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이번 한주를 돌아보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화요일에는 한싸연 (한국 싸우어 맥주 연합) 번개가 있었고, 수-금요일에는 Stone Brewing Co의 수입사에서 마련한 Stone의 브루어 Kris/ Stephen의 한국 방문이 있었으며, 금요일에는 한국 크래프트 펍의 연합인 남산 케미스트리의 팝업 스토어 오픈이, 그리고 토요일에는 8 Wired Brewing의 한국 방문 행사가 있었다. 한 주 동안에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나다니…. 한 주를 돌아보니 과연 지금 한국 크래프트 맥주씬은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많은 의미를 가진 행사는 Stone Brewing Co의 직원들의 방문이었다. 그들과 행사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평소에 궁금했떤 점들도 많이 물어보고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별로 대단한 질문은 아닐 수 있지만, 나는 평소에 Stone이 왜 ‘악마’를 자신들의 캐릭터로 쓰고 있는지 궁금했다. 크래프트 맥주계에서 워낙 특이한 캐릭터도 많은데다가 자신의 맥주를 각인하기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궁금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번 방문에서 Stone직원에게 이 질문을 직접 했고, 내가 들은 답은 그것은 악마(Devil/ Demon)가 아니라 가고일(Gargoyle)이라는 것이었다!!
가고일은 일반적으로 교회나 서양의 오랜 건축물의 지붕 등에 장식으로 달아두는 장식인 조각상이다. 그리고 가고일의 실용적인 의미는 주로 처마 끝에서 물이 나오는 통로를 장식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며, 상징적인 의미는 교회 등에서 순수하지 못한 마음으로 교회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겁을 주거나 악귀를 쫓아내는 역할이라고 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 동양 문화에도 가고일 비슷한 것들이 있다. 바로 절 입구에 있는 무섭게 생긴 사천왕상이나, 지붕 처마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어처구니 조각상 들이다. 이들도 무섭게 생기거나 괴이하게 생겼으며, 악귀를 쫓아내고, 그 터에 있는 순수함을 지킨다는 의미에서는 가고일과 거의 같은 의미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왜 저렇게 악마같이 흉칙하게 생긴 것을 로고로 정했지? 라는 생각은 다른 문화를 표면적으로 이해할 때 생기는 순간적인 오해임을 알 수 있다. 외국인들도 막상 우리나라 절에 가면서 ‘왜 신성한 종교건물인 절 입구에 요괴 조각상을 놓았나요?’ 라고 물어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Stone에서 가고일을 처음부터 로고로 사용한 이유는 첫째, 교회에 불순한 의도의 사람들이 못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과 같이 스톤의 맥주에 맥주를 해치는 이상한 재료들은 넣지 않겠다는 다짐이며, 둘째로 빗물의 수로로 쓰이면서 물이 건물 밖 나오는 구멍의 기능을 하는 가고일 조각상과, 맥주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브루어리나 유사한 의미라서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중에서 몇몇은 지금까지 Stone의 캐릭터를 완전히 잘못해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즈음에서 떠오르는 것이 바로 Devil’s Door일 것이다. Devil’s Door는 처음부터 스톤의 로고를 베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많이 받았다. 게다가 이름부터가 Devil’s Door 이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스톤의 로고가 악마라고 기억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에게 연상작용을 일으킨 것이다.
실제로 데블스 도어가 Stone을 벤치마킹했는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스톤의 브루어인 Kris는 실제로 아래와 같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데블스 도어를 방문해 본 후에 뭔가 그런듯하다는 인상을 받은 짧은 글을 올렸다.

나는 데블스 도어가 독자적인 무언가 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기를 바라고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만약에 데블스도어가 스톤의 로고를 벤치마킹해서 로고나 이름을 만들었는데, 스톤의 로고를 표면적으로 “악마”라고 해석했다고 한다면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크래프트 정신을 벤치마킹하지 않고 겉모습만 베끼다가 생길 수 있는 전형적인 실수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크래프트 맥주씬에는 그저 무언가를 베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더이상 선의의 가고일이 악의의 악마로 변하는 일들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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