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와 치즈 페어링은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논의가 많이 되었던 토픽이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치즈 전문가들과 맥주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본격적으로 이런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얼마전에 치즈 전문가이신 프로마쥬의 김은주 대표님께서 나의 맥주 시음 강의를 들으셨던 것이 계기가 되어서 인사동 슈가맨에서 진행되는 맥주와 치즈 페어링 행사에 초대 되었다.

프로마쥬 김은주 대표님을 비롯해서 치즈 수입을 맡아 주고 계시는 매일유업 치즈사업팀의 유정호 대리님, 맥주 수입 업체 글로벌 크래프트의 크리스와 박기태 대표님, 김현봉 차장님, 그리고 무엇보다 비어 포스트라는 훌륭한 맥주 매체를 이끌고 계신 이인기 대표님. 그 밖에도 와인 소믈리에와 와인21의 기자님도 참여하셔서 모처럼 풍성한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

이번에 시음한 맥주는
- 필스너 우르켈
- 세인트 아처 화이트 에일
- 세인트 아처 페일 에일
- 모던 타임즈 로마랜드 세종
- 레인저 IPA
- 레인저 Abbey
- 그린 플래시 더블 스타우트
등 주로 글로벌 크래프트에서 수입하시는 맥주 중에서 맥주와 잘 어울릴 맥주들을 내가 추천하였고, 그 외에도 다른 회사들의 맥주도 몇개 더 추가하셨다.
이 밖에도 현장에서 내가 생각하기에 치즈와 잘 어울릴 것 같은 맥주 2병을 슈가맨에서 구입하여 함께 시음하였는데
– 오르발 (Orval)
– 3 폰타이넨 (일명 삼분수)
였다. (업계 할인가로 제공해주신 슈가맨에 다시 한번 감사)

그리고 치즈 라인업은 다음과 같았다.
- 모짜렐라 체리
- 샤브루
- 브리
- 하바티 슬라이스
- 고다 (하우다) 슬라이스
- 빔스터 로얄
- 빔스터 클래식
- 파르이지아노 레지아노 (큐브)
-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칩)
- 그라나파다노
- 카스텔로 데니쉬 블루
(아래 사진에서 가운데가 모짜렐라 체리이고, 크림 형태의 치즈가 샤브루이다. 그 다음에는 시계 방향으로 위의 리스트 순서대로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이벤트를 통해서 다양한 치즈를 접해 보면서 동시에 내가 평소에 알고 있던 맥주에 맛을 대비해 볼 수 있었는데, 몇가지 아주 좋은 페어링을 찾아냈다.
1. APA/ IPA + 블루치즈
블루치즈는 향이 강한데 반해서 플레이버가 아주 오래 입안에서 지속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향이 강하기 때문에 그 정도 향의 intensity를 잡으려면 적어도 IPA/APA 정도의 홉은 있어주어야 했다. 그리고 IPA/ APA의 비터가 확실하게 블루치즈의 Fatty 한 부분도 cutting 해주는 것 같아서 아주 좋았다. 하지만 프로마쥬 김은주 대표님의 말씀에 따르면 블루치즈의 intensity는 얼마든지 제조사 등에 따라서 조정이 가능하다고 하니, 적절하게 강도를 맞추는 것은 필요할 것 같다. 오늘 시식한 매일유업이 수입하시는 카스텔로 데니쉬 블루는 조금 약한 편이어서 페일에일과 잘 어울렸다.
2. White Ale + 모짜렐라 혹은 샤브루
화이트 에일과 모짜렐라 혹은 샤브루 같은 연성치즈가 intensity 측면에서 잘 어우러졌다. 그리고 white ale에 있는 약간의 스파이시함을 모짜렐라의 부드러움이 잘 잡아주어서 좋은 페어링이라고 생각되었다.
3. Saison + 하바티 혹은 에이징이 많이 되지 않은 고다(하우다)
세종과 하바티 혹은 세종과 에이징이 길지 않은 고다는 잘 어우러졌다. 세종에서 느낄 수 있는 복잡함 때문에 너무 맛의 깊이가 깊지 않은 고다 정도가 적당한 것 같았다.
4. 트라피스트 (Orval) 혹은 Abbey 계열과 에이징 6-12개월 정도의 고다
이번에 다시 깨달은 것은 역시 벨기에 쪽 맥주와 네덜란드 쪽 고다의 어우러짐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트라피스트 혹은 애비 계열 맥주와 고다는 맛의 Intensity 측면에서나 서로간의 깊은 풍미를 북돋워 주는 측면에서도 아주 훌륭했다. 특히 단맛이 살아 있는 트라피스트나 애비의 경우 고다의 우마미/솔티 함과 어우러질 경우에 아주 강력한 조화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
5. 포터/ 스타우트와 에이징이 많이 된 고다
포터와 스타우트의 로스티한 맛이 고다에서 나오는 짭짤한 맛이나 거의 고기맛에 가까운 우마미 (감칠맛)과 잘 어우러졌다. 원래 짠맛과 단맛이 만나면 천하무적이 된다는 것은 정설인데, 고다에서 나오는 Meaty 함과 우마미는 그 깊이가 있다. 여기에 포터와 스타우트의 로스티함과 쌉쌀함이 어우러지고 나니까 입 안에서 잔향까지도 오래 지속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6. 3폰타이넨 Oude Geuze + 거의 모든 치즈
나는 3폰타이넨의 Oude Geuze가 정말 좋다. 이 맥주와 거의 모든 치즈는 큰 거부감 없이 잘 어우러진다. 나에게는 최고의 맥주다.
내가 추천하는 위의 다섯가지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페어링이나 자신만의 느낌을 찾기를 바란다. 거듭 강조하지만 김은주 대표님의 말대로 치즈의 intensity는 같은 종류의 치즈라도 제조사에 따라서 다를 수 있으므로, 항상 어떤 브랜드의 어떤 치즈와 어떤 브랜드의 어떤 스타일 맥주를 매칭하였는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기억을 해 두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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