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2025년 3월 초에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 권해주고 싶은 책이 있을까? 나 또한 소셜미디어 사용이 많아지면서 스스로의 ‘우리편 편향’에 대해서 의심이 커지고 있던 참이다. 나 또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뉴스 사이트, 유튜브 등을 ‘구독’하여 보는데, 이 과정에서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들이 하는 말과 정보가 나에게 자연스레 스미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때로는 이런 현상이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하기도 하고, 특정 성향으로 나를 형성하는 것 같아서 섬뜩하다. 아마도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성향이 나와 반대 방향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느끼지 않을까? 라는 의문에 집어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가벼운 사회 교양 서적 정도로 생각했던 이 책은 사실 굉장히 깊이 있는 책이다. 저자가 이 분야 (우리편 편향)에 대해서 세계적인 권위자이고, 논문도 엄청나게 많이 인용하고 있다. 대학에서 강의 교재로 써도 될 정도의 깊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강의가 있다면 아마도 한 학기쯤은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었다. 중간중간에 번역이 굉장히 어렵게 된 부분들도 있어서 의미를 해석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이는 아마도 원문 자체가 어려워서였을 것 같다. 중간에 확률 이론에 대한 공식들도 나오는데, 솔직하게 말해서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은 과감하게 패스하면서 읽었다. (그래도 힘들었다)
우리편 편향은 정치적인 대립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우리편이 하는 말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않게 되고, 어느샌가 받아들이게 되는 것을 말한다. 신념이 되어버리게 되고,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방이 비이성적이거나, 학습이 부족하거나, 정보의 획득이 잘못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된 내용은 바로 이러한 우리편 편향이 지적인 수준에도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고, 다른 논리적인 휴리스틱스와는 달리 매우 특이한 편향이라는 점이다.
우리편 편향은 어쩌면 진화적으로 형성된 것일 수도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우리편이 주장하는 바를 일단은 받아들이고 그대로 따르는 것이 많은 사회적, 경제적 효용을 제공해 주었을 것이다. 특정한 신념체계에서 성장해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개체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확고하게 하는데 필수 불가결했을 수도 있다.
예컨대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흠… 과연 독도가 우리 땅인지 한번 과학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고찰해서 파헤쳐 봅시다’ 라고 이야기한다고 가정해보자. 책의 후반부에 ‘가정’에 대해서도 한참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런 가정을 한다는것 자체가 이미 대한민국에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하고 불경하다고 느껴질 것이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독도는 우리땅을 외쳐야 하는 것이기에… 만약 이렇게 생각한다면 당신 역시 우리편 편향에 강하게 길들여져 있을 수도 있다. 모든 과학과 객관적 사실에 대한 탐구는 가정을 통해서 관점과 맥락을 분리하는 것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불편하고 불경한 가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사회적 경제적으로 매장될 수 있는 것이므로 우리는 본능적으로, 유전적으로 우리편 편향을 가지게 된다고도 볼 수 있다.
얼마전에도 한 국회의원이 한 정치인을 국회에서 불러내서 백범 김구선생의 국적을 물었던 적이 있다. 물론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옳바른(politically correct)’ 대답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정치인은 우물쭈물 대답을 했다. 그 결과 국회의원은 그의 사상을 의심하고 꾸짖고 해서 문제가 되었다. (이게 문제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나 조차도 우리편 편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우리편 편향은 그만큼 뿌리가 깊고, 지적인 능력과는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으며, 정보의 노출이나 학습 정도와도 무관하다. 그냥 신념 체계에 따라서 형성되는 것이라는 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또 다른 재미있는 사례는 2016년 트럼프 당선이다.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로 이 책의 저자에게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 지지자들이 비합리적, 비이성적이고 궁극적으로는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는 점을 증명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그런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자들은 대부분 그 이전에 밋 롬니와 존 맥케인을 지지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이전에는 합리적 이성적이며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었다가 갑자기 트럼프가 등장하면서 바뀌지는 않았다. 그들은 그냥 같은 신념체계를 공유하는 사람들일 뿐인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멍청하고 가난하고 무식해서 트럼프를 찍었다고 강하게 믿는다. 이런 편향에 사로잡혀 있으니 맨날 지는 것일지도…
책에서 소개한 또 다른 재미있는 점은 사회적 경제적 의학적으로 큰 쟁점이 되는 개별이슈에 대해서 특정 주장을 보여주고 이것이 보수 또는 진보 어느 쪽에서 주장하는 것인지 물어봤을 경우에 정확하게 맞추지 못하거나 동의/부동의 등 자신의 입장을 정치성향과 일관되게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본인이 지지하는 정당이 동성애, 낙태, 이민, 환경문제 등 큰 이슈가 되는 문제들의 세부 토픽에 대해서 정확한 방향성을 정해주지 않으면 그 추종자들은 자신의 입장을 잘 정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정한다는 것이다. 나 또한 이 내용에 크게 공감했는데, 내가 다소 진보적 성향을 가지고 있고, 선거에서 높은 확률로 진보정당을 지지한다고 하더라도 각론으로 들어가서 그들의 정책들을 보고 있자면, 개별적인 사안에서는 전혀 동의하지 못하는 내용들이 많다는 점을 자주 느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대의를 지지할 때에는 숭고한 목적으로 자기의 이익을 희생하면서라도 그것을 지지할 것이라고 믿지만, 상대방이 무엇인가를 지지하고 믿으면, 상대방은 무언가 꿍꿍이가 있거나 거짓정보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정치적으로 극한으로 대립하는 두 세력은 서로 상대방을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라고 비난하며, 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꾸짖는다. 이 책에서 나오는 문구 중에서 신념은 소유물이 아니라는 말이 나오는데, 신념은 자신의 성장배경을 포함하여 여러가지 요소로 부터 형성되는 것이고, 이로 인해서 진보/보수 등의 정치적 성향이 결정되며, 이는 지적인 능력 등과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이 책의 중요한 내용이다.
이 책의 요지는 우리 모두 편향을 인식하고 ‘능동적 열린사고’를 통해서 자신의 우월성을 버리고 상대방과 소통해야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고 양극화가 문제다. 점점 더 편향되고 있고, 두 가치체계가 그리는 평행선이 좀처럼 만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점점 더 사람들의 정치적 편향이 심화되고 있고, 그 정도가 심해지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 분열과 폭력조장 등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편 편향에 대해서 정말로 크게 경계하게 되었고, 원칙을 정하되 신념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심지어 기존에 내가 믿어오던 많은 것들에 대해서 (원래도 의심하지만) 더욱더 의심해야 한다는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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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의 정치정세가 불안정하고, 양극화됨에 따라서 이와 관련된 책들을 시간내어서 읽어보게 되는데, 그런 맥락에서 아래의 책들을 추천한다.
미스빌리프 – 댄 에리얼리 (부제: 이성적인 사람들이 비이성적인 것을 믿게 되는 이유)
Predictably Irrational (한국어 제목은 상식밖의 경제학) 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행동경제학자인 댄 에리…집단착각 – 토드 로즈
엘름 홀로우라는 작은 마을 사람들은 서로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모두가 모두를 입방아에 올리고 살았다…잘못된 단어 – 르네 피스터
오랫만에 읽은 너무 재밌었던 정치문화 관련 책이다. 이 책을 내 나름의 언어로 요약해보자면 ‘독단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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