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lish Bitter 맥주가 개념적으로 딱 와 닿지가 않아서 언젠가 한번 비교 시음을 해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English Bitter 종류가 Ordinary, Special (혹은 Best Bitter), Extra Special (혹은 Strong Bitter) 등으로 다양한데, 이들간의 구분이 알콜 도수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 이외에는 별로 아는게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만만한 Fuller’s의 맥주들로 골랐다. Chiswick (ABV 3.5), London Pride (ABV 4.7), ESB (ABV 5.9) 이렇게 셋을 골랐고, Golden Pride (ABV 8.5)를 덤으로 하나 넣었다. Fuller’s 맥주는 이미 한국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블로그를 보시는 분들도 쉽게 집에서 한번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원래는 여기 Discovery (English Golden Ale) 하고 1845 (strong ale), 그리고 Vintage Ale (old ale)까지 더하면 완전 풀 라인업 완성인데, Golden Ale인 Discovery는 구하기가 어려웠고, 1845 및 Vintage Ale은 가격이 좀 있는데다가 이렇게 다 마셨다가는 아무리 테이스팅으로 조금만 마시고 버린다고 해도 힘든 하루가 될 것 같아서…

원래는 전부 같은 잔으로 마셔야만 정당한 비교시음이 되겠지만, 잔이 모자란 관계로 Chiswick 만 노닉잔으로 했고, 나머지는 그냥 파인트/튤립스런 파인트 정도로 대체했다. Golden Pride는 스니프터로….
일단 외관상으로는 Amber 색상을 띄고 있는 점에서 네가지 맥주가 거의 놀랍도록 색상이 비슷하다. 거품의 유지 정도가 ESB가 약간 더 있던 것을 제외하고는 헤드 리텐션도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렇게 색이 비슷하면 섞어놓고 뭐가 뭐냐고 물어봐도 누구도 맞추기 어려울 것 같았다.
Aroma는 조금 달랐다. Chiswich이 ABV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훨씬 더 몰티한 향이 나는 반면에 London Pride는 약간 Herbal 한 홉향이 난다. ESB는 다시 몰티한 계열이고 Golden Pride는 말할 것도 없이 달콤한 에스테르향이 나고 약간은 캔디 향 마저도 난다.
(BJCP 에서는 Golden Pride를 English Barley Wine으로 구분하고, Ratebeer 에서는 English Strong Ale로 분류하는 것 같은데 어느 쪽이 맞는지 모르겠다)

아로마가 거의 미묘하게 다른 것 만큼 바디감도 약간씩 다르다. Chiswick은 확실하게 라이트바디(혹은 완전 물바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London Pride 와 ESB 로 갈 수록 약간 더 바디감이 느껴진다.
원래 Bitter라는 맥주의 종류가 벌컥벌컥 많이 마시는 것이기 때문에 Chiswick을 벌컥 마셨더니 몰티함과 비스킷이 한꺼번에 확 몰려온다. 입 안에 몰티함이 퍼지면서 비터도 조금씩 살아 난다. IPA등에 길들여진 요즘 맥덕들의 입맛에야 이정도가 무슨 비터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수치상으로만 놓고 보면 IBU가 30정도 되고 상당히 비터링이 느껴지는 편이다.
London Pride 역시 바디는 라이트하지만 입안에 머금는 순간 몰트향이 느껴지고 Chiswick과 다른 점이라면 좀 더 Fruity 한 것이 느껴진다. 사과향도 조금 나기 때문에 혹시 이취가 아닌지 의심되기는 했는데, 그 정도로 심하게 손상된 것 같지는 않았다. ESB는 확실히 Chiswick에 비해서 바디감이 더 느껴진다.
하지만 Golden Pride를 마시는 순간, 먼저 마셨던 세가지 맥주의 구분이 다소 무의미해 진다. 내가 지금까지 왜 이 세가지 술의 구분이 확실히 머릿속에 각인되지 않았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렇다. Ordinary Bitter, Special Bitter, Extra Special Bitter 맥주는 거의 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미묘한 차이만을 가지고 있다. 거의 ABV와 약간의 바디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차이라는 것은 결국 ABV를 올리다가 생겨나는 차이로 사실상 같은 근본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세가지 English Bitter를 마신 후에 내린 나의 나름대로의 결론은 ‘비슷하고, ABV만 조금 다른 뿐’ 이라느 것이었다. 물론 London Pride의 경우에는 특유의 홉향이 존재하고 ESB는 더 몰티하고 더 깊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저마다의 특색이 확연한 맥주들이 판을 치는 마당에 이 세가지 종류의 English Bitter는 거의 대동소이하다.. 라는 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이런 결론에 재빠르게 도달 한 후에, Golden Pride를 음미하기 시작했다.
‘이건 과연 Barley Wine일까 Strong ale일까…’ 라는 질문을 가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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