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자영업자라면 무조건 읽어야 하는 책이다.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첫번째는 한국에서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중, 역할, 그리고 과거 트랜드를 분석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한국의 자영업을 살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부분이다.
첫번째 파트 – 분석
1. 자영업은 ‘임금노동자가 아닌 독립적인 경영자이면서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는 자’ 로 정의되는데, 영세 서비스업들이 그 주류를 이룬다. 이른바 5대 자영업의 형태는 1) 소매업, 2) 음식업, 3) 운수업, 4)교육서비스업, 5) 개인서비스업이다.
2. 자영업은 소득이나 수익성에서 결코 매력적이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인기가 많다. 끊임없이 창업이 일어나고 폐업도 많은 과잉경쟁 시장이다. 그리고 자영업을 했던 사람이 망하고 다시 자영업으로 되돌아오는 회귀성이 있다. 즉,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떠나지 못하는데, 다른 대안이 없어서 그렇다.
3. 무려 1000만명이나 된다는 어마어마한 규모에도 불과하고 ‘세력화’ 되지 못했다. 정치적으로/사회적으로 왕따이다. 자영업자는 호칭은 ‘사장님’으로 불리지만 사실은 종업원만도 못한 돈을 받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사장님이다보니 본인의 정치색이 도대체 어느 쪽인지 헷갈린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 시행된 최저임금이나 52시간규제로 인하여 많은 자영업 사장님들이 정치색을 찾기도 했다. 여튼 자영업자들은 보수와 진보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세력이었다.
4. 경제규모에 비해서 그 숫자가 많고, 고용인원이 많지만 생산성이 낮으며, 특이하게도 생산성이 늘어나지도, 인원이 줄어들지도 않는다. 이는 우리나라의 제조업이 고용자 숫자는 지난 30년간 거의 같은 수준으로 유지되었지만 생산성은 꾸준히 증가한 점, 그리고 임금도 꾸준히 상승했던 점과 비교해볼때 비교된다. 그 이유는 인구 증가와 퇴직자 증가로 계속해서 유입이 이루어지지만, 90년대 이후 일어난 높은 제조업 임금상승률로 인한 노동시장 경직으로 제조업 및 대기업에서 고용을 충분히 해주지 않기 때문.
5. 자영업자들이 영위하는 사업들, 이를테면 위에서 열거한 5대 자영업의 경우에는 대부분이 ‘소비자물가’로 묶여서 가격이 오르지 못하는 내수산업이다. 장바구니 물가라고도 하는 이런 물가정책은 특히나 자영업자들이 영위하는 수퍼마켓, 치킨집, 택시비 등의 교통비, 학원비, 대리운전비 등등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국가가 통제하는 항목들이다. 따라서 자영업자들의 소득은 크게 오르기가 어렵다. 이는 수출제품들에 대해서 정부가 규제보다는 지원의 측면에서 육성하는 것과는 상반된다.
6. 위에 열거한 특성의 결과일 수도 있는데, 자영업자가 바로 대한민국의 소득 양극화의 근본적인 문제로 작용한다. 숫자는 많고, 매출이나 수익은 오르지 않는 가운데, 정치적/사회적으로 비호해주는 세력도 없다보니 계속해서 소득이 악화된다. 이는 제조업 임금노동자들은 계속해서 임금과 노동생산성이 오르며 노조라는 형태로 정치적 압력단체로서의 기능도 하는 것과 굉장히 다르다. 대기업들은 그 동안 반도체, 자동차, 화학 등의 수출산업을 통해서 어마어마하게 성장을 했고, 각자 로비를 하기도 하지만 전경련 같은 단체를 조직해서 압력단체로 기능할 수도 있었다. 따라서 자영업자가가 사실 한국의 소득양극화의 근본 문제이지만 누구도 비호해주지 않는다. 즉, 사회적 문제로 잉태될 가능성도 크다.
1번을 제외한 2-6번은 서로 얽히고 섥혀 있어서,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지 모를 것들이다. 이렇게 꼬여 있는 이슈는 풀기가 정말 어렵다. 그렇다면 이런 특성을 가진 한국의 자영업자 이슈에 대해서 이 책은 어떻게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할까?
첫째로 그 실마리를 노동시장에서 찾아야 하는데, 사실 한국의 자영업자는 직장을 그만두거나 잃은 후에 나와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어느 정도 한다. 그래서 자영업자의 과잉 공급문제를 해결하려면 직장에서 이들을 더 오래 잡아두어야 한다. 젊은 층에서 자영업으로 빨리 나오지 않도록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제조업 임금 노동자를 늘리고, 오래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자영업의 공급과잉을 해소하고 낮은 생산성을 해소하는데 중요하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해줘서 대기업에서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해야 함은 물론이고, 52시간이나 최저임금도 모두 잘못된 정책이라고 꼬집는다.
둘째는 자영업자들이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방법은 세가지인데, 사업, 정치, 지식이다. 사업적으로 서로 연대하고, 정치적으로 압력집단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자영업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할 수 있는 지식단체를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이나 미국의 전미레스토랑협회 (NRA _ 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 같은 사례를 들고 있다. 나는 NRA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는데, 한국에도 이런 조직이 꼭 필요하다는 것에는 무척이나 공감을 했다.
셋째는 플랫폼이나 4차 산업혁명과 같은 매크로 트렌드에 빠르게 올라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위의 두번째의 연대를 더 원활하게 해주는 도구로서의 기능도 할 것이다. 최근에 택배노동자 이슈나 배달원들의 처우에 대한 이슈, 그리고 배달앱과 레스토랑 간의 점포에 대한 이슈, 택시 기사와 공유 차량 플랫폼에 대한 이슈들에 대해서도 이 책에서 간단하게 모두 다루고 있다.
*
우리 회사는 자영업은 아니다. 법인으로 운영되고 인원도 꽤 많으며 제조업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태생이 음식점으로 시작했다보니 자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하지만 아니다.
하지만 초기에 자영업의 형태로 시작했다보니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만 봐도 임대료도 멈추지 않고, 이자도 멈추지 않지만, 정부는 자영업을 멈추게 했다. 멈추려면 다 같이 멈춰야 하는 것 아닌가? 자영업자에 대한 고민과 배려가 정치인들과 행정가들의 마음속에서 거의 자리잡고 있지 않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우리 회사의 고객들이 자영업자들이다. 펍이나 레스토랑에 맥주를 공급하는데 그들은 모두 자영업자들이다. 넓게 보면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들도 프랜차이즈 자영업자인 경우가 많다. 코로나19로 인해서 폐업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 같다. 요즘도 하루가 멀다하고 폐업의 소식이 들려온다. 슬픈점은 코로나가 지나가더라도 이 사람들은 임금근로자로 흡수되지 못하고 또 다시 자영업의 세계에서 맴돌 것이라는 점이다. 늘어난 빚, 높아진 최저임금, 그리고 더욱더 경직된 노동시장 덕분에 많은 일들을 종업원도 고용하지 못하고 본인 스스로 그리고 무임금가족노동자와 함께 하면서 말이다.
지난 5년간 한국 자영업의 문제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서 이 책에서 아주 정확하게 짚어주는 면이 많고, 많은 객관적인 통계로 그 논거들을 증명해주고 있어서 감명깊게, 흥미롭게, 그리고 암울하게 읽은 책이다.
2021. 1. 9
TK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