이 나온 것 같다. 꽤나 인사이트가 있다고 생각한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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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채집 부분

!쿵 족 남자들은 ‘건방진 사람’을 ‘잘난 추장’이라고 조롱하거나 면전에서 무시하는 방법으로 기를 꺾어 놓는데, 이와 비슷한 행동이 전세계 수렵채집 사회에서 공통으로 관찰된다…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조롱이 먹히지 않으면 반감의 표현 수위를 높이는데, 집단 따돌림이 주된 방식이다. 조롱과 따돌림이 동시에 일어나기도 한다. … 그런데 이 방법이 먹히지 않으면 그 사람을 한동안 집단에서 물리적으로 추방하거나 그 사람만 남겨놓고 훌쩍 떠나버린다. 남겨진 사람은 허둥지둥 따라올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아는 한 수렵채집 집단에서는 생산 수단을 독점한 불로소득 집단이 발생한 적이 없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거의 모든 수렵채집인에게는 공유 강요를 행하고 또 기거에 응할 이롭고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사냥에서 동물을 잔뜩 잡아 아돠 본인이나 가족의 미래를 위해 고기를 비축할 방법이 없다.

수렵채집 사회의 남자가 농경 사회의 남자보다 여성통제에, 특히 여성의 성 활동 통제에 상대적으로 무심한 이유는 수렵채집인은 농경인에 비해 상속할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수렵채집인들이 대놓고 폭력을 싸고돌지는 않지만, 남자가 상황에 따라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은 상당히 일반적이다… ‘건방진’ 인간을 처리할 방법은 살인밖에 없다는 공동체 전체의 합의 하에 모두가 살해에 가담하는 것이다.

\=> 이 부분에서 내가 가장 많이 생각이 난 것은 학교였다. 왕따 같은 집단 따돌림 현상도 어찌보면 수평적인 관계가 유지되는 학교에서 동급생 간에 이뤄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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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민 부분

이중 음식으로 소비되는 에너지 비중도 늘어서 최초 농경 발생지에서 1인당 1일 2000-2500 킬로칼로리에서 6000-8000 킬로 칼로리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먹는 양이 늘었다기 보다는 값비싼 열량 (고기, 알코올, 재배종 과일 등)이 값싼 열량을 대체한 영향이 컸다.

…농경 사회는 현저한 부의 불평등을 전반적으로 수용했지만, 그에 따른 불평과 분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런 반감은 때로 평등주의 봉기로 불거졌다. ….

시대의 필요가 생각을 정하기 때문이다. 아직 화석연료가 없는 상황에서 에너지 획득량을 획기적으로 높여 1인당 1일 1만킬로칼로리를 뛰어넘을 유일한 방법은 아그라리아로 ‘진화’하는 것이다. 아그라리아는 경제적, 정치적 불평등이 구조적으로 필요하고, 사람은 필요에 직면하면 가치관을 바꾼다. 도덕 체계는 에너지 획득 요건을 따르고, 1인당 1만~3만 킬로칼로리의 에너지를 획득하는 사회의 가장 중요한 요건 중 하나는 정치적, 경제적 불평등의 수용이다.

수평과 봉기가 아그라리아의 주류에서 벗어나는 현상임에는 틀림없지만, 거기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현존 자료로 판단컨대 양성평등을 내건 봉기나 그런 의도를 진지하게 내보인 사람은 거의 없었다…. 키케로는 ‘아내도 남편과 동등한 자유를 가진다면, 개나 말이나 당나귀라고 자유로이 뛰어다니지 말란 법이 없고, 그쯤 되면 사람이 짐승에게 길을 비켜 주어야 할 판’ 이라는 농담을 날렸고….

한정된 자원을 놓고 끝없이 경쟁하는 세상에서 수천 년에 걸쳐 가장 효율적인 사회가 덜 효율적인 사회를 대체해 왔고, 그 과정에서 가부장제가 성공 요소로 드러나자 남녀 공히 가부장적 가치를 공정한 가치로 수용하게 되었다. … 아그라리아에는 페미니스트가 없었다.

