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단어 – 르네 피스터

오랫만에 읽은 너무 재밌었던 정치문화 관련 책이다.

이 책을 내 나름의 언어로 요약해보자면 ‘독단적 좌파’들이 얼마나 민주주의를 망치고 있는지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잘못된 단어’의 숨겨진 의미를 쉽게 풀어서 이야기해보자면, ‘잘못된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에 배제되거나,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아니면 상대방 정치세력의 조롱거리가 되거나 할 수 있기 때문에 단어의 사용에 각별히 주의하게되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그런 지나친 조심스러움으로 인해서 사람들이 점점 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나 자신의 주장을 하지 않게 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라는 뜻이다.

이 책은 독단적 좌파들이 얼마나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라고 앞서 말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포퓰리스트 우파들이 지금의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테면 도널드 트럼프 같은 사람들 말이다. 그러므로 일견 생각해보면 이 책은 반직관적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좌파 혹은 진보의 의미가 바뀌고, 퇴색했으며, 그 지지기반도 달라졌다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과거에는 노동계급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던 좌파였다. 그런데 미국에서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층은 바로 저임금의 백인 노동자들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하면서도 이러한 반직관적인 현상에 대해서 한편으로 이해하게도 되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이들을 ‘Deplorable (개탄스러운 사람들)’ 이라는 말로 비판했지만, 트럼프는 오히려 이러한 사람들을 품어안으면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좌파들은 이런 사람들에게 무식하거나 부적절하다며 비판하면서 이러한 노동자들과의 괴리감을 만들어 버렸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이해하려면 몇가지 단어 및 현상들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몇가지 정리해보면

  • 미세공격 (microaggression): 이 말은 소수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경험하는 작은 차별과 편견을 말한다. 이를테면 ‘where are you from?’ 같은 간단한 질문 조차도 이 질문을 받는 사람들은 ‘왜 내가 어디 출신인지 물어보는가?’ 라면서 나에 대한 차별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고,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
  • 캔슬 문화 (cancle culture):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재미있다고 느낀 것이 바로 이 캔슬 문화라는 현상이다. 이는 저명힌의 과거 언행을 고발하고 비판함에 있어서 그 사람과 토론을 하지 않고, SNS 상에서 분노를 일으킴으로서 그 사람이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를 잃게 만드는 온라인상의 현상 및 운동을 말한다. 미투(me-too)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고발되었는데, 그 중에서는 실제로 죄가 없거나 입증할 수 없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직장에서 쫓겨난 이후였다. 그렇지만 독단적 좌파들은 이들에 대해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라면서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감수성이 부족하다면서 몰아세우고, 이들을 옹호하는 사람들에게조차 캔슬 문화를 적용하기도 하였다. 거듭 말하지만 포퓰리스트들만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 Woke (깨어있음): 이는 원래 다양한 문화적 맥락 등에 대해서 충분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반대 세력에 의해서 지나치게 문화적 맥락에 대해서 예민하게 반응하고 필요이상으로 감수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을 말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는 우리의 일상용어로 번역하면 ‘프로 불편러’ 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토론과 대화에 대해서 ‘불편하다’ 라고 하면서 상대방을 shut down 시켜버리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이런 사람들을 woke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문화적 전유: 한 집단의 문화적 정체성을 그 집단으로만 철저하게 한정하면서 다른 집단으로부터 배제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그거 원래 우리껀데, 너희가 그걸 왜하냐?’ 라는 식으로 말할 수도 있겠다.

요컨대 이 책은 독단적 좌파들의 정치적 올바름 (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서 민주주의가 희생되어 가고, 사람들이 점차 토론과 자기 주장에 대한 개진을 기피하게 되는 현상에 대해서 비판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비단 미국만의 현상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항상 어른들이 하는 말이 (나도 내 아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한데) 어디가서 정치적 신념이나 성향을 드러내는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점차 사람들은 토론을 하지 않고, 상대방의 생각이 어떤지 모르게 된다. SNS상의 필터 버블로 인해서 좌파는 좌파끼리, 우파는 우파끼리 더 모이게 되는 괴리 현상이 심화되므로, 이 문제가 점차 더 심각해지는 것은 어쩌면 한국에서 더 크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덧)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내가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인 ‘김지윤의 지식플레이’를 통해서였는데, 책의 핵심 내용에 대해서 질문해야 할 웬만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김지윤 박사님이 콕콕 찝어주고 있으니, 아래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보면 되겠다. 위의 이미지도 해당 유튜브에서 캡쳐 한 것임을 밝혀 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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