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볼루션 브루잉 – 유진 포터 (Revolution Brewing – Eugene Porter)

이번주의 한국 크래프트 신의 화두는 스톤(Stone)의 수입. IPA 계열의 라인업과 발리 와인(Barleywine)의 완성도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곳이기 때문에 많은 국내 맥주 애호가들의 기대를 한껏 받았다. 사실 나도 금요일 저녁에 바로 이태원 바틀샵으로 달려가서 지인들과 스톤 IPA 4종을 마시기도 했다. 그리고 계산을 하고 나오려다가 이 맥주를 발견했다.

Stone 이 수입된 것 보다 나를 더 기쁘게 한 곳은 바로 Revolution Brewing이다. Revolution은 시카고에 위치하고 있다. 시카고 인근에서 가장 좋은 크래프트 브루어리를 꼽으라면 아마도 Goose Island, Three Floyds, Two Browther 그리고 몇시간 정도 차를 달려서 더 가본다면 Michigan에 위치한 Bell’s 나 Founders까지 라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요즘 신흥 브루어리 중에서 가장 기대되는 곳을 꼽자면 나는 주저없이 레볼루션 브루잉을 꼽겠다.

나는 2010년도에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시카고에서 불과 20분 정도 떨어진 작은 도시로 갔기 때문에, 주말이나 주중에도 시카고에 갈 일이 많았다. 유학 시절에 비로소 크래프트 맥주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되었는데, 당시 흔한 말로 “요즘 뜨는 브루어리가 있다” 라고 해서 가 본 곳이 바로 레볼루션이었다.

레볼루션을 창업한 Josh Deth는 미시간 대학(U of Michigan)을 다니던 당시에 Bell’s에 영감을 받았고, 그 후에 시카고로 와서 Goose Island와 Three Floyds 에서 일하다가 2010년에 레볼루션을 창업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유학했던 2010년에 이 곳을 간 것은 그가 창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당시에는 그런 사실은 몰랐다.)

이번에 한국에 수입된 맥주들은 레볼루션 브루잉의 대표 맥주 4종류가 들어왔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오늘 시음한 맥주는 Eugene Porter (유진 포터, 6.8 ABV, 28 IBU) 이다. Eugene Debs라는 시카고의 사회 운동가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이 포터는 Robust Porter 혹은 American Porter계열이고, 벨기에 특수 몰트를 사용했다고 한다.

https://revbrew.com/beer/detail/eugene-porter

EuGene Porter | Revolution Brewing | Chicago, Illinois revbrew.com

색은 완전 검은 색이고 불투명하지만 헤드는 약간 베이지 색이다. 향은 초콜렛/커피 향으로 그득 그득. 첫 맛은 쫀쫀한 아메리칸 포터의 헤비한 바디가 살아 있으면서도 커피, 핵과, 초콜렛이 섞여 있는데 의외로 약간 달기 때문에 좀 짭잘한 음식을 함께 하면 맛이 배가되는 듯 하다. 그래서 나도 처음에는 늘 그랬듯이 초콜렛으로 푸드 페어링을 했다가 중간에 좀 오래 묵힌 치즈 (36개월 된 하우다)로 페어링을 바꿔서 시음했다.

맥주라는 것의 맛을 절대적으로 규정지을 수도, 점수 매길 수도 없다. 결국은 그 맥주와 브루어리에 대해서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시카고는 내가 서울 이외에 그래도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도시라서 그런지 애착이 가는 도시이다. 그리고 유학 당시에 레불루션 브루잉에 가서 맥주를 마시던 기억은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지난번에 시카고 출장을 갔을 때에도 레볼루션에 오랜만에 들러서 많은 기념품을 사오기도 했던 것이다. 게다가 포터나 스타우트 계열을 좋아하는 나에게 레볼루션의 유진 포터는 정말 애착이 가는 맥주이다.

즉, 맥주와 사람이 만나는데에는 저마다의 스토리가 있다. 그리고 그 스토리를 음미하면서 마시면 맥주의 향과 맛은 배가 된다. 그런 순간 모두에게 90점짜리 이 맥주는, 나에게 100점짜리 맥주가 되어서 참 맛있게 마실 수 있는 맥주로 변한다.

(참고로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맛있게 마신 맥주를 10개만 꼽으라면 2014년 가을에 시카고 출장이 끝나고 오헤어 공항 5번 터미널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마셨던 Anti Hero IPA를 꼽겠다. 그 맛은 정말 잊을 수 없을만큼 맛있었다)

부록:

아래 사진들은 2014년 11월 레볼루션 방문 당시 찍은 탭 마커 사진. 레볼루션이라는 이름에 맞게 FIST로 장식을 해 놨는데 참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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