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모리 빌딩에서 부동산 디벨로퍼로서 오랫동안 일해 온 저자가 도쿄의 빌딩들에 대해서 쓴 책이다.
하지만 좀 더 부연설명을 하자면, 사실 이 책의 제목을 ‘도쿄의 빌딩들’이라고 하면 안되는 것 같다. 이 책에서 예시로 제시하는 아크 힐즈, 롯폰기 힐즈, 아자부다이 힐즈 등은 단순한 빌딩이 아니라 하나의 부도심을 거의 통째로 바꿀 정도의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하지만 서울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이런 규모의 민간 개발 프로젝트를 만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렇게 빌딩이라고만 설명하면 개념이 잘 안오는 것 같다. 나도 이 책을 한참 읽다가 깨달았을 정도이니 말이다.
아마도 이 책에서 말하는 도쿄의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에 상응하는 곳은 서울에서는 코엑스나, 종로 피맛골과 디타워 인근, 마포의 메세나 폴리스, 반포 센트럴시티 정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 사례로 들고 있는 부동산 개발 사례들은 단순하게 건물을 한두개 짓는 정도가 아니라 상업용 시설은 물론이고, 오피스, 호텔 심지어는 공원과 학교까지 넣어서 하나의 작은 도시를 만드는 규모를 말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정말 그 도시의 운명을 바꿀 정도의 프로젝트가 탄생한다.
이 책은 나에게 개인적 경험으로 다가오는 면이 많았다. 내가 일본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많은 장면들을 다시 한번 기억속에서 끄집어 내서 돌아보게 했고, 앞으로 일본에 가면 어디 어디는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2002-2003년도에 교환학생으로 와세다에 있었는데, 내가 떠나고 나서 거의 바로 롯폰기 힐즈가 생겼다. 내가 떠나고 난 직후였지만, 일본에 있던 지인들과 여전히 연락을 하고 지냈는데, 당시에 일본에 있는 지인들이 롯폰기 힐즈에 대해서 엄청 이야기를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거의 20년이 지난 2023년 정도가 되어서야 나는 처음으로 롯폰기 힐즈에 가봤는데 과연 롯폰기의 운명을 바꿀 정도의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내가 일본에 갈 때마다 가장 많이 묵는 호텔이 아카사카에 있는 아나 인터컨티넨탈 호텔인데, 그 호텔 바로 옆에 산토리홀이 있고, 그 호텔 주변이 너무 깨끗하게 잘 정리된데다가 밤에 나가면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음식점들도 단지 내에 있어서 매우 만족했던 기억이 있다. 알고보니 여기도 모리 빌딩에서 개발한 아크 힐즈였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지금까지 거기를 몇 번이나 방문했다는 것이 신기했다. 도쿄 미드타운이나 도쿄역 인근의 빌딩들, 긴자 식스, 오모테산도의 힐즈나 캣 스트리트 등도 몇번이나 방문해 본 곳이지만, 이 책의 설명을 듣고 나니까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
이 책은 내가 몇달 전에 구매했으나 책장에 꽂아놓고 계속 우선순위가 밀려서 읽지 못한 책이다. 곧 일본에 다시 갈 일이 있어서 지난주부터 꺼내 읽었는데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다. 한 때 일본에 살기도 했고, 일본 출장도 많이 갔었고, 일본 여행을 가는 것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더 흥미있게 읽었다. 식음료 및 서비스업에 종사하거나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일본에 여행을 가면 뭐 하나라도 배워 오는게 있다. 2015년 경에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성수점을 준비할 때도 일본에 자주 갔었는데, 그때는 다이칸야마나 요코하마 인근에 있는 브루어리들도 많이 갔고, 에비스 가든도 많이 갔었다.
이 책을 통해서 그동안 내가 가본 곳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 장소들과 그 건물들이 어떤 의도와 어떤 구성과 어떤 역할로 생겨난 것인지 그 배경을 이해하게 되니까 무척 흥미로웠다. 이번에 일본에 가면 롯폰기 힐즈에 있는 그랜드 하얏트에서 묵을 예정이다. 그리고 이 책의 영향으로 아자부다이 힐즈와 도라노몬 힐즈를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책을 읽고 나면 일본인의 디테일에 대한 집착이나, 철학적인 사유, 그리고 고지식한 면이 있어서 빠르게 바뀌지는 않지만, 한번 바꾸면 그래도 무언가 크게 크게 일을 벌이는 면에 대해서 감탄하게 된다. 일본 여행을 자주 가는 분들이나 일본의 상업시설, 서비스 시설, F&B 등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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