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간관계에 변화를 가져볼까 한다. 지금까지 넓히는 쪽으로 치중하다보니 주변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리고, 생각하는 시간을 더 가져야 겠다. 세이노의 가르침을 비롯해서 사장학개론, 그리고 내 운명은 고객이 결정한다에 이르기까지, 대표라는 이가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했다. 가장 큰 변화는 네트워킹 모임에 나가지 않기로 결심한 것. 인간 관계도 나에게 에너지를 주기보다는 그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나의 에너지를 뺏기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과감하게 단절하기로 결심한 것. 조금은 철학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에너지라는 것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고 있다. 에너지를 주는 사람과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사람, 에너지를 주는 모임과 에너지를 가져가는 모임이 있는 것 같다. 신중하게 선택해서 시간을 써야 한다. 시간은 나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자원이다.
2.
최근에는 좋은 생각들을 갖고, 자신만의 철학이 확고한 ‘좋은 에너지를 가진’ 대표님들과 만나는 것이 도움이 된다. 5월에 만난 몇 명의 대표님들이 나에게 임팩트 강한 이야기를 심어 주었는데,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이상엽 대표님이나 미미박스 하형석 대표님, 이음의 김도연 대표님, 야놀자 배보찬 대표님과 대화가 좋은 기폭제가 되었다. 창업 이후에는 아무리 다른 업계에 있는 분이거나, 다른 백그라운드를 가진 분들이라고 하더라도 대표님들과의 만남이 더욱 공감되고, 시간을 값지게 썼다는 느낌을 준다. 고등학교 동창들은 마음의 충만함을 주지만, 대학교 동창들이 주는 것과 같은 사회에 대한 공감대를 주지 못하고, 대학교 동창들은 과거 직장 동료들이 주는 것과 같은 전우애를 주지 못하듯, 창업 대표님들과의 대화는 그 이전에 내가 만났던 친구들에게서 얻지 못하는 여러가지 인사이트와 공감을 선사해준다. 에너지를 얻는다.
3.
최근에 체중 조절을 시작했다. 자전거 사고 이후에 2년에 걸쳐서 체중이 거의 10kg 정도 불어서, 이를 다시 원상복귀 시키는 중이다. 저탄고지, 간헐적단식, 칼로리조절, 운동, 충분한 수면이 답인 듯. 일단 3-4kg 정도는 몇주 만에도 쉽게 빠지는데, 그 다음에 다시 한번 flat 한 구간이 왔다. 그래도 계속 해보고 있다. 탄수화물은 확실히 살을 몸에 잡아 두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놀랍게도 술은 체중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 같고, 다들 알다시피 술과 함께 먹는 음식이 문제인데, 되도록이면 단백질 위주로 먹으려고 한다. 하루에 맥주 한캔 정도는 체중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 같다는게 지금까지 실험의 결과이다. 그리고 의외로 찬물 샤워가 아주 기분도 좋고 상쾌한데, 우울증도 완화되고 좋은 것 같다. 찬물이 처음 몸을 적실때 호흡이 멎는 느낌이 드는데, 익숙해지니까 아주 기분이 좋아서, 하루 중에 찬물 샤워 시간을 기다리기도 한다. 월, 목, 금, 토 수영 + 화, 수, 일요일은 실내 자전거 조합으로 가고 있고, 근육운동은 아주 조금씩 늘리고 있다.
4.
오랫만에 소설책을 읽고 있다. 최근에 The Whale 이라는 영화를 봤고, 너무 감동적이어서, 이 영화의 핵심적인 소재가 되는 모비딕을 읽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렇게 유명한 소설조차 한번도 읽어보지 않았다니…. 때로는 나의 게으름과 무식함에 스스로도 놀랄 때가 많다. 그래서 40대 중반의 나이에 이 책을 (겨우) 읽고 있다. 보통 사회과학 및 경영학 책들은 손에 책을 들고 다니면서 짧은 시간이 나도 틈나는대로 읽는 편인데, 모비딕은 한두시간씩 시간을 길게 내서 쭉 쭉 읽고 있다. 몰입을 하면서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생각을 따라가고 싶었다. 모비딕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에서 일등 항해사의 이름이 스타벅인데, 우리가 아는 스타벅스는 이 사람의 이름에서 따왔다. 얼마 전에 스타벅스에 앉아서 모비딕을 읽고 있다가 이 사실이 생각나서 혼자 웃었다.
5.
더 웨일(The Whale)이라는 영화는 더 파더(The Father) 와 함께 최근에 봤던 가장 감명깊은 영화였다. 인간에 대해서 다면적으로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였는데, 알고보니 연극이 원작이라고 한다. 우리 세대에게 브랜든 프레이저는 미이라의 히어로였는데, The Whale 에서는 180도 다른 면모로 인생 최고 연기를 보여준 것 같다. 이 영화는 한마디로 요약하기 어렵다. 짧은 스토리 안에 너무나 많은 인간의 내면을 잘 녹여냈다. 안소니 홉킨스가 나오는 더 파더 역시 꼭 봐야 할 영화라고 생각. 특히나 알츠하이머 환자를 가족으로 둔 사람이라면 너무나 공감하고 볼 수 밖에 없는 영화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너무 많이 울었다.
6.
불경기다. 최악의 불경기의 터널 한가운데를 지나는 느낌이다. 외식업계에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확실히 사람들이 지갑을 닫았다. 그리고 투자업계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확실히 자금시장에는 돈줄이 말랐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회사만이 존재하는데, 흑자인 회사와 적자인 회사다. 지금은 적자회사는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아마도 취업시장도 곧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게 클 것이고, 어떤 사람은 이런 상황이 3-5년은 더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후로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고,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것은 불경기 사이클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상이 도래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시 좋아질지 아니면 이대로 세상의 끝으로 갈지… 아무튼 위기는 위기다.
7.
여러가지 일이 있었고, 위에서 말한 이유들로 인해서 사람들을 만나는 빈도와 상황을 줄이고 있다. 내가 별로 기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몇몇 카톡방에서는 나왔고,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모임에는 가지 않고 있다. 저녁 약속이 있어도 밤 10시 이전에 일어나서 집에 가고 있다. 새벽에 5-6시 사이에 일어나고, 다시 저녁 10시 정도가 되면 하품이 나오고 피곤하다. 그리고 이 사이클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위에 열거한 내용들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5월 한달 정도는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내 삶의 변곡점 같은 느낌을 갖고 있기에 한번쯤 글로 남겨야 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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