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구입하게 된 이유 99% 유퀴즈 때문이었다. 김혜자씨가 방송에 나오면서 책 홍보를 하러 나왔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에는 이런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고 할 수 있다.
평소에 유퀴즈를 즐겨 보는 편이다. 나는 출연진이 나와서 게임을 하거나 퀴즈를 맞추는 것 보다는, 그 사람의 삶의 이야기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 토크쇼를 좋아한다. 예전에 무릎팍 같은 프로그램이 있었고, 그 이전에는 다양한 토크쇼들이 존재했는데, 이제는 그 명맥을 유퀴즈가 잇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유퀴즈 김혜자씨 편은 역대급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한 사람의 참 모습을 제대로 담아 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로 이 책을 구입했고, 순식간에 읽었다. 이 책의 내용 자체도 어렵지 않을 뿐더러, 많은 내용이 이미 유퀴즈에서 김혜자씨가 백그라운드를 이야기 한 내용들이라서 어렵지 않게 술술 읽혔다.
이 책은 일반적인 에세이는 아니다. 내가 보기에는 연극, 영화, 방송 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유용할 수 있는 책이라고 보인다. 특히 다양한 배우, 연출, 작가, 프로그램에 대해서 그들의 살아 있는 이야기를 이토록 상세하게 기술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유퀴즈에 나와서 김혜자씨가 자신은 연기 이외의 인생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연기가 끝나고 나면 마치 몸에 에너지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사람처럼 널부러져 지낸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실제로 그녀의 삶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이 책의 내용도 그녀가 했던 작품, 연출, 작가, 배우들의 이야기로만 가득하다. 그 외의 이야기는 약간의 가족 이야기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의 삶은 정말로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만 가득한 듯 하다. 이렇게 말하면 매우 공허한 삶 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녀 특유의 감수성으로 일 뿐인 삶이 아니라 그 안에서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비추고 있다.
나는 특히 그녀의 우울감에 주목했다. 가정사의 불행과 동생의 자살과 그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생겨날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우울감은 그녀의 겉보기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 삶에는 깊이 자리잡은 우울감이 있다. 단지 그녀 특유의 캐릭터를 통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살고 있을 뿐인 것이다. 나는 그 점이 진심으로 놀라웠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틈나는 대로 보고 있다. 내가 드라마를 보는 일은 좀처럼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한번 어떤 드라마인지 궁금해졌다. 내가 드라마를 보지 않는 이유는 바로 ‘시간’ 때문이다. 드라마를 8편, 12편, 16편을 본다는 것은 굉장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인데, 나는 그렇게 많은 시간을 무언가에 투자할 자신이 없어서이다. ‘눈이 부시게’는 지난 3주 동안 3편 정도 봤다. 앞으로 끝까지 볼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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