농경은 폭력을 문제를 만들었고, 동시에 폭력을 다스리는 해법도 만들었다 … 통치자는 신민에게 정부만이 폭력을 행사할 권리가 있음을 믿게 할 필요가 있었다.

\=> 이 부분 역시 ‘먹고 살기 위해서’ 많은 것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는 것이며, 그 가운데 성의 평등조차도 먹고살기 위해서는 태생조차 하지 못하는 개념이었다는 주장이 흥미로웠다. 아마도 ‘비거니즘’ 같은 개념은 명함도 못 들이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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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이용자 부분

임금노동이 매력적인 대안이 되자 자유노동자가 수백만 명씩 노동시장에 유입됐고, 강제노동의 필요성이 줄었다. 점차 형편이 피는 임금노동자들과 달리 빈곤한 농노와 노예는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제조품을 살 여력이 없었고, 기업가들은 강제 노동을 점차 이익 추구와 성장의 걸림돌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사회가 화석연료 시대로 진입하면서 정치세력은 기존 입장을 180도 바꿔 노예제 폐지와 노예 해방을 지지하고 나섰다.

화석연료 등장 이전의 여자들은 성년의 대부분을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보내야 했다. 그러다가 유아생존율이 높아져 그럴 필요가 없어지자 부모들은 자녀를 최대한 많이 낳는 것보다 적게 낳아서 보육과 교육에 많이 투자하는 쪽을 택했다.

화석연료 사회가 아그라리아에서 벗어나 인더스트리아로 가는 방법은 크게 자유주의적 경로와 반자유주의적 경로 두가지였다…. 자유주의 접근법은 아그라리아의 구분선들이 부당함을 선포하고 농경 사회에서 어떤 범주에 속했는지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법 앞에 동등한 자유와 권리를 부여했다. … 반자유주의적 접근법은 차이를 무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고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필요하면 무력이 동원되었다. 결과적으로 반자유주의적 방법은 자유주의적 방법에 비해 퇴영적 성향을 띠었고, 종종 폭력과 강제노동, 심지어 새로운 버전의 신성왕권에 의지했다.

요즘은 권리혁명의 범위가 당지 사람의 권리에 해당되지 않는다. 일찍이 1789년 영국 철학자 제레미 벤담이 ‘동물을 대할 때의 문제는 ‘동물도 이성이 있는가?’ 또는 ‘동물도 말을 하는가?’ 가 아니라 ‘동물도 고통을 느끼는가?’다’ 라는 말로 동물의 권리를 일깨웠다. … “동물에 대한 행동에 있어서 인간은 모두 나치다.” 노벨상 문학상 수상자 아이작 싱어가 1968년에 한 말이다. “동물에게 인간세상은 영원한 트레블링카 (바르샤바 근처에 있었던 유대인 대학살로 유명한 나치수용서 – 옮긴이)다”

수직적 위계와 수평적 위계 사이의 줄타기는 화석연 시대 정치의 특징이다. 이런 타협은 경제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인더스트리아는 일정 수준의 계층화를 요한다. 이 계층화는 아그라리아 기준으로 보면 낮지만, 그렇다고 아주 낮지는 않다.

… 경제성장 속도가 빠른 개발도상국 사람들이 경제성장 속도가 느린 선진국의 사람들보다 부의 수직적 계층화에 관대한 편이다…

\=> 이쯤 와야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아이작 싱어의 말에는 100% 공감. 음모이론을 생각해보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남북전쟁’ 같은 것도 인류애가 아니라 자본주의자들의 제살길찾기의 결과라는 이 글의 내용에 공감한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대부분의 스킬과 사상도 자유주의/자본주의 사회를 옹호하기 위한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

그 외에

인간문명 붕괴의 도화선이 될 다섯가지 충격은 아래와 같다.

통제 불능의 인구이동

국가 기능 마비

식량부족

전염병 확산

(항상 포함되지만 가장 예측 불가능한)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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