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을 읽다.

 

계속되는 시차 부적응 때문에 독서량만 쭉쭉 늘고 있다. 오랜만에 한글로 쓰여진 책들을 읽으니 마치 목말랐던 사람이 물을 마시듯이 진도가 빨리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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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고수의 생각’이라는 책을 서점에서 봤을 때 바로 집어들어서 구매했다. 바둑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는 나이지만, 그래도 조훈현이라는 사람이 한 때 바둑세계를 주름 잡았던 고수라는 것은 알고 있었고, 그 계보가 이창훈, 이세돌 이라는 프로기사로 내려온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조훈현 프로가 불과 30대 후반의 나이에 제자인 이창훈 프로에게 왕좌를 내준 것은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어린 시절에 일본에서 유학하면서 섬겼던 스승인 세고에 선생이 조훈현이 떠나고 난 후에 자살을 했다는 사실, 그리고 이 책에서 소개되는 많은 바둑세계의 일들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글을 읽으면서 바둑이란 것이 참 인생을 보여주기도 하고, 두는 사람의 성격도 잘 드러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바둑의 세계에 빠지게 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깊이 생각하게 되는 몰입(Flow)의 경지에 들게 된다는 점도 아주 흥미로웠다. 예컨대 이 책에서 소개되는 대목 중에서

집중, 집중…… 나는 고요한 생각의 결 안으로 들어갔다. 천천히, 천천히….. 거칠었던 호흡이 편안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순간 주변의 모든 것이 사라졌다. 녜웨이핑도 보이지 않고 진행요원들도 사라졌다. 조바심도 초조함도, 심지어 이기고자 하는 욕망까지도 사라졌다. 바둑과 나, 단 둘만 남았다. 절대적인 고요의 순간,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래, 바로 여기구나!

p 21에서 발췌

위의 부분은 녜웨이핑과의 대국에서 초집중을 하는 순간을 담은 글인데, 물론 당시의 생각을 글로 100% 옮겼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몰입(flow)의 경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 다른 흥미로운 부분은 자신의 제자인 이창호에게 패배하고 돌아오는 길의 심정을 담은 부분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는데 유난히 마음이 평화로웠다. 모든 걸 잃어버렸는데 이상하리만치 홀가분했다. 며칠 동안 실컷 잠을 자며 휴식을 취했더니 몸도 기분도 더 좋아졌다. 꼭 새로운 뭔가를 시작할 때의 기분이었따. 그때부터 내 안에서 긍정적인 생각이 마구 쏟아졌다. 타이틀이 하나도 없다는 건 이제 잃을 것도 없다는 걸 의미했다. 지키려고 할 때는 그렇게 힘들었는데 막상 다 잃어버리니 자유로웠다.

P 71에서 발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왕좌에서 내려온 챔피언. 그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제자에게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의 생각이 잘 담겨 있었다. 바둑기사는 승부사이다. 승패에 대해서 누구보다 민감하고,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리라.. 그런 사람이 한 때 모든 타이틀을 석권하다가, 또 그것을 내려놓는 과정이 이 책에서는 아주 잘 묘사되어 있다.

위에 소개된 두가지 사례는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인사이트가 담긴 글 중에서 일부일 뿐이다. 이 책은 정말 감동적인 한 사람의 드라마가 잘 담겨져 있었다. 어떤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던지 일독을 권한다. 가치가 있는 책이다.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을 읽다.”에 대한 한 가지 생각

  1. 추천해 주신 뒤, 책 구입해 하루만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사고 정립이나 마인드 컨트롤에 대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번 책 추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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